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회 최고] 구자생 충남 당진군지회장
[우리지회 최고] 구자생 충남 당진군지회장
  • 김용환 기자
  • 승인 2010.04.30 10:48
  • 호수 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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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만들기, 노인 상담‘최선’
취업지원센터장서 지회장으로… 전국 최연소 지회장 당선
한글교실서 글자 깨우치는 노인학생들 보면 큰 보람 느껴
군수 출마 2번 낙선 고배 “노인회장 잘 하라고 떨어진 것”

“대체로 자살은 젊은 층보다는 고령층에서 많습니다. 최근 10여 년 사이 고령계층의 자살률을 보면 놀라울 정도입니다. 1995~2005년에 전체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1.8명에서 26.1명으로 120% 늘었는데 같은 기간 60대 초반의 자살률은 17.4명에서 48명으로 175%, 70대 후반은 27.5명에서 89명으로 223%나 높아졌습니다. 노인자살이 얼마나 심각한 지 이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충남 당진군지회 구자생 지회장은 노인 자살이 이처럼 심각한 것은 노인복지가 뒤떨어진 것을 큰 요인으로 꼽는다.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경기가 나빠지면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인 노인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는다”고 강조한다.

구 지회장은 취업지원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을 거울삼아 지회장 재임기간동안 노인상담, 노인 일자리 늘리기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고령 노동자 대부분은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저임금 비정규직입니다. 일자리는 적은데 일하려는 노인들은 넘쳐나고, 게다가 이들이 단순노동 부문으로 몰리니 노인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갈수록 떨어지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구 지회장은 말한다.

그래서 구 지회장은 당진군 노인들을 위한 노인상담을 강화키로 하고, 당진군으로부터 26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놓고 있다.

구 지회장은 취업지원센터장으로 일하면서 교육형일자리로 초등학교에서 한문교육과 노인한글교실을 시작한 것이 가장 보람이 있었다고 말한다. 교사로 정년퇴직한 일자리 참여자들이 체계적으로 한글을 가르치고 있을 뿐 아니라 학생들이 한글을 익히려는 의욕이 높아 120명이 수업을 듣고 있다.

한글교실 학생들은 이해력은 괜찮은데 암기력이 떨어져 고민이지만 시루에 물을 부어도 콩나물을 자란다고 했던가. 1년쯤 공부를 하고 나면 웬만한 편지를 척척 써내는 학생들을 보면서 교육의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단다.

한글교실이 매년 9월이면 끝나는데 학생들이 12월까지 한글교실이 이어지게 해 달라는 편지를 쓰자 군수가 직접 긍정적인 답장을 보내오기도 했다.

구 지회장은 한글을 깨우치고 나면 운전면허를 따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학생들이 자녀에게 안부편지를 쓰면서 이 같은 내용을 전하자 “엄마 걱정 말고 면허만 따세요. 새 차를 뽑아드리겠습니다”하는 답장이 쇄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구자생 지회장은 68세로 전국 최연소 지회장이다. 그는 최초로 취업지원센터장을 하다가 지회장에 당선된 기록도 지니게 됐다. “단돈 1원도 안 쓰고 선거운동을 위해 대문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가고 전화로만 선거 운동을 하고도 당선됐다”고 지회 직원들은 귀띔한다.

당진군청에 오래 근무하면서 면장을 지내기도 한 구 지회장은 지금도 서산, 당진 아래 지방에서는 너무 작아서 못 먹고, 인천 쯤 올라가면 너무 세서 못 먹는다는 실치를 먹으러 횟집에 가면

“면장님 오셨슈?”
“언제 적 면장인데 아직도 면장님여?”
“실치 싱싱해유?”
“실치 다 썩었쓔.”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듯 퉁명스런 대꾸가 이어지기도 해서 홀 안에 있는 손님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당진군은 자립도가 높아 시 승격을 앞에 두고 있다. 당진화력발전소에서 200억원짜리 문예회관을 지어준 데 이어 현대제철에서 200억원을 들여 노인복지관 지어주기로 하는 등 굴지의 기업들이 지역사회 문화, 복지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

당진군에는 특별경로당이 있다. 지난 2007년 2월 1일 송기준 회장이 13대 회장으로 취임해 경로당을 이끌고 있다. 이 특별경로당은 지난 86년에는 보건사회부장관으로부터 모범경로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읍내에 자주 나들이 하는 회원들이 집 가까이 있는 경로당에 등록하지 않고 특별경로당에 나오고 있다.

군수에 출마해서 2번 낙선의 고배를 마신 적이 있는 구 지회장은 “노인회장을 하라고 군수에 떨어진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당진군 지역 어르신들을 섬기는 봉사자로서 ‘섬기는 리더십’을 십분 발휘하겠다”고 다짐한다.

김용환 기자 efg@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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