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서 장수월드컵 개최가 꿈”
“우리나라서 장수월드컵 개최가 꿈”
  • 안종호
  • 승인 2010.06.11 12:02
  • 호수 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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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장수축구단, 70세 이상만 회원 가능
전국장수축구대회 6월 26~27일 충남 부여서
▲ 2009년 6월 23일, 제2회 전국장수축구대회에서 성동구축구단 어르신들이 상대팀과 치열한 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유니폼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라운드에 모여 천천히 몸을 풀고 있다. 모두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다. 이들은 국내 최고령을 자랑하는 성동구 장수축구단. 70세 이상에게만 회원자격이 주어지는 국내 최초의 어르신 축구단으로 팀원 31명의 평균연령은 75세에 달한다. 최고령 선수는 82세나 된다. 주전 11명의 나이 합은 800살이 넘고, 팀원 전체의 나이를 합하면 2200살이 넘는다.

초대 단장을 맡았던 이기필(75) 어르신은 “젊은 사람들에게 밀려 시합에 나갈 수 없게 된 소외된 노인들이 2005년 3월에 한 데 뭉친 게 성동구 장수축구단의 시작”이라고 창단배경을 설명한다. 또 “회원들 대부분이 1970년 성동 조기 축구회로 인연을 맺은 후 40년 넘게 축구로 우의를 다져온 죽마고우들”이라며 축구단의 끈끈한 우정도 과시한다.

6월 5일 강남구 장수축구단과 친선 시합이 있는 날. 휘슬이 울리자 어르신들의 눈빛이 매서워진다. 백발을 휘날리며 골문을 향해 주저 없이 쇄도하는 어르신들의 표정은 국가대표 못지않다. 주름사이로 땀방울이 흐르고, 유니폼은 어느새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다. 그렇게 전반 25분, 후반 25분 총 50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빈다. 그러나 어르신들의 얼굴에서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축구단 단장인 전재연(74) 어르신은 “30도가 넘는 무더위와 영하의 겨울 날씨에도 매주 토요일에는 만나서 공을 찬다”며 “장기간 사회활동이 정지될 수밖에 없는 노인들에게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사회와 소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한다.

가족들과 함께 운동장을 찾은 김오득(76) 어르신은 “아직도 100m를 15초대에 뛸 수 있다”고 튼튼한 허벅지를 내보이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는 또 “가족들이 처음에는 운동하다 다칠까봐 걱정부터 앞섰는데… 지금은 아들과 손자도 함께 운동하면서 건강해지니까 더 좋아한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어르신들의 시합이지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른다. 무엇보다 멋진 경기를 보여준 선수에겐 상대팀이라고 해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회원들은 ‘승리’를 갈망하되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축구를 즐기는 게 성동구 장수축구단의 모토라고 입을 모은다.

성동구 장수축구단의 창단 이후 전국에 40여개의 장수 축구단이 생겼다. 지난 2008년, 1회로 시작한 전국장수축구대회가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다. 올 대회는 20여개 팀이 참여한 가운데 6월 26~27일 충남 부여에서 열린다. 한편 올 가을에는 일본의 시니어축구단 3팀을 초청해 친선축구 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성동구 장수축구단 멤버이자 현 전국장수축구진흥회 회장인 김길문(75) 어르신은 “현재 40개인 장수축구단을 200여개의 행정구역 단위별로 활성화시키는 게 1차 목표”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다. 또 김 어르신은 “17세 이하, 20세 이하, 여성들을 위한 월드컵은 있는데 아직까지 장수월드컵은 없다”며 “우리가 장수축구단의 기반을 잘 구축해서 첫 장수월드컵을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게 꿈”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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