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한국의 대통령들] 김영삼 前대통령 ⑥
[장수하는 한국의 대통령들] 김영삼 前대통령 ⑥
  • 관리자
  • 승인 2006.09.0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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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건강체질+철저한 자기관리로 건강 유지

본지는 우리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대개 장수하는 데 주목하여 은퇴한 노인으로서 겪는 일상의 작은 행복과 세월의 무상함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지면을 마련했습니다. 공과 과가 있겠으나 어차피 전직 대통령들은 우리 역사입니다.
본지는 정치적 평가나 정파적 편향성을 지양하고 전직들의 ‘나라와 민족을 위한 선의’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간적인 관심사와 삶의 즐거움, 건강생활, 원로로서의 자리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지는 나라와 민족에게 불의한 일이나 좋지 않은 역사에 대한 평가와 의의에 대해서는 다음 기획시리즈로 미뤄두고, 기왕의 기획시리즈를 계속하며 ①이승만 ②윤보선 ③박정희 ④전두환 ⑤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여섯 번째로 김영삼 전 대통령 편을 연속 게재합니다. 백세시대 독자 여러분의 ‘건강 노년·문화 노년’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병로 대기자(작가)〉
 ※사진출처:국가기록원

 

상도동의 김기수 비서실장은 “어른의 고난은 길었고 영광은 짧았습니다”라며, 오랜 야당지도자 생활 끝에 대통령에 올랐던 기억을 회상한다.

 

우리나라 정치지형이 평탄치 않았던 사정을 감안한다 해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오르기 위해 오래 갈고 닦은 역량을 발휘하기에는 임기 5년이 무척 짧았을 것 같다.


야당지도자 시절부터 김 대통령은 집권을 도모하며 건강을 중시했다. 대통령 재임 중은 물론이고 1998년 퇴임할 무렵에도 건강했고, 퇴임 후부터 지금까지도 김 대통령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5년 단임으로 물러난 뒤 돌아보았을 때 오래 준비한 건강이 얼마나 아까웠을까 싶다. 건강이 그럴진대 하물며 정치적 리더십을 5년 만에 접을 때 그것이 얼마나 아쉽겠는가.


건강 이야기가 나왔으니, ‘나와 내 조국의 진실’에서 김 대통령이 밝힌 정치지도자의 건강에 대한 철학을 살펴보자. 노년세대가 참고 할만하다.


“…우리의 일천한 해방 36년의 도정을 살펴보더라도 숱한 정치인의 죽음과 그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 1956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신익희 선생의 유세 도중에 있은 급서와 1960년 역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조병옥 박사의 서거는 한 정치인의 건강이 전체 겨레와 국가의 운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를 알게 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단식 때 외 병원 입원 이력 없어

 

실제로 김 대통령은 ‘건강을 잃으면 의지가 있어도 일을 할 수가 없다.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는 자신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는 가운데,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체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의 건강은 후천적이 아니라 선천적인 면이 엿보인다. 이광복이 쓴 ‘인간 김영삼(섬소년에서 대통령까지)에 따르면 단식 투쟁 때를 제외하면 병원에 입원한 병력이 없다. “이러한 건강은 타고난 체질과 항상 여유를 잃지 않는 대범한 성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렇다고 바닷가 부잣집 아들로서나 유명한 정치지도자로서 남다른 섭생을 한 때문은 아니다.


물론 멸치 어장을 소유한 집안의 장남으로서 특혜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어려서 멸치를 즐겨 먹고, 생선류를 좋아하여 그 시절을 산 보통 사람들보다 풍부하게 칼슘을 섭취했다.

 

그 때문인지 김 대통령은 지금도 치아가 아주 건강하다. 김기수 비서실장은 ‘알아주는 건치이십니다’라고 한다.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였으니 그 연배들 보다 골밀도 면에서도 건강할 것은 당연지사. 다방면의 운동을 즐길 수 있던 것도 그런 바탕이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인간 김영삼’에 따르면 김 대통령은 만능 스포츠맨이었다고 한다. 걷기를 먼저 했는지 수영을 먼저 했는지 모를 정도로 어려서부터 수영을 익혀, 아마추어로서는 상급 실력이었으며 중학교 때에는 축구선수를 하기도 했다.

 

또 야구명문 경남고 출신답게 야구도 잘했고, 골프와 승마도 한때 했으며, ‘10월 유신’ 후에는 유도, 테니스 등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나 특이한 것은 김 대통령이 천성적으로 숙면을 취하는 체질이라는 점이다. ‘인간 김영삼’에 따르면 김 대통령이 평생 꿈을 꾸지 못할 정도로 깊이 잠이 든다고 했다.

 

사람이 꿈을 꾸는 현상은 깊이 잠들지 못하고 가수면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수면 상태로 잠을 설치면 아침에 몸이 무거운 법이다.

 

짧은 시간 동안 잠을 자도 숙면을 취하면 오래 잔 것보다 상쾌하다. 6·25 당시, 서울에 있던 청년 김영삼은 미쳐 부산으로 내려가지 못해 경기도 이천에 숨어 지냈다.

 

그때 그는 고향의 모친이 보고 싶어서 꿈에서라도 한 번 보았으면 하여 꿈을 꾸어보려고 했으나 한번도 꿈꾸기를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처럼 숙면을 취하는 것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하는 일에 몰입하고 에너지를 소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대통령의 건강과 장수는 그리 특별한 비결이랄 것도 없다.


흔히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 중의 하나로 건강을 꼽는다. 최고 지도자로서의 직무 수행에 따르는 압박감이 여간 과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를 ‘결단의 정치인’이라고 한다. ‘인간 김영삼’에 의하면 “한국 정치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행했던 결단은 그 순간에는 다른 사람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결과는 언제나 옳은 것으로 판명남으로써 세인을 놀라게 했다”라며, 김 대통령을 ‘용기와 결단의 지도자’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너무 짧은 집권 5년

 

어쨌든 정치인으로서 김영삼 대통령은 흔치 않은 행복을 누렸다. 용기와 결단으로, 혹은 폭발적인 추진력으로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중학생 시절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는 문구를 책상 머리맡에 붙여놓은 때부터 치면 50여년을 기다려서 꿈을 이루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누린 행복의 총량은 아무래도 고난의 행군을 한 야당지도자 시절을 보상할 만큼 충분했던 것은 아닌 듯하다.

 

어쩌면 청와대라는 배에 올라타자마자 내려온 것처럼 5년의 세월이 빠르게 흘러가버린 듯하다.


역사에도 기록되겠지만, 김 대통령 재임 중에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룬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두둑한 배짱, 진정한 용기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었던 결단들을 김 대통령이 해냈다.

 

뜻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방북 합의를 이끌어냈고, 군내 사조직 ‘하나회’의 해체, 금융실명제 실시, 공무원 재산공개 등 김 대통령과 그 정부가 이룬 업적이 대단하다.

 

불과 15일을 남기고 북한 김일성의 주석의 갑작스런 변고로 방북이 무산된 것은 지금 보아도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김정일 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 간에 있었던 6·15정상회담 때의 일을 상기해보라.

 

두둑한 배짱과 용기, 그리고 결단력이 있는 김 대통령이 북한에서 신격화된 김일성 주석과 만났을 때의 분위기가 어땠을지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가 너무 짧지 않은지 생각해보게 하는 것은 그런 행복한 경우 때문만은 아니다. 정책적으로 아쉽고 반드시 명예회복을 해야 하는데, 임기가 다 돼 버린 경우도 있다.

 

김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우리 시대에 누적돼 있던 고질적인 부실, 안전 불감증 등이 대형 사고들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집권 말기에 불행스런 IMF 경제위기가 닥쳤고, 김영삼 대통령에게 불명예를 안겨주었다.

 

역시 우리 경제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던 여러 가지 불합리한 경제 시스템이 내재돼 있다가 김 대통령 시절에 압축적으로 나타난 결과였다.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언젠가는 터지게 돼 있던 폭탄 이었다’고 했다. 물론 아직도 IMF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IMF에 처하게 하지 않았느냐는 음모론도 있다. 김인호 경제수석은 ‘그런 음모론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견실했다면 설사 미국이 의도한다 해도 경제위기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했다. 문제가 불거지면 개선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실을 따는 기회가 없었다고 김인호 경제수석은 아쉬워한다.


그 점을 보더라도 대통령 임기 5년으로 그치는 것은 아무래도 짧고 아쉽다. 명예를 회복하고, 우리 경제를 되살려낼 수 있는 머리와 건강과 용기와 추진력이 있음에도 임기 5년으로 마치고 퇴임하는 김 대통령의 입장을 짐작할 만하다.


물론 김영삼 대통령에게는 전임으로서의 역할도 막중하다. 김영삼 대통령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만으로도 국가적으로 이득이 아닐까 생각 해본다. 

 

<끝>

〈다음호부터 4회에 걸쳐 김대중 전대통령 편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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