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마음은 노인이 가장 잘 알지”
“노인 마음은 노인이 가장 잘 알지”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0.12.09 16:32
  • 호수 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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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기버’ 노인돌보미 김미자(68) 씨

▲ 노인돌보미 '케어기버'로 활동 중인 김미자(68) 씨
올해 나이 68세.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나이에 오히려 자신보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돌보는 이가 있다. 홈케어 서비스 제공업체 ‘홈인스테드 시니어케어’에서 일하는 케어기버(Care Giver·돌봄서비스제공자) 김미자(68)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씨는 일주일에 3번 성북구 안암동에 사는 ‘새 언니’를 만나러 간다. ‘새 언니’는 올해 5월부터 그의 고객이 된 75세의 강모(75) 어르신이다. 우울증과 치매로 매사에 의욕이 없고, 반신마비로 홀로 생활도 어려워 그의 집을 직접 찾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친구의 소개로 ‘케어기버’란 직업을 처음 알고 나서 주저없이 교육부터 참여했어요. 환자의 집을 직접 방문해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제도란 생각이 들었죠.”

자녀들이 출근하면 집에 홀로 남아 끼니도 거른 채 무기력하게 TV만 봤다는 강 어르신. 삶의 의욕마저 없었던 강 어르신의 일상이 김씨의 정성어린 돌봄을 통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 집을 방문했을 땐 눈도 안 마주치던 사람이 김씨가 오지 않는 날이면 ‘동생 언제 오느냐’고 찾을 정도가 됐다.

오전 11시, 김씨가 현관문을 열면 강 어르신이 거실 앞까지 나와 그를 반긴다. 전날의 일과를 이야기하며 다정한 대화가 오간다. 점심 메뉴를 정해 함께 장도 보고, 음식도 손수 만들어 먹는다. 식사 후에는 강 어르신의 손을 잡고 공원 산책도 한다. 일주일에 한번은 목욕도 함께 한다. ‘언니’ ‘동생’이라는 호칭이 낯설지가 않아 보인다.

“어르신 돌봄 서비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없으면 ‘힘든 노동’이나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노인들 마음은 노인들이 제일 잘 알죠. 사회와 가족들 무관심 속에 닫혀 버린 노인들 마음을 여는 열쇠는 진짜 가족과 친구가 돼 주는 거에요. 그리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고, 칭찬을 많이 해주는 방법이 약보다 백배 낫지요.(웃음)”

김씨는 매일 ‘언니, 아직 젊고 예뻐요’ ‘더 건강해질 수 있어요’ ‘사랑해요’란 말을 수시로 표현한다고 했다. 그는 “육체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어르신들을 외롭게 한다”며 “어르신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동반자’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가슴 설레며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하루하루가 감사하다고 말하는 김미자씨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자원봉사자였다. 의정부 ‘작은자의 집’ 장애인 봉사활동, 노인요양원 김장 및 목욕봉사 활동, 청량리 무료급식소 배식봉사, 천사병원 주방 및 세탁 봉사 등 장소와 횟수를 정확히 셈하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다. 그런 그가 어르신 봉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4세의 연세로 작년에 돌아가신 친정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최근에는 남편과 함께 ‘생명의 전화’ 자살예방 도우미, 독거노인 돌보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올해 4월 은퇴한 남편 한희영(68)씨도 최근 케어기버 교육을 수료하고 돌봄 대상자를 찾고 있는 중이다.

부부 케어기버 탄생도 멀지 않아 보였다. 김씨의 남편은 좀 더 전문적인 서비스를 어르신들에게 제공하고 싶다는 마음에 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 전문가 자격증까지 취득할 계획이라고. 부부는 서로 닮는다는 말처럼 김씨 부부는 어르신을 공경하며 돌보려는 봉사정신까지 닮아가고 있었다.

김씨의 하루 일과는 새벽예배로 시작한다. 케어기버로 만난 강 어르신과 자원봉사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매일 눈물로 기도한다. 그리고 그들의 건강과 축복을 기원한다. 그는 “매일 아침 흘리는 눈물의 기도와 나눔의 봉사가 보잘 것 없는 내 삶을 가치 있는 것들로 채워주는 힘”이라고 말했다.

걸어 다닐 힘만 있다면 남은 평생을 소외된 어르신들을 돌보며 봉사하고 싶다는 김미자씨. 그의 하루는 한시도 여유없이 지나가지만 그의 마음 만큼은 세상 어느 누구보다 따뜻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사진=임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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