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도 영어가사 읊었더니…”
“잠결에도 영어가사 읊었더니…”
  • 안종호
  • 승인 2010.06.25 11:13
  • 호수 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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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여중고 팝송대회 중등부 대상팀
▲ 6월 21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열린 제6회 일성여중고 팝송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일성여중 1학년 6반 학생들이 ‘당신은 나의 태양(You are my sunshine)’을 부르고 있다. 사진=임근재 기자

6월 21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는 중고령 여성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팝송 실력을 겨루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무대에 오른 학생들은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재학생 가운데 치열한 예선을 거쳐 선발된 15팀.

올해로 6회째 열린 영어팝송대회는 만학의 길을 걷는 중고령 여성들에게 다소 어려운 영어를 노래와 접목시켜 거부감을 없애는 한편 영어를 생활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팝송대회는 가족과 학우들 8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즐거운 축제 분위기로 연출됐다. 대회참가자들은 올드팝송과 영화음악 등 다양한 노래를 선보였다. 노래와 어울리는 드레스와 복고풍 디스코바지, 교복 등의 의상이 어르신들의 열의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특히 선글라스와 가발, 장난감 등 기발한 소품을 활용해 관객들을 시종일관 즐겁게 했다. 객석에서는 색색의 풍선을 비롯해 플래카드와 응원막대, 장갑 등을 동원한 치열한 응원전으로 화답했다.

이날 대회에는 졸업생의 섹소폰 연주를 비롯해 합창부 공연, 지난 대회 수상자 공연 등 다양한 축하공연도 펼쳐졌다.

대회 결과, 고등부 대상은 ‘You raise me up’을 열창한 1학년 4반 김금숙(43)씨, 중등부 대상은 ‘You are my sunshine’을 부른 1학년 6반 이혜숙(59)·김수자(54)·조순애(54)·전미애(53)씨가 차지했다.

중등부 대상을 차지한 이혜숙씨 등은 보라색 복고풍 블라우스에 흰색 바지, 커다란 선글라스와 스카프로 멋을 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냈다. 팝송과 잘 어울리는 의상과 율동, 정확한 발음으로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보였다.

연장자인 이혜숙씨는 대상 수상 소감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중학교 1학년이니까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3개월이 됐다. 사람들 앞에서 팝송을 부른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무섭고 떨렸다. 생각하지도 못한 대상을 수상하게 돼 너무 영광이고, 850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팝송을 부른 오늘의 기억은 평생 잊지 못 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영어가사를 외워 노래 부르기가 쉽지 않았을 터, 그는 “영어가사를 한글로 바꿔 적어서 늘 갖고 다녔다. 밥 먹을 때, 화장실 갈 때도 항상 들고 다녔다. 아들이 잠결에도 영어가사를 읊었다고 했을 정도다. 혹시 긴장해서 가사를 잊어버릴까봐 어려운 율동은 과감히 포기했다”며 웃었다.

“솔직히 화장품 상표에 있는 영어도 짐작으로만 알고 있었고, 지하철에 있는 영어 명칭도 잘 몰랐다. 이젠 단어장도 찾을 수 있고, 발음기호를 보고 읽을 수 있다. 영어에 대한 재미가 붙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팝송대회 대상 수상자가 뭘 못 하겠냐”는 그에게서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가족들의 성원도 큰 몫을 했다. “대상까지 탔으니 가족들에게 자랑도 할 겸 오늘은 회식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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