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용두산 공원의 노인들
[독자기고]용두산 공원의 노인들
  • 관리자
  • 승인 2010.05.24 14:22
  • 호수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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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식 부산 북구 남산정사회복지관장
5월 8일 어버이날 오후에 용두산 공원의 노인들을 위한 작은 ‘어버이날 감사행사’가 있었다. 먹을거리를 사랑하는 주부회원들과 아동양육시설 종덕원 아이들 20명이 함께 참여해 율동과 춤으로 짧은 공연의 시간을 마련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자원봉사자 주부들과 꼬마 아이들이 노인들에게 찾아가 카네이션을 직접 가슴이 달아 드리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어느 노인 한분이 벅차오르는 마음에 그만 눈물을 흘리셨다.

그 날 용두산 공원을 찾은 500여명의 노인들 중 가슴에 당당하게 카네이션을 달고 오신 어르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자녀들이 이 날 만큼은 아버지, 어머니의 은혜를 생각해서 꽃한송이를 달아 드릴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를 못했다.

오늘도 점심 한 그릇은 무료급식으로 해결하고, 그 곳을 찾은 관광객들을 바라보거나 바둑을 두면서 소일하는 그들. 과연 어르신들은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한 마음마저 들었다.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 노인들의 현주소가 아닐까.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급격한 증가추세로 전체인구의 10.7%인 520만명을 넘고 있다. 날로 증가하는 속도는 빨라 2018년이면 14.3%, 2026년엔 20.8%로 초고령사회가 이제 16년이면 다가온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인구 학자들의 통계상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 노인인구가 38.3%로 세계 1위가 된다는 점이다.

그때는 경제능력인구와 노인인구를 비교하는 숫자에서 국민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시대를 맞아 한마디로 노인인구 재앙시대가 도래하고 만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예상수치는 우리나라의 저출산의 비극 때문이다.

세계에서 또한 1위로 달려가는 저출산 문제는 우리나라 평균이 1.15명이고, 더욱 부산은 0.95명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미 2005년도부터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 관한 정부의 강력한 시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고작 아기출산시 출산장려금을 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젠 과감한 보육시설의 확충과 부진한 민간보육시설을 국가에서 맡아 ‘아이는 나라에서 키운다’는 식의 확고한 정책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오늘 행사를 진행하면서 용두산 노인들 모두의 화두는 ‘9988234’에 모아져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만 아프다가 ‘3일’만에 가는 인생을 소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에 불과하다. 노인들에게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삶의 위험은 스나미처럼 다가오고 있다.

소득 상실은 물론이고 건강 악화로 남은여생을 살아야 할 순간에서 노인들은 더 이상 가족의 도움을 기대하기 않는다. 50%가 넘는 노인들은 시설이나 노인요양보호사의 도움을 기대한다.

자식이라 아들, 며느리들이 부모의 부양을 기피하고, 가정의 불화와 갈등으로 표출되고야 마는 현실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일전에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 자료에서 32.4%가 집보다는 노인요양시설에서, 23.1%는 가족보다는 노인요양사의 돌봄을 기대한다는 통계는 요즈음 우리가정의 한계점을 여실이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지금 노인들의 4.3%인 26만 명만 노인요양의 혜택을 받으나 하루 빨리 8%인 42만 명까지 보호를 줄 수 있는 요양판정 4등급 신설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번 찾아오지도 않는 자식들이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권자에서 탈락된 노인들의 울부짖음은 더욱 심각하다. 독거노인이 100만 명을 육박하는 지금, 노인기초노령임금은 정말 요긴한 게 아닐 수 없다. 보다 현실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일 없이 용두산 공원을 찾는 노인들은 그래도 행복한 어르신들이다. 우선 일용한 양식이 해결되고 건강해서 그곳까지 올 수 있어 다행이다. 하루 종일 아름다운 부산의 바다를 바라보면서 하루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가 있음에 감사하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여가활용 시설들이 생겨나서 외로운 노인들의 보금자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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