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 딸, 치매 어머니께 쓴 편지 가슴 ‘뭉클’
소아마비 딸, 치매 어머니께 쓴 편지 가슴 ‘뭉클’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0.09.08 10:49
  • 호수 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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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자(46)씨, 우정사업본부 전국편지쓰기대회 일반부 대상
“이 딸이 한평생 걸을 수 없듯이 당신 또한 잃어버린 기억을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도 서럽고 서럽습니다. 당신에게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이 감사의 시간이 저에게 얼마나 더 허락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당신이 이승을 떠나는 그날까지, 아니 하나님께서 제 생명을 걷어 가시는 순간까지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태어나면서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못 쓰는 40대 딸이 치매와 중풍으로 병상에 누운 70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가, 우정사업본부가 주최한 ‘제11회 전국편지쓰기대회’ 일반부 대상인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편지의 주인공은 서울에 사는 임영자(46·사진)씨. 임씨의 편지는 대회에 응모한 8만4000여 통 가운데 대상으로 선정됐다.

전국 편지쓰기대회는 우정사업본부가 국민정서를 함양하고 편지쓰기 문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2000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대회다.

대상을 차지한 임씨는 “어머니는 저를 20년을 업어 키우셨고, 당신 몸보다 더욱 커버린 이 딸을 업고 세상구경을 시켜주신다고 남산이며 장충단공원도 수없이 가셨다”며 “어머니란 이름만 입속으로 되뇌어도 가슴이 미어지고 너무 아파 견딜 수가 없어 홀로 가슴을 움켜 쥔다”며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표현했다.

편지에는 어머니의 힘겨웠던 삶을 바라보는 김씨의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씨의 어머니는 12년 동안 중풍으로 누워 있던 남편의 병수발을 하고, 소아마비로 걷지 못하는 딸을 키우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

모진 고생 속에 당신이 가진 것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 늘 미안해하고 가슴 아려하셨던 어머니. 김씨는 ‘치매를 겪는 어머니가 힘든 세월을 잊으려고 젖먹이 어린아이로 돌아가 딸 곁에 머물고 있다’는 표현으로 편지를 읽는 이들의 가슴을 더욱 뭉클하게 했다.

또 그는 “당신은 제 삶의 이정표이자 수호천사였다. 하나님이 저를 평생 걷지 못하는 장애인으로 태어나게 하신 대신 어머니라는 이름의 수호천사를 보내주셨다고 생각했다”며 어머니를 향한 고마운 마음도 함께 전했다.

김씨는 “어머니가 몇 개월에 한 번쯤 가족을 알아보시면 이 세상에서 천금만금을 얻은 것보다 더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자리에다 대소변을 봐도 좋고, 날 견딜 수 없이 힘들게 해도 좋으니 제발 자신의 곁에서 살아만 계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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