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죽음학회 월례포럼(1) 노년의 바람직한 죽음
한국죽음학회 월례포럼(1) 노년의 바람직한 죽음
  • super
  • 승인 2006.08.1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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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죽음 행복한 죽음 바람직한 죽음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다가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불안 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모든 인간들의 바람일 것이다. 이에 ‘한국죽음학회’는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어 온 ‘죽음’의 문제를 부각시켜 이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철학을 기반으로 사회적 담론을 끌어내고자 월례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노년시대는 학회의 발표 내용을 지면으로 공개해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강남대학교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고양곤 석좌교수의 ‘노년의 바람직한 죽음과 사별가족들의 애도 상담’ 편을 정리해 본다.

“인간은 언젠가 죽기마련이다”=인간을 비롯해 모든 생물체에 있어 죽음에 예외는 없으며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렇듯 죽음은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이에 대한 태도나 과정은 다분히 개별적이다. 삶과 죽음은 개인의 선택과 태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이야기하길 꺼린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노인이나 부모 앞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를 불경으로 생각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죽음에 관한 사회적 담론이나 연구가 부족해 교육이나 서비스 프로그램이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죽음은 당사자뿐 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고통과 실망, 상실감 등을 주기 때문에 가족을 위한 지원과 상담,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고양곤 교수는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이 죽음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바람직한 죽음을 맞을 수 있다.

 

그래야만 임종을 맞는 당사자가 큰 고통이나 어려움 없이 임종을 맞을 수 있고 가족들의 고통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죽음 불안 요인 다양하게 이해해야=우리나라는 지난 1994년 이후 출산율 저하와 함께 사망률도 줄어들고 있다. 1994년에는 출생아 수가 72만8,000명이 넘었던 반면, 최근 2004년에는 47만6,000명으로 지난 10년 동안 25만2,000명이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사망자 수는 94년 24만8,000명에서 2004년 24만5,000명 정도로 3,000명 감소했다.


또한 출산율은 20대 연령층에서 현저하게 줄어든 데 반해 사망률은 남성은 60대, 여성은 70대에서 높아졌다. 남녀 사망률을 비교해 보면 40대 남성은 여성보다 2.8배, 50대 남성은 여성보다 3배, 60대 남성은 여성보다 2.6배나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사망 원인으로는 암질환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뇌혈관 질환, 신장질환, 당뇨 등이 그 뒤를 이었는데, 이 중 남성은 암으로 인한 사망이 가장 많았고 여성은 뇌혈관 질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노인의 사망 당시 혼인상태를 살펴보면 남성은 배우자가 있는 경우가 70.1%로 가장 많고, 사별은 14.7%, 미혼 8.1%, 이혼 5.8% 등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사별이 67.4%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가 있는 경우가 24.2%, 미혼 3.8%, 이혼 2.9%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종교적 요인과 인구사회학적 특성, 심리특성, 가족환경, 사회적지지 등이 죽음에 관한 태도에 영향을 준다. 이렇듯 죽음은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데, 이런 요인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죽음에 대해 필요 이상의 두려움을 갖게 되어 임종 시 큰 고통을 느낄 수 있다. 


임종 앞둔 노인도 다양한 욕구 있다=임종을 앞둔 노인도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사회적 변화와 함께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죽음에 수반되는 신체적 고통이나 불편은 죽음을 생각할 때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런 불안감과 고통을 줄이기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위생관리 문제다. 신체동작 능력을 상실한 노인들은 자신의 위생이나 외모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을 도와줄 대인서비스가 필요하다. 노인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외모에 대한 염려를 덜 수 있다.


둘째,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 임종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슬픔과 분노, 두려움, 고통 등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해 준다. 지난 생의 회상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추억을 정리해 본다면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 가족이나 주변인들과의 관계에서 남아 있는 정서적 문제나 심리적 갈등이 있다면 이를 해결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와 함께 노인의 신체적 상태나 인지기능이 허락한다면 먹고 싶은 음식, 입고 싶은 옷 등과 같은 간단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 좋으며, 유언할 기회를 주는 것도 바람직하다.


“죽음 가는 길 가족 함께 해야”

노인들은 배우자를 비롯해 친지, 친구 등을 통해 사별을 경험하게 되는데, 노년기에 겪게 되는 사별은 더 큰 충격과 슬픔으로 다가온다. 특히 사랑하는 배우자를 잃은 경우는 슬픔, 원망, 죄의식, 후회, 상실감, 혼란, 불안 등과 같은 정서적인 고통이 심하며, 신체적으로도 피로감, 현기증, 불면증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경우 가족이나 친구들은 곁에서 진심으로 위로해 주며 고인에 대한 회상을 들어주는 것이 좋다. 또 중요한 의사결정은 가능한 애도과정이 끝난 뒤 결정하도록 하고, 사별 노인이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도록 해 빠른 시일안에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임종 앞둔 노인의 기본적인 권리=임종과정에 있더라도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가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첫째, 임종 노인도 자신의 죽음에 대해 알 권리가 있으며, 의사는 당사자에게 진단결과를 솔직하게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흔히 의사들은 임종을 가족들에게만 알리고 당사자에게는 말해 주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노인의 알 권리를 무시한 행동이다.

 

더 나아가 환자의 상태를 타인에게 알릴 것인가의 결정도 가족의 의견이 아닌 환자의 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하며, 만일 환자가 자기 병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기를 원한다면 그 의사 역시 존중돼야 한다.


둘째, 임종 노인은 자신의 죽을 장소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가족과 친척들이 함께 모여 있는 집에서 임종을 맞고 싶어하는 노인이 있는 반면, 임종 시 받는 고통에 대해 적절한 처리를 해줄 수 있는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원하는 노인도 있다. 이런 노인들의 바람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존중돼야 한다.


셋째, 자신의 시신에 대한 처리권을 가진다. 묘지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시신을 매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당사자가 화장을 원할 경우나 신체의 일부를 타인에게 기증하기를 원한다면 임종 전에 적절한 조치를 통해 당사자의 의사가 존중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의 바람직한 죽음

미국의 모턴은 ‘신체적인 고통이나 정신적인 불안, 두려움 등이 없이 자신이 살던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애정을 나누면서 맑은 정신을 가지고 가족, 친지, 친구들과 함께 임종과정을 겪는 것’을 바람직한 죽음이라고 했다.

 

이는 원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노년에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다가 자신이 살던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통 없이 편안하게 그리고 존엄스럽게 임종을 맞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당사자에게 좋은 죽음을 선물하기 위해서는 유언장 작성을 비롯한 신변 정리를 본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주고, 더 나아가 임종 장소, 방법, 시신처리, 장례 절차에 이르기까지 죽음에 관련된 모든 과정을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해 진행해야 한다. 

 

아기가 출생할 때 출생과정에 부모, 가족, 의료진, 지역사회 자원 등의 도움이 필요 하듯이 생의 마지막인 죽음도 임종 과정에 있어 앞서 언급된 여러 가지 준비와 도움이 있어야만 행복한 노년기의 삶과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고 교수는 “바람직한 죽음을 맞기 위해 임종과정에서 요구되는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죽음체계가 확대 개선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교육이 가정, 학교, 지역사회, 보건복지시설, 종교기관 등에서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회적으로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도화해 임종과정에 있는 노인들을 도와주고, 노인자살 예방교육과 각종 상담과 지원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췌·정리=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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