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교육, 일·자원봉사 등 사회참여 위한 ‘선결과제’
노인교육, 일·자원봉사 등 사회참여 위한 ‘선결과제’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0.10.29 15:54
  • 호수 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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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들의 사회참여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노인교육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충남 서산의 어르신들이 최근 열린 ‘할아버지할머니 백일장 대회’에 참가해 글짓기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서산시

 

 

최근 일과 자원봉사 등을 통한 노인의 사회참여에 대한 욕구와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 어른으로서, 사회를 책임져야 할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사회참여를 위한 재교육에서 철저히 소외당한 채‘이방인’또는‘주변인’으로 전락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에 당황한 국가와 사회는 빈곤한 노년층의 의식주 지원에만 급급한 나머지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재교육에는 뒷짐만 지고 있다. 길어진 노년기에도 불구하고‘사회화’에 실패한 어르신들의 무기력과 소외감은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노인의 사회참여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법적 기준과 이를 바탕으로 한 노인교육정책 마련이 선결과제라고 지적한다.

 

평생교육법은 학교교육 이외의 모든 교육에 대해 ‘평생교육’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노인교육’은 역사가 길지 않다. 우리나라 노인교육은 1972년, 서울 종로 ‘태화관’에서 ‘서울평생교육원’이 개설한 노후생활강좌로부터 출발한다. 현재 노인대학, 노인학교 등 다양한 명칭으로 대한노인회 소속 노인대학, 종교기관, 평생교육원, 복지관 등에서 노인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명칭이야 어떻든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교육 프로그램 수는 50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교육은 약 4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나 학계 전문가들은 노인교육의 여건 및 수준이 크게 나아진 게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 고령화에 따라 일과 자원봉사 등 노년층의 사회참여를 위해 노인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으나 여전히 제 자리 걸음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대한노인회가 내년도 중점 사업 가운데 하나로 노인교육을 선정한 것도 이런 실정 때문이다.

△밑그림도 없는 노인교육정책

가장 큰 문제는 노인교육정책의 부재다. 현재 노인교육을 주관하는 부처도 명확치 않은 데다 법적 근거마저 미비해 체계화된 노인교육정책은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상태다.

한정란 한서대 교수(노인복지학)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노인교육을 명확히 규정한 법률도 없는 상태며, 노인교육을 전담하는 부서와 담당자도 없다”며 “노인들의 보건복지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제정된 ‘노인복지법’도 은유적으로 ‘노인들의 학습을 지원한다’는 권고조항만 있을 뿐 노인교육에 대한 정확한 개념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평생교육법은 평생교육의 정의를 학교교육을 제외한 모든 형태의 조직적 교육활동을 포함하기 때문에 여기에 노인교육도 당연히 포함된다”며 “하지만 평생교육법도 노인교육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물론 관리 및 지원에 관한 항목이 누락돼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노인교육 관련 행정은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의 몫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노인교육을 평생교육의 영역으로 간주해 제도상으로 관리하고는 있지만 노인교육시설은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등 이원화 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양 부처는 노인교육과 관련한 역할 분담을 놓고 혼선을 빚기 일쑤다. 심지어 2005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 내 노인교육 담당부서도 폐지된 상태다.

한정란 교수는 “지금까지 노인교육은 해당 부처간 혼란과 정책 부재로 인해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왔다”며 노인교육 실태와 근본적 문제점을 꼬집었다.

△‘노인교실’ 법적기준, 있으나마나

노인교육에 대한 해당부처의 혼란과 정책부재는 노인교육의 전문성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 실무자들의 전문성 결여는 프로그램의 질을 낮추고, 교육내용의 다양성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인교육의 장(場)이 되는 ‘노인교실’의 시설기준을 담고 있는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을 살펴보면, 시설 및 인력 기준이 엄격하게 제시돼 있는 노인복지관과는 달리 그 기준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노인교실의 시설에 대한 법적기준은 휴게실 및 강의실을 겸할 수 있는 사무실 한 곳과 화장실만 갖추면 된다. 또, 인력기준도 시설장 1명이 전부다. 노인교실은 방 하나와 자격조건도 필요 없는 시설장 1명이면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시설장에 대한 별도의 자격 기준도 없을 뿐더러 강사 역시 시설장의 판단에 따라 ‘아무나’ 초빙하면 그뿐이다.

최성재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정부가 노인을 중요한 교육대상으로 삼은 적이 없기 때문에 시설은 열악하고 프로그램도 단순한 복지 차원의 여가나 유흥 프로그램들이 반복되는 상황”이라며 “민간기관이 실시하는 노인교육 프로그램 강사로 수차례 참여했지만 교육 목표가 무엇이고, 교육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또 어떤 과목으로 구성돼 있는지 알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최 교수는 이어 “민간기관의 개별 노인교육 프로그램이 책임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비체계적이고 비전문적으로 운영될 경우 노인교육의 양적 성장과 질적 발전 모두에 장애가 될 것”이라며 정부차원의 노인교육 표준화 노력을 촉구했다.

△정책 없으니 재정지원도 ‘새발의 피’

재정적 지원의 부재도 노인교육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전문가들은 “전담행정부처의 부재가 노인교육시설 및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지원을 가로 막는다”고 지적한다.

보건복지부가 관장하는 노인교육시설의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 시설이나 복지서비스에 쓰이고 있다. 예산 편성 항목이 미리 규정돼 있어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노인대학이나 복지관, 노인교실 등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한정란 교수에 따르면 5000여개의 노인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보건복지부의 정식 허가를 받아 지원 받는 경우는 1200여곳으로 전체의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 교수는 “복지예산 지급이 지자체의 고무줄 행정에 좌지우지되는 데다 절차마저 까다로워 대부분의 민간 노인교육시설은 정식 허가는 물론 재정지원도 받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노인교육, 능동적 사회참여 이끌어야

전문가들은 “노인교육은 노인들이 평생 쌓은 지식과 기술, 경륜을 최대한 활용해 사회구성원으로서 능동적으로 사회에 참여함으로써 일과 자원봉사 등의 영역에서 역동적인 삶을 스스로 발견하고 이끌어가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현재 실시되고 있는 미약하고 천편일률적인 교육프로그램으로는 급변하는 사회에 대비한 재교육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현 노년세대는 물론 왕성한 사회활동경험과 경제력을 지닌 예비노년층(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노년기를 감안하면 노인교육의 발판 마련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예비노년층의 경우 경제력을 바탕으로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며 소비적인 존재가 아닌, 생산적 존재로서 새로운 노인문화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재교육은 삶의 질을 향상을 원하는 학습참여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체계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결과제다.

△전담기구 설치·표준화된 프로그램 마련해야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노인교육 프로그램 운영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원화 된 전담기구를 개설하고, 명확하고 표준화 된 교육프로그램과 노인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정란 교수는 “보다 효과적인 노인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노인교육 업무에 대한 명확한 부처간 업무 분장과 부처간 협조체제 구축이 요구된다”며 “부처간 전문성을 최대한 고려한 상호협력체제 구축을 통해 노인교육 담당 부처에 대한 일원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노인교육의 민간부문 활성화를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현실화하고 확대시켜야 한다”며 “국가 및 지자체의 지원은 재정뿐만 아니라 장학 등 전문성을 비롯해 강사나 프로그램 개발자 등 인적자원 지원도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인교육시설의 의무등록과 인가기준 강화는 물론 구체적인 운영지침, 시설규정, 명칭, 운영책임 및 재정, 감사 등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과 강사, 정원, 교육내용, 수업기간 등 교육과정 기준도 시급하다는 것이 한 교수의 지적이다.

최성재 교수는 “노인교육에 관한 교수자료 및 매체 등 물적자원과 학자, 교수, 강사, 전문가 등 인적자원에 대한 종합정보를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네트워크 구성은 저비용 고효율의 노인교육을 가능케 하는 실질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거동이 불편하거나 경제활동 참여가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방송매체를 통한 노인대상 프로그램 제공 확대 등 매체의 다양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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