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 다세대주택서 3대가 ‘오순도순’
3층 다세대주택서 3대가 ‘오순도순’
  • 안종호
  • 승인 2010.05.28 13:14
  • 호수 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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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가 한 층씩 독립된 생활 유지해, 노부부, 손자와 함께 살며 더없이 행복
▲ 3대가 모여사는 김이복 어르신 가족.


핵가족에 이어 최근 1인 가구가 급증, 전통적인 가족구조가 급격히 해제되고 있어 한 지붕 아래 3대가 오순도순 살아가는 대가족은 이채로운 풍경이 됐다.

2~3층의 다세대주택 각 층에서 부모세대와 2세대, 그리고 손자녀 등 3대가 각각 독립된 생활을 하면서도 전통적인 대가족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김이복(73) 어르신 가족이 그랬다.

김이복 어르신은 3층 다세대주택에서 1남 2녀 중 외국 유학 중인 딸 1명을 제외하고 두 자녀와 며느리, 2명의 손자 등 7명이 대가족을 이뤄 살고 있다.

3층은 김이복 어르신 내외와 딸이, 2층은 아들 내외와 손자들, 그리고 1층은 김이복 어르신이 운영하는 약국이다. 3년 전만 해도 3대가 한 층에 같이 살았지만, 음악엔지니어로 일하며 야간작업이 많은 아들의 직업 때문에 부득이 층수를 달리해서 살고 있다.

김이복 어르신의 작은 약국에는 손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다복한 모습을 자랑이라도 하듯 테이블 위에 장난감 권총과 칼이 나뒹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돈보다 귀한 딱지도 한 박스가 놓여 있었다.

태권도복을 입고 약국에 들어선 손자 김한솔(12)군은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학원 다녀왔습니다. 사랑해요, 할아버지”라고 말하며 볼에 뽀뽀를 하곤 2층으로 뛰어갔다.

“놀라지 말아요. 내가 정한 우리 가족만의 규칙이야. 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볼에 뽀뽀를 해야 돼. 자식들이나 손주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예외는 아냐. 남편이 처음엔 쑥스러워하더니 요즘엔 내가 뽀뽀 안 해주면 삐진다니까.”

할머니 강남숙(67)씨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가족들의 독특한 ‘사랑실천법’을 설명했다.

할머니는 “난 손자들하고 매일 문자도 주고받아”라며 핸드폰을 꺼내 손자들과 주고받은 문자를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강씨는 “문자 보내는 방법을 일부러 배웠다”고 자랑했다.

김이복 어르신은 “여든 살까지는 계속 일할 거니까, 그 때까지 생활비는 직접 해결할 수 있다”며 자신의 철저한 생활원칙과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어르신은 “아들이 24살에 결혼했는데, 당시 대학원에 다녔기 때문에 함께 살았다”며 “부모님과 함께 살기 원하는 아들과 이를 이해하는 며느리 덕분에 어려움 없이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다”고 3대를 이뤄 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어르신은 자녀와 함께 살아서 좋은 점을 묻자 “자식, 손자들 매일 얼굴 보는 것 보다 더 좋은 약이 어디 있느냐”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이 아파도 손자들이 매일 안아주면서 뽀뽀해주면 병원 안가도 낫는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부인 강씨도 “자식들하고 같이 사니까 우리도 젊어지는 거 같다. 손자들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자전거 타는 법도 가르쳐 주면서 큰 행복을 느낀다”며 싱글벙글이다.

아들 대현(36)씨는 “한빛(14)·한솔(12)이는 요즘 아이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며 “할아버지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용돈을 모아 아이스크림을 사드리기도 하고, 수학여행이라도 가면 항상 할아버지, 할머니의 기념품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라색을 좋아하는 할머니를 위해서 어버이날 카네이션 바구니도 보라색을 고를 정도란다.

대현씨는 또, “점심때마다 아내가 부모님 점심을 챙겨 약국으로 갖다드린다”며 “우리가 부모님께 하는 행동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른을 공경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연일까. 김이복 어르신이 1938년생. 아들 대현씨는 1974년생, 큰손자 한빛이는 1998년생으로 모두 호랑이 띠다. 무리지어 생활하는 호랑이처럼 호랑이띠 3대가 함께 모여살고 있는 모습은 더없이 정겨웠다.

일요일이면 3대가 함께 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리고, 휴일이면 공원에서 자전거도 즐겨 탄다. 봄, 가을이면 등산도 자주 가고, 생일과 명절 때면 꼭 파티를 열고 있다. ‘함께 숨쉬고, 함께 부비면서, 웃고 울어야 진정한 가족’이란 말이 실감나는 가족이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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