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나의 우울증 탈출기
독자기고 - 나의 우울증 탈출기
  • 관리자
  • 승인 2010.05.24 14:21
  • 호수 2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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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화 기자/강릉
직접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우울증이란 병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우울증에 시달린 것은 공직 생활을 떠난 직후인 60대 초반부터였다. 멍하니 TV보기, 폭음, 모임에서 풀 죽어있기, 짜증내기 등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채 온종일 부정적인 생각들만 가득했다.

이 질병은 아프진 않아도 죽는 것 보다 더 괴로운 마음의 병을 앓게 된다. 그렇게 어두운 나날을 보내던 중 우연히 백세시대에 지금의 심정을 담은 시(詩) 한편을 보내게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냈던 ‘어느 망자의 추억’이란 필자의 글이 신문에 실리면서 내 마음이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진창도 있고, 펄도 있고, 모래사장도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닫기 시작했다. 그 후 계속해서 글을 쓰며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을 통해 마음이 보다 넉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울증도 별거 아니라는 생각마저 갖게 됐다.

나 자신을 팽개쳐 버리자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생겼고, 자신에 대해 관대해지자 남이 날 알아봐주길 바랬던 욕구가 사라졌다. 마음은 점점 더 자유로워지고, 보다 긍정적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나 자신이 인정받을 때 비로소 우울증이란 올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나의 우울증 몰아내기 작전은 계속됐다. 우선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부터 문화재지킴이, 학교아동폭력지킴이, 희망근로참여까지. 현재는 강릉 시니어클럽의 시장환경지킴이와 주문진시장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아침 등산을 시작했다.

하루에 1시간 이상 숲속을 거닐며 운동하는 것이 일과가 됐다. 이것은 상쾌한 기분을 갖게 하고 짜증은 줄여주며 체중까지 줄여주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세 번째 작전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과감히 인정하며 받아드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좋아하는 글쓰기를 해도 스트레스를 받기마련이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다.

무엇보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으려고 노력한다. 밥을 비롯한 생선, 채소, 과일은 물론이고 막걸리도 거뜬히 마신다는 웃지못할 식성도 빼 놓을 수 없는 방법이다. 끝으로 잠들기 전에 나의 애창곡이나 좋아하는 트롯음악을 들으면서 편히 잠들고, 새벽에 깨면서는 다음과 같이 간곡한 기원을 잊지 않는다.

‘하늘이여! 오늘도 건강하고 무탈하며 긍정하고 배려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모두가 행복한 삶이 되게하소서.’ 우울증은 내가 가진 마음의 짐에서 비롯된다. 우울함 없이 산다는 것은 날마다 유쾌하고, 새로워지는 동시에 다시 한 번 자신을 발견하고 되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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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귀 2010-06-05 16:19:26
정운화 기자님 화이팅!! 맞아요 스스로 행동할 때 해결되지 남이 절대로 해결못해주지요 더 멋진 노후가 되실겁니다. (저는 좀 더 젊지만 우울증오는걸 막기 위해 운동하고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곤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