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정보화 교육장 위해 개인 사무실 희사
어르신 정보화 교육장 위해 개인 사무실 희사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0.10.15 10:30
  • 호수 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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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원로방 이도필(84) 회장
어르신들을 위한 컴퓨터 전용 공간 개설을 위해 개인 사무실을 기꺼이 희사한 이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사단법인 한국고령자정보화교육협의회 서울원로방 이도필(84) 회장이다.

교육 장소로 기증한 그의 사무실에는 최신 사양의 컴퓨터 13대와 교육을 위한 프로젝트가 설치됐다. 이 회장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개인 사무실이 어르신 전용 정보화교육장으로 다시 태어난 것.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10월 9일 개소식을 갖고, 어르신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이 회장은 “회원 10여명이 ‘우리들의 공간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며 자발적으로 성금을 걷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회원들의 바람을 함께 이뤄간다는 마음으로 작은 힘을 보탰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기증 이유를 밝혔다.

한국고령자정보화교육협의회는 지난 1992년 하이텔에 만들어진 국내 최초 노년층 온라인 커뮤니티 ‘원로방’을 모태로 2009년 6월 설립됐다. 협의회는 60세 이상 고령자들의 정보화 교육을 통해 삶의 질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설립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어르신전용 교육장 설치 및 정보통신 교육을 비롯해 고령자 전담강사 육성, 취업알선, 봉사활동 연계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현재 포털사이트 파란에 온라인 클럽을 운영 중이며 전국 가입자(55세 이상만 회원가입 가능)는 5535명에 달한다. 더불어 이번에 서울지역에 개설된 전용 교육장을 비롯해 부산, 대구, 대전, 경남 등 총 10개 지역에 오프라인 정보화교육장을 운영 중이다.

이 회장은 “이제 컴퓨터와 인터넷이 노후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이 됐다”며 “노인 정보화는 고령화 사회에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역기능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화상대가 없거나 소외되는 노인들에게 인터넷은 매우 적절한 해결책이 된다”며 “약간의 기술과 방법만 익힌다면 흥미와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이 회장이 컴퓨터를 처음 접하게 된 건 불과 15년 전의 일이다. 그것도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직업상 부득이 배울 수밖에 없었다. 직업군인으로 30여년을 보내고 전역한 그는 1980년대 말, 전공을 살려 작은 개인 병원을 개원했다. 개원 당시 컴퓨터가 등장하더니 어느 순간 진료기록을 전부 컴퓨터로 입력해야만 했다. 당시 나이 일흔,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컴퓨터의 재미에 빠졌다.

“인터넷을 배운 뒤 후회하거나 중간에 그만 둔 노인은많지 않다. ‘이걸 왜 이제야 배웠을까?’ 뒤늦은 후회를 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컴퓨터를 배우기 전에는 두려움이 앞서지만 막상 배우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원리를 배우는 것도 아니고, 기계를 만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익숙치 않은 사용법을 알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는 정보화교육협의회 서울지역 회장답게 어르신들이 컴퓨터를 배우는 것에 과감히 도전할 것을 당부한다. 노인들의 정보화 능력 향상이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귀중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노인들을 위한 배움의 공간이자 소통의 장소인 원로방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것이 내 마지막 사명이라 생각한다”며 “내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한 걸음 더 뛰어다닐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도필 회장의 땀과 노력이 담긴 그의 사무실에는 84세에 얻은 또 다른 꿈과 열정이 채워지고 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사진=임근재 기자 photo@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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