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노년생활] 무더위 이기며 건강한 여름나기
[활기찬 노년생활] 무더위 이기며 건강한 여름나기
  • 관리자
  • 승인 2006.09.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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恒常性 떨어지면 사고 위험

종가의 선산 문제로 서류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을 떠나 고향의 도청에 들러 일을 보고 나오던 황모(72) 할아버지는 황당한 변을 당할 뻔했다. 강한 햇살이 내리쬐는 광장을 걸어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핑그르’ 돌면서 시야가 하얘졌다.

 

균형을 잃고 넘어지려는 순간, 다행히도 가로수의 난간을 잡아 땅 바닥에 드러눕는 불상사는 면할 수 있었는데 간신히 일어서려다 이번에는 메스꺼움으로 인해 낮에 먹은 올갱이국을 다 토하고야 말았다. 화장실을 찾아 얼굴을 씻고 한참을 그늘에 앉아 쉬고서야 황 할아버지는 간신히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연일 30도를 넘는 불볕더위가 계속되며 노년층의 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다. 불볕더위에 시달리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어서 요즘 파리 시내에서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평소보다 자주 들린다고 한다.

 

대개 구급차의 목적지는 노인이 혼자 사는 집이다.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위급한 상황에 놓인 노인이 늘었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7월 중순 한 주 동안 만에도 더위로 사망한 사람이 22명에 이르는데 그 절반이 80세 이상의 노인이라고 한다.

 

지난 2003년 유럽을 강타한 폭염 때에는 프랑스에서만 8월 초 보름간 약 1만명의 노인이 사망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살인적인 무더위가 계속돼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사망자가 60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반응속도가 느려져 자칫 무방비로 있다가는 생명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조비룡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떨어지는 기능 중에 가장 문제되는 것이 ‘항상성’(恒常性)이라고 한다. 조금 많이 먹거나 적게 먹어도, 조금 덥거나 추워도, 여행을 하면서 시차가 생겨도 곧 적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신체의 ‘항상성’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항상성이 떨어져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노인들이 사고를 많이 당하거나 질병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


다음은 폭염 속에서 여름을 건강하게 나기 위한 노인 건강수칙을 알아보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날씨가 덥다고 밤늦게까지 깨어 있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는 곤란. 특히 노인들의 경우는 ‘항상성’을 잘 유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의 뇌는 깊은 잠에서 델타파를 내는데 이때 인체는 낮 동안에 쌓인 피로를 풀고 단백질 합성 등을 통해 다음날 활동에 대비한다.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지름길은 델타수면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 이를 위해선 일정한 기상시간을 유지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고, 낮잠은 가능한 피하는 등 올바른 수면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덥다고 찬 물 샤워, 찬 음식은 금물=덥고 짜증이 몰려오게 되면 잠을 이루지 못해 찬물로 샤워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잠을 쫓아버리게 된다. 잠자기 전에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신체 이완에 도움이 된다.

 

찬물샤워는 신체를 긴장시킬 뿐 아니라, 혈관이 일시적으로 수축됐다 확장되는 반작용이 생겨 오히려 체온을 올라가게 한다. 너무 덥다면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긴장을 풀게 하고 잠을 청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날씨가 덥다고 맥주나 빙수 같은 찬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 않다. 맥주를 마시면 잠이 잘 오지만 효과는 잠깐이고,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자주 깰 수도 있다. 빙수 같은 찬 음식은 더위로 약해진 소화기에 탈이 나게 할 수 있다.

장거리의 해외여행은 피한다=시차가 수 시간 이상 나는 해외여행은 신체의 리듬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다. 항상성 측면에서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몸이 좋지 않거나 무더울 때에는 삼가는 것이 좋다.

 

대신 집과 가까운 약수터를 정오 두 시간 전후를 피해 쉬엄쉬엄 운동 삼아 오르내리는 것이 좋다. 덥다고 일주일 이상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근육이 위축된다. 산책이나 가벼운 등산은 노인들의 근육위축을 막아준다.

냉방시설을 적절히 사용한다=프랑스 노인들이 더위에 특별히 약한 데는 이유가 있다. 프랑스에는 냉방시설을 한 곳이 별로 없기 때문. 파리는 서울보다 위도 상으로 10도 이상 북쪽에 있어, 여름에도 그리 날씨가 덥지 않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 하나 없는 집이 대부분이다. 지하철도 대부분의 노선에 냉방 시설이 안 돼 있고, 승용차에 에어컨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혼자 사는 노인들은 여름철에 무더운 바깥공기와 햇살을 차단하려고 창문을 닫고 ‘볼레’(volet)라고 부르는 나무 덧창이나 알루미늄 셔터를 내린 채 지낸다. 하지만 이게 도리어 문제. 혹서(酷暑) 기간에는 실내 공기가 점점 올라가면서 체온이 급상승, 탈진 상태에 이르고 결국 사망하게 된다. 최근 사망한 90세 노인은 체온이 41도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덥다면 에어컨을 켜거나 선풍기를 튼다. 그러나 너무 찬바람을 많이 쐬면 냉방병에 걸릴 수 있으므로 에어컨 온도는 26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선풍기는 벽 쪽을 향하도록 해 바람을 직접 맞지 않게 하며 실내 공기를 자주 환기시키며 사용한다.

괜한 이열치열은 금물=사람의 몸은 더울 때 정상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땀이 나고 혈관이 확장된다. 맥박과 소변 양은 줄어든다. 심한 더위로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열 경련→열 피로→열사병으로 진행돼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이열치열로 더위를 극복한다는 것은 노인들에겐 치명적이다. 냉방이 잘 안된 곳에서 무리한 이열치열은 생명을 단축할 수 있다.

수시로 수분을 섭취한다=나이가 들게 되면 탈수로 인한 갈증반응이 줄어든다. 물을 마시고 싶지 않아도 피부에서 땀이 나면 미리미리 물을 마셔 두어야 탈수로 인한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린다고 소금을 섭취하는 경우도 있으나 소금 섭취는 탈수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탈수 증상이 나타나면 스포츠 이온음료가 도움이 되나, 신선한 물 이상 가는 좋은 음료는 없다.

지나친 보양식이나 과식은 삼가해야=몸이 더워지면 혈액순환이 피부에 많이 집중돼 소화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이 때 과식을 하면 설사나 위장질환 등의 소화기 장애가 일어나기 쉽다. 더위에 몸을 보한다고 보양식을 너무 자주 섭취하게 되면 콜레스테롤이 높아져 평소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는 노인은 위험할 수 있다. 소화기에 부담을 주지 않는 담백한 식사가 건강에 보약이다.


 장옥경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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