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위해 독일행 선택 이제는 보살핌 간절해”
“조국 위해 독일행 선택 이제는 보살핌 간절해”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0.06.18 13:40
  • 호수 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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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간호사 석숙자씨
▲ 파독간호사 석숙자씨는 “1973년, 3년 계약으로 독일로 향했는데, 젊음을 함께 했던 독일생활을 되돌려 생각하려니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친다”며 운을 뗐다. 사진=임근재 기자
야간근무도 자청해 번 돈 모두 조국에 송금
조국에 보탬된다는 긍지·자부심에 근검절약
“파독간호사 재평가, 실질적인 도움 전해야”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이 6월 17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마련한 ‘파독 간호사 45년 역사를 묻다’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파독간호사 석숙자씨는 “1973년, 3년 계약으로 독일로 향했는데, 젊음을 함께 했던 독일생활을 되돌려 생각하려니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친다”며 운을 뗐다.

현재 경남 남해군에 조성된 독일마을에 거주하는 석씨는 “1960년대 조국이 너무나 가난했기에 20대 젊은 청춘들이 나라를 위해, 한 가정을 위해 희생됐다”며 “파독간호사 중 일부는 성공했고, 또 일부는 병들고 힘없고 돈도 없다. 대한민국 경제부흥에 초석이 됐던 파독간호사들에게 보살핌의 손길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씨는 파독생활을 회상하며 “1973년 독일로 건너가 한 달 월급 740마르크를 받아 기숙사비와 식사비 180마르크, 용돈 20마르크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한국으로 송금했다”며 “3년 계약이었기 때문에 8시간 근무 외에도 야간근무를 자청, 야간근무수당을 더해 한국으로 송금했다”고 밝혔다.

이어 “독일에서는 소나 말 먹이에 불과한 밤을 맛나게 먹으니 현지인들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라 그렇다며 업신여겼고, 독일인들에게 잡풀에 불과한 고사리를 잔뜩 채취하면서 이를 이상하게 여긴 현지 산림조합원에게 토끼에게 먹일 것이라고 대답하며 부끄럽고 창피했던 일이 생생하다”고 증언했다.

석씨는 “파독간호사 중에는 자신보다는 가족부양이나 동생들 학비를 벌기 위해 독일행을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며 “독일은 한국과 달리 간호사들이 전적으로 환자를 돌봐야 해 업무 과정에서도 수많은 고초를 겪었다”고 말했다.

석씨는 “환자를 씻기고, 옷을 입히고, 밥을 먹이고, 대소변 처리까지 도맡았다”며 “야근시간,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에도 사후처치를 다 했고, 겨울밤 찬바람을 맞으며 시체실로 사체를 옮기다 들것에서 떨어뜨려 몸서리치는 등 20대에게는 힘겨운 일을 감내하며 생활했다”고 덧붙였다.

석씨는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갖은 고초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벌어 송금한 마르크가 조국의 경제부흥에 기초가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 속 깊이 응어리져 있던 가난한 나라 국민의 설움과 비참함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또, “독일에서 사는 동안 조국을 위해 작은 보탬이 됐다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부지런히 일했고, 근검절약하며 독일인들에게 신뢰와 인정받는 한국간호사로 살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파독간호사에 대한 처우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평가를 내렸다.

석씨는 “이제 60~70대가 된 파독간호사들은 손마디마다 관절염을 갖고 산다”며 “건강상 근무가 불가능해 오랜 세월 병으로 지내는 분들과 적은 연금과 60대 이상 고령의 몸을 이끌고 옥탑방에 세 들어 사는 분, 한국에 휴가를 나오고 싶어도 형편이 어려워 나오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며 “대한민국 경제부흥에 초석이 됐던 파독간호사들에게 보살핌의 손길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파독간호사들에 대한 평가가 다양한 각도에서 공정하게 이뤄지길 바란다”며 “평가로만 그치지 말고 가슴 속에 한을 품고 살아가는 파독간호사들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사진설명> 파독간호사 석숙자씨는 “1973년, 3년 계약으로 독일로 향했는데, 젊음을 함께 했던 독일생활을 되돌려 생각하려니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친다”며 운을 뗐다. 사진=임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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