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리더] “사랑과 정을 판다는 마음으로…”
[시니어리더] “사랑과 정을 판다는 마음으로…”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0.08.16 09:44
  • 호수 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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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생활용품점 ‘은빛행복가게’ 판매원 김영숙씨(62)
▲ 김영숙씨가 은빛행복가게에서 행복한 웃음으로 손님을 맞고 있다.                                                         사진=임근재 기자 photo@100ssd.co.kr

평범한 사람이라면 은퇴를 걱정하거나 노후를 걱정해야 할 나이에 첫 직장을 갖게 된 김영숙(62)씨. 그는 올해 5월부터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은빛행복가게’의 판매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은빛행복가게는 시니어용품 전문 판매점으로 70여개의 시니어 물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동시에 고령자 고용도 함께 창출하는 예비사회적 기업이다.

가정주부로서 사회생활 경험이 전혀 없었던 김씨가 고령의 나이에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데는 10년 전부터 시작한 봉사활동 경력이 큰 도움이 됐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목욕서비스를 비롯해 어르신생신잔치, 바자회봉사, 급식도우미 등 안 해본 봉사가 없을 정도다. 국립암센터에서 차트 배분과 세탁물 정리, 환자돌보기 등 자원봉사 경력도 갖고 있다.

봉사활동에 전념하던 그가 취직을 결심한 데는 남편의 영향이 컸다. 자영업을 하는 남편의 사업이 어렵게 되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한 것. 하지만 그에게 취직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었다. 60년 인생에 없었던 첫 도전이었고, 인생 최대의 도전이었다.

김씨는 “취직 소식을 전하자 일가친척들이 케이크까지 준비해 파티를 열어줬다”며 “은빛행복가게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사회생활을 통해 받은 첫 월급도 고스란히 가족들을 위해 썼다. 일일이 가족들의 선물을 챙기고 근사한 곳에서 외식까지 했단다. 고향에 계신 친정 부모님께는 빨간 내복 대신 용돈을 보내드렸다.

그는 “봉사활동으로 어르신들을 많이 상대했지만 물건을 판매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아직도 배워야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또 “가게에서 또래의 직원이 자상하게 물건을 설명해주니까 어르신들이 믿고 편하게 상품을 구매하는 것 같다”며 “물건을 판다는 생각보다는 사랑과 정을 판다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자신의 판매소신도 당당하게 밝혔다.

판매사원답게 최근 인기 상품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았다. 휴대용 틀니 세정기와 소독기는 진열이 무섭게 팔린다고. 또 난청해소를 위한 증폭전화기와 건강 신발도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품목이라고 설명한다.

김씨는 “친구 대부분이 집이나 복지관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내가 땀 흘려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스스로 자랑스럽다”며 “체력만 받쳐주면 언제까지 일을 즐기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사는 것’이 목표라는 그에게 62세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그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봉사활동 모임에 참여하는 열정 어린 소녀 같았다.

62세 소녀는 오늘 또 다른 꿈을 꾼다. 지난 4월에 취득한 요양사 자격증을 활용해 더 많은 이들을 돕기 위한 은빛의 행복한 꿈을 말이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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