올해는 헌신하는 충복심으로 살자
올해는 헌신하는 충복심으로 살자
  • super
  • 승인 2006.08.1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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丙戌年 - 집지키기, 사냥, 맹인안내, 수호신 역할

2006년은 병술년(丙戌年)으로 개의 해이다. 개는 십이지의 열한 번째 동물로 시간으로는 오후 7시에서 9시, 방향으로는 서북서, 달로는 음력 9월에 해당하는 방위신이자 시간신이다. 개는 이 방향과 이 시각에 오는 사악한 기운을 막는 동물신(動物神)이다.

 
개는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동물 가운데 가장 흔히 접할 수 있고, 인간과 가장 친밀하고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르고 있는 애완동물 중 가장 많이 기르는 것이 바로 개라는 것만 봐도 인간과 개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개의 성질을 살펴보면 온순하고 영리해 사람을 잘 따르지만 후각과 청각이 예민해 경계심이 강하다. 또 자기의 세력 범위 안에서는 대단한 용맹성을 보인다. 특히 주인에게는 충성심을 가지며, 그 밖의 낯선 사람에게는 적대심, 경계심을 갖는다. 아주 오랜 시기를 같이 살아온 개는 동서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헌신하는 충복의 상징이다.


개의 충복심은 동서양의 이야기속에도 많이 등장한다. 서양의 동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파트라슈는 주인의 보살핌을 받고 그 은혜에 보답한다. 주인을 따라 우유 배달뿐 아니라 고난도 함께 헤쳐 나간다.

또 우리나라 고전 소설 ‘보은하는 개’에서는 주인이 술을 먹고 잠든 사이 난 불을 끄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이야기를 통해 충직한 개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런 개의 모습은 이야기속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나타난다.

 

옛주인을 찾아 멀고 낯선 길을 쉼 없이 달려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백구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이처럼 개는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갖으며 뛰어난 충복심으로 인간을 감동 시킨다.  


그렇다면 이렇게 충복심 강한 개는 십이지 속에서 어떤 역할과 상징을 가지고 있을까? 십이지는 시간과 방위를 상징하는 것뿐만 아니라 잡귀를 막는 신성한 동물들로 그 중에서 개는 집 지키기, 사냥, 맹인 안내, 수호신 등의 역할을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잡귀와 병도깨비, 요귀 등 재앙을 물리치고 집안의 행복을 지키는 능력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특히 흰 개는 전염병, 병도깨비, 잡귀를 물리치는 등 벽사 능력뿐만 아니라, 집안에 좋은 일이 있게 하고, 미리 재난을 경고하고 예방해 준다고 믿어 왔다.


개의 울음소리와 행동이 앞날을 예견한다고 믿기도 했다. 그 예로 ‘삼국유사’에 보면 백제의 멸망에 앞서 사비성의 개들이 왕궁을 향해 슬피 울었다고 기록돼 있으며, 집에서 기르던 개가 슬피 울면 집안에 초상이 난다고 해 개를 팔아 버리는 풍속도 있다.

 

또 개가 이유 없이 땅을 파면 무덤을 파는 암시라 하여 개를 없애고, 집안이 무사하기를 천지신명에게 빌고 근신하면서 불행에 대비하기도 했다.


또한 개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매개의 기능을 수행하는 동물로 인식되기도 했다. 무속신화, 저승설화에서는 죽었다가 다시 환생해 저승에서 이승으로 오는 길을 안내해 주는 동물로 흰 개를 등장 시켰다.


옛 그림에서도 개 그림이 많이 나오는데 동양에서는 그림을 문자의 의미로 바꿔 그리는 경우가 흔하다. 개가 그려진 그림을 보면 나무 아래에 있는 개 그림이 많은데 이암의 ‘화조구자도’와 ‘모견도’, 김두량의 ‘흑구도’ 등이 그 예다.

 

나무 아래 그려진 개는 집을 잘 지켜 도둑을 막는것을 의미하며, 개의 그림을 그려 붙이면 도둑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일종의 주술적 속신은 시대를 거슬려 올라가 고구려 각저총의 전실과 현실의 통로 왼편 벽면에도 무덤을 잘 지키라는 의미에서 개 그림을 그려 놓았다. 


한국 사람에게 띠는 태어나면서 운명적으로 부여 받는 것으로 아무리 사회가 급변한다 해도 내면세계를 형성한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띠를 운운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동물에 투영된 이미지가 인간의 운명과 상호간의 관계를 갖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개는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 살아오면서 인간에게 헌신적인 충복의 상징이자 사악한 기운을 막는 이로운 동물이다.


올해는 개의 해이다. 개띠 해를 맞아 모든 사람들이 신중하게 판단하고 민첩하게 움직여 주변에 믿음직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한해가 되길 기대한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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