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에 국악 전하고 싶은 마음에 초등교 입학”
“젊은 세대에 국악 전하고 싶은 마음에 초등교 입학”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0.10.01 11:05
  • 호수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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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가족노래자랑 최고령 참가자 신연화(76) 어르신
지난 9월 27일 마포아트센터 대공연장. 늦깎이 주부학생들의 배움터인 일성여자중고등학교·양원주부학교·양원초등학교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흥겨운 노래잔치를 열었다.

그 중에서도 절도 있는 춤사위와 구성진 목소리로 공연장을 찾은 900여명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가 있다. 17명의 참가자 중 최고령자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신연화(76·사진) 어르신이 그 주인공.

사실 신 어르신은 지난 2003년 전국 국악경연대회 판소리부문에서 장원에 해당하는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한 ‘명창’이다. 그런 그가 일흔 여섯의 나이에 주부학교 입학을 결정하게 된 건 국악 관련 책과 악보를 만들고 싶다는 꿈 때문이다. 국악의 멋과 아름다움을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게 보다 구체적인 국악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것.

하지만 학교 문턱조차 밟아 보지 못한 그는 한글조차 읽고 쓰는 것에 서툴렀던 것. 신 어르신은 “평생에 배운 게 노래 밖에 없다”며 “이젠 유일하게 배운 그것을 다시 후배들에게, 그리고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또 다른 배움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신 어르신이 국악을 처음 접하게 된 건 11살이 되던 무렵. 친구들을 따라갔다 우연히 듣게 된 故 어창연 선생의 구성진 소리가락에 마음을 모두 빼앗겼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문 밖에서 친구들의 노래 수업을 몰래 엿듣기 시작했다. 귀동냥으로 소리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어창연 선생은 신 어르신의 남다른 재능을 단번에 알아보고 그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어 선생은 오로지 그가 몸속 혈관을 타고 흐르는 우리 소리의 매력을 깨치기만을 바랬다.

“어창연 선생님에게 배운 것은 노래가 아니라 인생이었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내게 꿈을 주셨고, 또 가족이 되어주셨지. 지금도 노래를 할 때면 선생님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내 몸에 흐르는 민족의 얼과 한을 표출하려고 노력하지.”

무대 뒤편에서 만난 그에게 즉석에서 노래 한 수를 청하자 판소리 ‘춘향가’ 중 한 대목을 구성지게 읊어 나간다. 터져 나오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긴 호흡은 76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창을 시작하면 10곡 정도는 한자리에서 부를 만큼 체력도 여느 젊은이 못지않다.

그는 “우리 소리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을 보면 그저 안타까운 마음 뿐”이라며 “목소리가 나오는 그 날까지 국악을 알리고 전하는 자리에 서 있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한다.

초등학교 교실로 향하는 ‘꿈 많은 국악소녀’의 뒷모습이 한없이 크고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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