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최고 작가 이문열
우리시대 최고 작가 이문열
  • 관리자
  • 승인 2006.09.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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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한국문화 ‘한류’로 횡령해선 안돼

지난해 12월부터 1년 예정으로 미국 UC 버클리대에서 연구원으로 체류 중인 이문열씨는 현재 종합일간지나 시사월간지와의 인터뷰를 거의 사양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년세대 전문 매체인 본지의 간곡한 요청을 받고 이메일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노년세대를 위한 아량에 감사한다. 문인들은 물론이고 노년세대가 궁금해 할만 한 질문들에 대해 하나같이 주옥같은 문장으로 답해 주었다.

 

소설가 이문열. 이 코너에 초대할 때마다 그는 ‘언젠가’, 혹은 ‘기회가 되면…’이라는 식으로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집필중인 장편소설 ‘호모 엑세쿠탄스’를 퇴고한 뒤에 다시 보자며 한걸음 물러섰다.

 

노년세대를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다. 8월 초에 이메일을 보냈고, 그는 아직 퇴고를 하기 전이었음에도 본지에 인터뷰하겠다고 했다. 본지는 지체 없이 질문서를 보냈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샌프란시스코 버클리 시티. UC 버클리대학 동아시아대학 연구소에서 1.5km 정도 떨어져 있다.

 

침실이 2개인 개인주택을 빌려서 부인과 함께 지내고 있다. 미국에 체류한 지 벌써 8개월여. 너무 오래 외유하는 것 아닌지 물어보았다.

 

▶한국사회, 특히 정치적 시비의 현장과 거리를 두고 싶었습니다(이하 존칭형 종결어미 생략함). 지금 모든 것 훌훌 털고 소설로, 부악문원(도산서원을 모델로 설립한 그의 집필실이자 문학 지망생들의 배움과 창작 공간)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중앙일보 인터뷰에 의하면, 국제운전면허가 없어서 시장을 보러 갈 때 배낭을 메고 다녀온다고 한다. 한국 최고 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가 차도 없이 고생을 하는 것 같다.

 

▶오히려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흑인들이나 소수민족 사이에 끼어 무력하고 단순하게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은가.

 

여기서 제롬 D 셀린저(‘호밀밭의 파수꾼’의 저자)처럼 영구적인 은둔을 꿈꾸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에서 잘 나가는 작가로서의 명성과 여유를 누리려고 온 것은 더욱 아니다.

 

지금 낯선 곳에서 숨을 고르는 중이며, 머지않아 잠시 밀쳐두었던 내 소설로, 비워둔 부악문원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는 전통음식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독히 서양음식에 적응하지 못한 체질이지만, 아내가 있고 한국식품점이 그리 멀지 않아 큰 불편 없이 지내고 있다.

 

거기다가 지금은 큰 작품(호모 엑세쿠탄스)이 끝나가는 막바지라 어느 때보다 입맛이 까다로워져 있는 터, 아침저녁 끓여대는 청국장·김치찌개 때문에 이층 세입자의 항의를 받을 지경이다.

 

하버드 대학으로 옮긴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어보았다.

 

▶한 두 해 미제(美製) 주자학 구경 좀 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사치 같고…. 또 지금은 외국을 떠돌다가도 제나라로 돌아갈 나이인데 싶은 조로(早老)의 기분도 있어 엉거주춤해 있다.

 

거기다가 아직은 ‘호모 엑세쿠탄스’를 끝내지 못해 지금은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조차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이 작품 끝내고 생각을 가다듬어 미국 생활 마무리를 결정할 것이다.

 

‘호모 엑세쿠탄스’라는 제목은 ‘처형자로서의 인간’이란 뜻의 라틴어로 작가가 만들었다. 내용은 인간적 성찰을 다루지만 2002년 대선 이후에 전개된 한반도의 여러 상황을 근본적으로 돌아본다는 의도를 깔고 있다.

 

두꺼운 책 두 권쯤의 큰 작품이다. 동아일보에 연재하며 화제가 됐던 ‘초한지’도 내년 초쯤 출간된다고 한다.

 

▶아마 ‘사기 초한연의’는 10권으로 정리되어 출간될 것이다. 진의 멸망부터 항우의 죽음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된 부분이 8권이라 그 뒤 한초연의 2권을 더 보태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초한지’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 ‘사기’를 근간으로 삼고 ‘한서’와 ‘자치통감’ 등의 보완을 입어 역사 7푼 허구 3푼의 정격(正格)의 연의가 되게 했다.

 

작가의 책이 2700만 권 넘게 팔렸다. 그중 삼국지 평역 10권 1500만 권을 제외해도 1200만 권이 팔렸으니 발표 작품마다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작가에게 애착이 가는 대표작 3권만 뽑아보라고 했다.

 

▶붓을 놔봐야 가장 애착한 작품이 어떤 것인지 알지 않을까. 현재까지 쓴 것 중에 세 편을 고르라면 ‘황제를 위하여’ ‘사람의 아들’ ‘시인’ ‘변경’ ‘아가’중 3편일 텐데….

 

말이 나온 김에 물어보기로 하자. 영화와 드라마, 음악은 한류가 되는데 한국문학은 아직 ‘한류’라는 말을 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글쎄. 나는 한류란 말의 실체를 별로 믿지 않는 편이라서… 적어도 지금 한류라고 알려져 있는 것이 정말로 그 나라 사람들에게 ‘한국풍’ 혹은 ‘한국문화’를 뜻하는 것이라면 그건 우리 문화에 재앙일수도 있다는 게 내 솔직한 느낌이다.

 

길게 말할 기분이 아니지만, 틈새시장의 일시적인 공략성공이나 규모의 경제가 준 반사적 이익을 한류라고 거창하게 부풀리고 있는 게 아닌지 자문해볼 때인 듯하다.

 

거기다가 한류란 이름으로 횡령된 한국문화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중국에서 많이 팔린 귀여니의 소설이 한류이고, 일본 만화를 시나리오로 써서 성공한 영화가 한류라면, 도대체 한국문화란 무엇일까.

 

내 소설이 그런 식의 한류가 되는 것이라면 나는 한류를 사양하겠다. 한류가 아니라 우리 문학의 세계화 문제라면 그건 전혀 다른 논의다.

 

주제의 보편성이나 번역문제 같은 부분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보다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분석해야하고, 아마 그 하나로 이 인터뷰를 대신해도 모자랄 것이다.

 

그래도 그의 작품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미국에 체류하며 그의 작품을 세계화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글쎄. 지금까지는 그 쪽으로는 별로 활동을 못하고 있다. 체류 기간 동안에 미국에서 ‘사람의 아들’ 출판을 볼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이다.

 

세계에서 가장 담이 높은 게 미국 출판계가 아닌가 한다. 세계적으로 번역 출간된 책이 50권이 넘고, 프랑스 9권 이탈리아도 7권인데, 미국에는 겨우 한 권을 내고 이제 두 권 째 턱걸이를 하고 있다(그리스나 터키에서도 그의 책이 번역 출간되었다).

 

1998년부터 뉴욕의 와일리 에이전시 소속으로 있다. 유럽에서는 그런대로 활동을 하는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영 맥을 못 추는 인상이다.

 

그가 없는 부악문원은 어떻게 되는가.

 

▶이용해야 할 사람들에게 부악문원은 그대로 열려 있다. 다만 이문열만 부재중인데, 그도 지금은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알아주길….

 

올 초, 작가의 부인이 수예전시회를 했다. 작가는 발을 접질러 깁스를 한 채로 전시회 내내 손님을 맞았다. 부인이 뛰어난 수예작품들로 호평을 받던 당시의 소감을 물어보았다.

 

▶집사람 소일거리가 발전한 것인데…. 그냥 그 사람이 여러 해에 걸쳐 애써 한 일이니까 소중하게 보아주는 것 뿐이다.

 

여기서도 8월 21일부터 9월말까지는 버클리 대 동아시아 전시관에서 전시가 있고, 10월부터 내년 5월까지는 샌프란시스코 아트 뮤지움 한국관 한 모퉁이에 20점 정도 놓일 모양이다.

 

1948년생이니 한국 나이로 이 작가의 나이는 58세. 65세 이상을 노년세대라고 하니 그는 아직 장년이다. 하지만 그는 동네 노인회 회원이다. 끝으로 본지만이 물을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고령화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늙어가야 할까.

 

▶우리 장암리는 50세까지는 청년회에 있다가 51세부터 노인회에 들게 된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 생긴 현상 같은데 그 바람에 나도 벌써 여러 해 전부터 노인회 회원이다.

 

고령화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는 내게도 바로 턱 앞에 닥친 문제지만, 아직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다만 원칙으로 젊은이들이게 폐 끼치지 않고 늙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폐 끼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과 교환할 수 있는 생산을 유지한다는 것일 텐데….
 

김광언 편집주간

 

이문열은 누구인가…


·1948년 출생, 1968년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육학과 입학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새하곡(塞
·下曲)’당선. 등단 후 빼어난 작품들 발표,
·우리시대 최고 소설가로 평가 받음
·1995년~1998년 세종대 교수
·1998년 경기도 이천에 부악문원 개원
·2003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 위원
·2005년~현재 미국 UC 버클리대 연구원으로
·미국 체류

 

■책 판매 : 삼국지 1500만 권, 사람의 아들 180만 권 등 모두 2700만 권
■문학세계 : 종교, 예술,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갈등, 한국 근대사 등 다양
■문체와 기법 : 뛰어난 문체, 정통 리얼리즘에서 역사, 우화 등 자유자재
■문학상 수상 : ‘오늘의 작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문학상 수상 : ‘21세기문학상’ ‘호암예술상’ ‘대한민국예술상’ 등
■주요작품 : ‘사람의 아들’ ‘황제를 위하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주요작품 : ‘시인’ ‘영웅시대’ ‘호모 엑세쿠탄스’ 등과 ‘삼국지’ ‘수호
■주요작품 : 지’ ‘초한지연의’(동아일보 연재를 마치고 출간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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