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책임지는 시니어리더] 저축상 국민훈장 수상자 유정자(60)씨
[사회를 책임지는 시니어리더] 저축상 국민훈장 수상자 유정자(60)씨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0.10.29 15:29
  • 호수 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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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약만이 가난 벗는 길이었죠”

 

빈농의 딸로 태어나 일찍이 부모까지 잃었던 소녀가장이 근검한 생활과 저축으로 국밥집 대표가 돼 장학회까지 설립해 화제다.

 

그 주인공은 지난 10월 26일, 저축의 날을 맞아 열린 저축상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유정자(60·사진)씨다.

유씨는 한국전쟁 직전인 1949년 강원도 홍천에서 빈농의 딸로 태어났다.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힘든 유년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도 겨우 졸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은 유씨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소녀가장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어려운 가정살림까지 책임져야했다.

모진 고생을 겪어야 했던 그의 인생에는 가난이라는 단어가 뼈 속 깊숙이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유씨는 근검절약과 저축만이 가난을 벗어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평생 저축을 재테크의 최우선 덕목으로 삼았다.

대구 인근 논공의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온 이후에도 그는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공사장 현장인부를 상대로 밥장사를 하는 등 안해 본 장사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유씨에게는 이루고 싶은, 아니 꼭 이뤄야 할 소박한 꿈이 있었다. 가족들 배 굶기지 않을 작은 가게를 하나 마련하는 것.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유씨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저축’이었다. 소액이라도 매일 은행을 찾아가 저축했고, 목돈이 마련되면 이 돈을 다시 정기 예탁했다.

그리고 마침내 홍씨가 그토록 꿈에 그리던 ‘홍천뚝배기’라는 식당을 개업했다.

농사를 지으셨던 부모님의 부지런한 성격을 닮아 식당은 날로 번창했다. 그리고 그는 체인점을 경영할 정도의 어엿한 사업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유씨는 자신의 성공에 결코 안주하지 않았다.

10여년 전부터 독거노인과 결손아동을 돕기 위해 자신의 식당을 이용, 수시로 무료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지독한 가난과 외로움을 겪었던 그 였기에 그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유씨는 1997년 ‘홍천 장학회’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성적이 우수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고생 30여명을 선발해 매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매년 5월 청소년축제 한마당을 개최, 소년소녀 가장 격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저축왕이기 전에 기부왕, 봉사왕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마을 부녀회나 소상공인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축 전도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유씨가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는 것은 뚝배기와 장학금이 아니라 관심과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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