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이슈이슈 - 중학교 엽기 졸업식 뒤풀이
쉽게 읽는 이슈이슈 - 중학교 엽기 졸업식 뒤풀이
  • 관리자
  • 승인 2010.02.19 17:21
  • 호수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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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눌림 폭발한 극단적 반발’

최근 졸업시즌을 맞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중학교 졸업식 알몸 뒤풀이’ 사건은 집단 옷 벗기기란 엽기행각이 학교폭력으로 부상했다는 점 때문에 전국을 놀라게 했다.

최근 남녀 중학생 20여명이 ‘졸업식 뒤풀이’로 한 여중생을 속옷 차림으로 만들고 머리에 케첩까지 뿌린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퍼져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지 불과 며칠 만에 벌어진 일이라 더 충격적이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초래하자 경찰은 가해 학생들을 찾아 형사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졸업식 뒤풀이를 구실로 등장하는 이런 폭력에 대해 ‘억눌림이 빚은 극단적 반발’로 진단하고 교내 스포츠 활성화 등과 같은 스트레스 배출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미국식 졸업파티인 ‘프롬’(Prom)과 같은 대안문화와 상담치료 등의 제도를 마련하자는 제안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명백한 폭력인 만큼 가해 학생들에게는 따끔한 처벌과 엄중한 경고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옷 벗기고 사진 찍고 = 해당 사건들은 가해자들이 옷을 벗기고 모욕을 주는 극단적 행동을 태연히 저지른 데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과시까지 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졸업식 알몸’ 사진은 경기도 고양지역 한 중학생 졸업식에서 남녀 학생 40여명이 선배의 강압에 못 이겨 옷을 모두 벗고 인간 피라미드를 쌓는 등 얼차려를 받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 사진은 한 학생의 미니홈피에 게재된 이후 2월 13일 오전 3시께부터 인터넷에 급격히 퍼졌고, 경찰은 현재 가해자가 폭력을 휘둘렀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앞서 2월 7일 서울 금천구 한 중학교에서 이 학교 출신 고교생들이 졸업한 여자 후배의 상의를 벗기고 케첩을 머리에 뿌리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관련 학생들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또 같은 달 제주에서도 고교 선배들이 ‘졸업식 전통’이라며 후배 중학생의 옷을 찢고 액젓을 먹인 뒤 바다에 빠뜨리는 폭력을 휘둘렀다.

학교 폭력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는 지난해 9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이 교육과학기술부 등에서 넘겨받아 분석한 ‘학교폭력 심의건수 및 피해학생 처분현황(2007∼2009년)’ 자료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전국 초중고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심의건수는 총 8813건으로 전년보다 369건 증가했다.

◇“지나친 억압에 극단적 가학성 행태”= 전문가들은 입시 위주의 현행 교육체제가 빚어낸 사회현상으로 접근했다.

학생들의 정서적 다양성 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대입 위주로 몰아세우다 보니 학생들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출구를 못 찾아 이런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박용천 한양대 구리병원 교수(정신과)는 “학교생활의 스트레스와 분노가 쌓여 압력밥솥이 폭발하듯 극단적인 가학성 경향이 나타났다. 금지된 것에 대한 욕구가 심해지는 것이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근원적인 해결책은 건전한 스트레스 배출구”라며 “스포츠로 땀을 흘리거나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마음껏 감정을 배출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경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수현 숭실대 사회사업학과 교수의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 교수는 “청소년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대입에 맞춰 몰아세우다 보니 이런 문제가 일어났다. 주체 의식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다양한 색깔을 지닐 수 있게 이끌어야 하는데 학교가 이런 기능을 제대로 못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극단적 행동을 모두 범죄로 몰아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폭행과 금품 갈취 등의 명백한 범죄가 아니면 이런 문제는 교육적 책임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방식 바꿔야”…“정서적 안전망 확보해야”= 빗나간 졸업식 뒤풀이를 막으려면 학교의 지도 방식을 바꾸고 학생들을 위한 정서적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내놓는 처방의 골자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학교를 졸업하는 과정에서 감정을 배출하고 의미를 만드는 세레모니(의식)가 없다. 종전의 답답한 졸업식 대신 미국의 프롬 같은 독특한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범죄심리학)는 “과도한 학업 부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배경은 이해한다”며 “단, 폭력을 학습한 일부 학생이 저지른 가혹행위인 만큼 처벌과 계도를 통해 잘못된 행동이란 경고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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