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시간을 거쳐 피는 국화와 어르신들의 삶은 닮은꼴”
“인고의 시간을 거쳐 피는 국화와 어르신들의 삶은 닮은꼴”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0.11.10 14:59
  • 호수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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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국화연구회 부회장 김옥태(55)씨

▲ 충남 아산시 국화연구회 부회장 김옥태(55)씨가 10월 27일부터 11월 7일까지 열린 ‘제4회 아산시 국화전시회’에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임근재 기자
높고 푸른 가을 하늘에 가장 어울리는 꽃, 국화. 온천으로 유명한 관광도시 충남 아산에 국화 열풍이 불고 있다. 한적한 온천 마을에 가을빛 꽃바람을 몰고 온 주인공은 아산시 국화연구회 부회장 김옥태(55)씨다.

김씨는 아산시 국화연구회 창립멤버로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7일까지 열린 ‘아산시 국화전시회’에 100여점이 넘는 작품을 출품했다. 또 4년 전 국화전시회를 처음 기획한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아산시 국화전시회는 다른 국화축제와는 달리 일반 동호회 회원들이 주축이 되기 때문에 관람료를 받지 않아요. 전시되는 꽃들도 전문가가 아니라 국화연구회 회원인 어르신들의 작품이죠. 최소 1년 전부터 길게는 4년 동안 직접 기르고 가꾼 꽃들로 전시가 이뤄지니까 한송이 한송이에 어르신들의 숨결과 정성이 담겨 있답니다.”

전시회에는 찬바람을 이기고 꽃망울을 터뜨린 각양각색의 국화꽃 6000여점이 전시됐다. 더불어 국화차 시식코너, 농축산물 판매장, 포토존 등 다양한 관람코스도 마련돼 시민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김씨는 “태풍 곰파스로 인한 냉해로 축제 기간이 임박했는데도 아직 피지 못하는 국화들을 볼 때면 지난 몇 년간의 고생이 물거품이 될까봐 밤잠도 못 이뤘다”며 “태풍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국화들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국화를 대하는 그의 마음은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을 닮은 듯 했다.

김씨는 국화재배 4년 경력의 준전문가다. 하지만 연구회에서는 막내 역할을 한다. 60여명에 이르는 동호회 회원들의 평균연령이 60세에 달하기 때문이다. 임원으로서 그리고 막내로서 전시회장 곳곳을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그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국화는 화려하진 않아도 소담한 빛깔이 볼수록 매력을 자아내는 신비한 꽃이에요. 그 종류만도 2만여종이 넘죠. 보통의 꽃들이 봄, 여름에 지고 말지만 국화는 인내의 시간을 거쳐 가을에 꽃을 피우죠. 화려하지는 않지만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모습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모습과 닮았죠(웃음).”

김씨는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아산시 농업기술센터가 마련해 준 국화재배 공동작업장에서 보낸다. 남편의 이직으로 홀로 여가를 즐기기 위해 시작한 일이 이젠 일상이 돼 버렸다. 3년 전부터는 남편도 국화 돌보기에 함께 하고 있다.

“국화가 내 손을 거쳐 아름다운 작품으로 태어나듯 우리 부부의 일상도 국화를 통해 향기롭게 변하고 있어요. 국화 덕분에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갖게 됐고, 무엇보다 동호회의 많은 어르신들과 가족처럼 지내게 됐죠.”

아름다운 꽃으로, 그윽한 향기로, 또 차와 음식으로 제 한 몸을 다 바쳐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국화처럼 김씨와 동호회 어르신들의 삶이 활기차고 밝게 피어나고 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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