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책임지는 시니어리더] 봉사 위해 운전면허도 취득… 채정옥(70) 어르신
[사회를 책임지는 시니어리더] 봉사 위해 운전면허도 취득… 채정옥(70) 어르신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0.10.29 15:32
  • 호수 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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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사회복지자원봉사대회 보건복지부장관 수상

경기 의정부 금오동의 한 경로당. 열 손가락을 곧추 세운 여성 어르신들이 형형색색의 그림이 그려진 손톱을 내보이며 싱글벙글이다. 손톱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모양들을 보며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모습이 마치 여고생 같다. 어르신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네일아티스트’(손톱과 발톱의 미용이나 디자인을 하는 사람)의 손에는 주름이 가득하다. 주인공은 노인전문자원봉사자 채정옥(70·여) 어르신이다.

“남들보다 늦게 봉사를 시작했는데, 틀에 박힌 봉사를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배운 게 바로 네일아트와 손 마사지입니다. 어르신들에게 색다른 즐거움도 드리고, 자연스럽게 말벗도 해 드릴 수 있어서 배웠는데 호응이 대단해요. 나이 들어 손이 호강한다거나, 자식들한테도 못 받아보는 걸 받는다고 좋아하실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가 봉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는 2006년. 보험사와 화장품회사, 시설관리공단 등에서 활발한 사회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정년퇴임을 하자 상실감을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진 게 계기가 됐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중증질환이 있거나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말벗을 해드리고, 집안일을 돕는 작은 일들부터 차근차근 해 나갔다.

채 어르신은 봉사단 동료들 사이에서 ‘원더우먼’으로 통한다. 봉사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그가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봉사활동을 위해 예순 다섯의 나이에 운전면허까지 취득했으니 그 열정을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채 어르신은 직접 소형차를 몰고 일주일에 4일 이상을 꼬박 봉사현장에서 보낸다. 이 때문에 그의 수첩에는 빼곡히 적힌 봉사 스케줄로 가득하다. 현재 네일아트와 손 마사지 봉사를 비롯해 홀몸어르신 돌보미, 의정부노인복지관 배식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 농촌지도소 소속 ‘나눔의 봉사단’과 소외지역을 찾아다니는 복지관 자원봉사단에도 소속돼 있다.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10월 20일에는 제9회 전국사회복지자원봉사대회 자원봉사자부문에서 당당히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채정옥 어르신은 “봉사를 통해 열정을 얻었고, 잃었던 웃음과 건강도 되찾았다”며 “우울증 해소를 위해 시작한 봉사가 이젠 노년생활을 차지하는 전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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