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얼 리더] “일하며 땀 흘려야 내가 살아있다 느껴”
[시니얼 리더] “일하며 땀 흘려야 내가 살아있다 느껴”
  • 안종호
  • 승인 2010.07.09 10:51
  • 호수 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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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순(67) 즉석 두부 전문점 ‘콩깎지 3호점’ 판매 사원
▲ 즉석두부전문점 콩깍지 3호점에서 판매사원으로 일하는 김남순(67)씨가 7월 7일 오전, 매장 앞에서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고 있다. 사진=임근재 기자

7월 7일 오전 8시 관악구 미성동의 한 골목길에는 두부기계 소리와 함께 뽀얀 연기가 맛있게 피어나고, 고소한 콩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창업모델형 사업공모를 통해 선정된 즉석 두부 전문점 ‘콩깍지 3호점’은 매일 아침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무더운 여름,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연신 훔쳐대는 이들은 모두 60세 이상 어르신들이다.

이들은 매일 아침 전통방식으로 손두부를 직접 만들고 판매까지 한다. 콩깍지에는 생두부뿐 아니라 관악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이 정성스럽게 손수 만드신 밑반찬을 비롯해 샌드위치, 참기름, 들기름, 쌀과자 등도 함께 판매한다.

주황색 앞치마와 위생모자를 착용하고 판매를 담당하는 김남순(67)씨는 “하필이면 두부 만들고, 청소하고, 상품정리 하느라 가장 바쁜 시간에 왔냐”며 핀잔을 준다.

때마침 가게에 들른 손님 한 분을 보자, 김 어르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우리는 옛날 맷돌로 갈아 만드는 전통 방법과 똑같은 방식으로 두부를 만들어. 간수 외에는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더하지. 콩도 국내산만 사용하는데, 국내산 중에서도 품질이 좋은 파주 콩을 사용해. 그래서 한번 우리 집 두부 맛보면 다시 찾게 된다니까.”

상품 개시 후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판매원다운 상품소개를 늘어놓는다.

이곳에서 먼저 일하던 친구의 소개로 올해 2월부터 콩깍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는 김씨. 그는 왕년에 화장품장사, 마트판매원, 중국집, 보험회사까지 안 해 본 일이 베테랑 판매원이었다. 하지만 2006년 심장혈관에 문제가 생겨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빠지는 허혈성 심장질환을 앓게 되면서 부득이 일을 그만두게 됐다.

결국 혈관을 뚫는 시술(스텐트 시술-혈관을 뚫는 시술)을 받았고, 2년여의 시간을 요양하듯이 집에서 보내야 했다.

김씨는 “일을 한다는 건 내 삶에 활력과 의미를 불어 넣는 작업”이라며 “일을 하면서 땀을 흘려야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요즘 건강관리에도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매일 직장까지 걸어 다니면서 체력을 키우고,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찜질이나 마사지도 지속적으로 받는단다.

김씨는 “처음엔 이 나이에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용기내서 일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깨끗하고 좋은 먹을거리를 직접 만들어 우리 아이들에게 먹인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흐뭇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건강한 두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건강해야 한다’고 말하는 김씨는 내일도 소비자들을 만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분주한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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