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로 새 연재 소설 노수별곡(老手別曲) 6
서문로 새 연재 소설 노수별곡(老手別曲) 6
  • 관리자
  • 승인 2010.02.19 16:30
  • 호수 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일을 향해 쏴라 6

그날 이후로 소문의 방향은 엉뚱하게 전개됐다. 젊은 색시가 안됐다는 둥, 나이 서른에 돈에 팔려와 독수공방이 웬 말이냐는 둥의 말이 퍼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황씨의 ‘초강력 울트라 정력팬티’ 구입사실은 황씨가 남성으로서 능력을 상실했다는 반증이 아니냐고 서로 쑥덕대기 시작하더니, 아예 기정사실화 돼 버리고 말았다.

황씨는 기가 막혔다. 멀쩡히 잘 쓰던 물건이 하루아침에 말을 안 듣는 것도 속이 상해 죽을 지경인데, 그런 소문까지 동네방네 퍼지기 시작했으니 허파가 뒤집어지고,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으로 분하고 분했던 것이다.

그놈의 말대가리 설삶아 놓은 것 같은 팬티장사를 다시 한 번 만나기라도 하면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것 같았다.

그 무렵, 아잉의 눈치도 영 이상했다.

‘어디서 들었을까? 베트남에서 건너 온 다른 집 처자들에게서 들은 것일까?’

아잉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더니, 며칠 전부터는 표가 나게 수척해지고 밥도 잘 먹지 않았다. 주변의 베트남 색시들이 아잉을 찾아와 놀다가곤 했는데, 그들은 한국에서 몇 년 살면서 한국어를 잘 알아들었던 것이다. 그들이 놀러와 아잉과 이야기하는 것을 몇 번 봤었다. 처음에는 그들과 어울려 잘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아잉이 눈에 띄게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고, 그들이 아잉을 위로하는 듯한 표정이나 몸짓을 하는 광경을 많이 보았던 것이다.

황씨는 아무래도 자신에 대한 소문이 베트남 색시들을 통해 아잉에게 전해진 것이라 생각했다. 분하고 서글펐지만, 이미 발 없는 말은 천리를 내달렸고, 막을 방법은 없었다.

아잉은 같이 있는 동안에는 표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황씨가 외출했다가 들어오면 가끔씩 나지막이 울음을 삼키는 소리도 들려오는 듯 했다.

황씨는 할 말이 없었다. 젊디젊은 처자를 데려다 놓고 못할 짓을 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것이 그리도 중요한 문제였던가, 하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물론 중요한 문제이긴 했다. 그러나 어디 남녀관계라는 것이 잠자리 속궁합만으로 이뤄지는 것이었던가.

하필이면 왜 아잉이 오는 순간부터 남성능력이 사라져 버렸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른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아잉을 만나면서부터 혈색도 좋아지고 밥도 잘 먹었으며, 힘도 펄펄 솟았다.

희한하게도 남성능력만 거세돼 버린 것이었다.

그래도 황씨는 아잉에 대해 미안할 뿐, 그저 아잉과 함께 한 집에서 밥을 먹고, TV를 보고, 함게 텃밭도 가꾸고, 꼭 끌어안고 자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아잉도 얼마 전까지는 지금과는 달리 나름대로 생활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그래도 한창 나이인 아잉한테 남자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어 항상 미안했다.

아잉은 그래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었다. 황씨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아잉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머나먼 타국까지 ‘팔려’왔을지언정 와서 함께 보낸 시간동안 진정으로 황씨를 위하고, 이곳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는 것을.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느끼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은 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잉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자, 황씨는 그것이 자신의 주책없는 행동 탓으로 생각하고 못내 괴로웠던 것이다.

잠자리에서도 아잉의 태도는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 전에는 황씨가 가만히 어깨를 감싸 안으면, 황씨의 마른 가슴으로 파고들어 새근새근 잠이 들었던 아잉은 어느 날인가부터 나무 등걸처럼 딱딱해졌다. 품에 안으면 마지못해 안겨오기는 하지만, 처음처럼 따뜻함이 서로의 체온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황씨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어쨌거나 황씨는 나날이 수척해지는 아잉을 두고 볼 수 없었다. 황씨는 큰 맘 먹고 큰 도시로 나가 좋은 약재로만 썼다는 보약을 정성들여 달여 가지고는 집에 들어섰다.

황씨가 기쁜 마음으로 집에 들어섰을 때, 눈이 휘둥그레져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아잉이 화장실에서 변기를 붙잡고 괴로워하며 구토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잉, 왜 이런겨. 밥도 통 못 먹는데 어디 체한겨? 아픈겨? 말 좀 혀봐. 병원에 가자도 기를 쓰고 안가고…. 나 참 환장하겄네…. 사람 피 말리지 말고 어여 나랑 병원에 가자니까 말을 이다지도 안 듣는가.”

황씨가 가슴을 치며 괴로워하자, 아잉은 끝내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황씨를 붙들고 말 그대로 닭똥 같은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

황씨는 억장이 무너졌지만, 아잉의 등을 쓸며 아잉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런데, 아잉은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들고는 황씨의 손을 잡아 자신의 배에 갖다 댔다.

그제야 황씨는 뭔가 짚이는 데가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호된 충격이 뒷머리에 느껴졌다.

‘아뿔싸!’

아잉을 데리고 온지 3개월이 지난 후였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