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관리 붉은 등’
‘혈압관리 붉은 등’
  • 관리자
  • 승인 2006.09.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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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상쾌하게 보내자

입추와 말복이 지났다. 그러나 땅 밑의 기운은 가을을 향해 가지만 지상의 열기는 30도를 훌쩍 웃돈다. 기상청 예보에 의하면 올해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한다.

 

날씨가 덥고 습기가 많아 정신적인 피로가 가중되면 불쾌지수가 높아진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는 등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대뇌의 교감신경을 자극하게 되어 ‘카테콜아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되고 몸 속 여러 장기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노년층이 되면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지방 등이 축적되며 고혈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가뜩이나 심장 혈관의 저항이 커지고 비대해졌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가중되면 열을 받게 되어 혈압관리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여유로운 심리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피해야 할 자세들을 살펴보자.

극단적인 표현은 금물

젊었을 때부터 괴팍하기로 소문난 배모(69) 할아버지는 조금 못마땅하다 싶으면 평소 습관대로 가족들에게 있는 짜증, 없는 짜증을 다 부린다. 그 중 대표적인 버릇이 ‘다시는 안 본다’는 표현.


주말에 놀러왔다 가는 자식과 며느리에게 뭔가 서운한 감정이 생기면 “앞으로는 절대 아버지 보러 올 생각 말아라”고 하거나 “나 죽기 전에는 내 집 문 앞에 발도 들여 놓지 말라”며 악담을 한다.


아들 내외가 현관문을 나서기도 전에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 버리면 아내인 현모(64) 할머니는 심장이 콱 멈추는 듯 충격을 받는다. 30여년을 남편의 극단적인 표현을 들으며 살아와 내성이 생길만도 한데, 그렇지를 못해 항상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자식들이 떠나고 나면 배모 할아버지 역시 화를 다스리기 위해 청심환이나 안정환 같은 약을 먹어야 한다. ‘성질을 조금만 줄이면 가족 모두가 얼마나 편안할까’ 제발 남편이 일흔 살이 되기 전에 마음을 고쳐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혼자 품어본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완벽주의자인 서모(68) 할머니는 새벽에 눈을 뜨면 세수를 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큰 딸, 큰 아들, 작은 아들의 집에 각각 돌아가면서 전화를 한다.

 

“얘, 오늘은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간 단다. 애들 학원 갈 때 가방에 꼭 우산 챙겨 보내라” “아범아, 날씨가 덥다고 끼니 거르면 안 된다. 그저 밥이 보약이야. 입맛 떨어져도 꼭꼭 씹어서 잘 챙겨 먹어라” “어멈아, 날씨 좋은 날에는 이불을 내다 말려야 한다” “고추장 항아리 열어 놔라” 등등 시시콜콜 원격조정을 한다.


아들, 딸, 며느리들이 이미 50대나 40대에 접어들고 있는데 서 할머니의 의식 속에는 아직도 어린애라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일일이 전화하고 못미더우면 직접 찾아나서 관여를 해야 안심이 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서 할머니는 경로당 친구들과 어디를 마음 편하게 놀러가지도 못한다.

‘내가 누군데…’ 하는 생각은 피곤하기만

공직에서 은퇴한 윤모(66) 할아버지는 ‘내가 누군데’ 하는 의식이 지배적이다. 젊은 시절 잘나가는 요직에서 대접을 받으며 살아와 노년이 된 지금도 그 의식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음식점에 가서도 다른 사람보다 서빙을 늦게 받으면 벌컥 화를 낸다. 지하철을 타면 당연히 자리를 양보 받아야 하고, 택시를 탈 때도 마땅히 좋은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분이 망가져 하루 종일 저기압 상태다.


좋은 자리나, 좋은 음식이 있으면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편하고 털털하게 나이를 먹으면 좋으련만 갈수록 완고해져 윤 할아버지는 풍채가 좋지만, 배우자인 이모 할머니는 까칠하게 말랐다.

‘나 같으면 이런 일은 절대 안해’ 단언은 금물

평상시 경로당 할머니들 사이에서 ‘경우 바른 행동’ 잘하는 할머니로 소문난 진모(65) 할머니. 한번을 얻어먹으면 반드시 다음번엔 자신이 꼭 사야하고, 어떤 일로 신세를 졌으면 꼭 그것을 갚아야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진모 할머니는 자신이 이렇게 경우가 바른 만큼 남들도 자신처럼 경우가 바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 경우에 어긋난다 싶으면 토라져 버린다.


사람마다 가치기준이 다르고 처한 입장과 사정이 다르며 내가 한 행동만큼 상대방도 ‘나 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근거는 없건만, 진 할머니는 이런 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화가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화풀이하지 않아야

3년 전 아들이 보증을 잘못 서 재산을 날리고 한 상가 건물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이모(67) 할아버지. 만 하루를 일하고 집에 돌아올 때면 화가 가득 차 있다.

 

넉넉하게 노후 자금을 마련해 놓지는 않았지만, 집 한 채 있는 것으로 월세 받고, 보험 들어놓은 돈으로 최저의 생활은 유지하려니 생각했는데 계획이 빗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못난 아들을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어 살 수가 없다. 길 가는 강아지는 물론 돌멩이에 이르기까지 한번이라도 걷어차야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린다.


사정이 이러니 아들은 물론 며느리, 손자까지도 모두 이 할아버지 앞에서는 죄인이 되어 고개를 들지 못한다. “이왕 그렇게 된 일, 이제 그만 좀 하시지요” 했다가는 말 폭탄이 언제, 어떻게 날아들지 모르기 때문. 이 할아버지가 집에 있는 날은 식구들이 모두 집을 나가거나, 웃음소리 한 번 나지 않는 초상집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낸다.

화를 내는 것은 습관, 연결의 고리 끊어야

노벨평화상 후보이자 세계 불교계의 상징적 인물인 틱낫한 스님은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고 말한다. 눈을 돌리면 화나는 것 투성인데 이럴 때마다 화를 내고 살거나, 속은 부글부글 끓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 위장을 하는 것 모두 옳지 않은 태도라는 것.


정신과 전문의들 역시 화가 나면 언성이 높아지고 말을 더욱 더 많이 하게 되는데 이렇게 한다고 해서 화가 풀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가족들이 입은 상처는 제2의 갈등을 일으키며 또 다른 화를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기 때문. 흥분상태에서는 실수를 하기 쉽다. 대부분의 경우 화의 표출은 인간관계와 상황을 악화시키게 된다. 당장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일단 미뤄 두고 차분한 상태로 대응하는 게 더 이롭다는 것.


틱낫한 스님은 그의 저서에서 ‘화가 날수록 말을 삼가고, 성난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며 감정을 추스르라’고 조언한다. 화는 보살핌을 간절히 바라는 아기이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며, 화내는 것은 일종의 습관이어서 그 연결고리를 끊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화가 났을 때 남의 탓을 하거나, 화나게 한 사람에게 앙갚음을 해서는 곤란하다고. 그렇다고 무조건 참으라고만은 하지 않는다. 화를 참으면 병이 되기 때문에 애써 태연한 척하지 말라는 것.

 

다만 함부로 떼어낼 수 없는 신체 장기처럼 화도 우리의 일부이므로 억지로 참거나 제거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화를 울고 있는 아기라고 생각하고 보듬고 달래라고 조언한다.


 장옥경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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