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기부천사’ 연말 훈훈한 감동
어르신 ‘기부천사’ 연말 훈훈한 감동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0.12.10 10:23
  • 호수 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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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십수억원·채소 팔아 모교에 장학금 전달

국제금융위기를 겪은 올 연말, 그 어느 때보다 지갑 열기가 무섭지만 어렵게 모은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어르신들이 큰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자신도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으면서 이웃을 배려하거나 아예 신분을 숨긴 채 ‘숨은 천사’를 자처하는 경우도 있어 더욱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병원·장애재단에 십수억원 기부한 ‘할머니’

의료복지법인 푸르메재단(이사장 김성수 성공회 주교)은 ‘나눔 할머니’로 유명한 오길순(77·사진) 어르신이 장애인 재활치료 기관인 ‘푸르메재활센터’ 건립에 써 달라며 2억원을 기부키로 했다고 12월 6일 밝혔다.
평소 장애로 고통 받는 어린이에게 관심이 많았던 오 어르신은 최근 강지원 푸르메재단 대표가 장애인 재활병원 기금 마련을 호소하는 TV공익광고를 보고 내년 봄부터 서울 종로구 효자동 네거리에 짓는 푸르메재활센터 건립을 위해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어르신은 푸르메재단을 찾아가 토지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절차가 까다롭자 토지를 매각해 2억원을 기부키로 했다.
남편과 사별하고 실버타운에서 홀로 사는 오 어르신은 외부에 알리지 않고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여러 차례에 걸쳐 총 10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에는 대한적십자사에 “형편이 어렵고 불우한 환자를 위해 써 달라”는 부탁과 함께 3억원을 기부했다. 당시 오 어르신은 별도의 전달식을 극구 사양하다가 여러 차례에 걸친 한적 측의 요청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생전에 유익한 데 마음을 보태고 싶어 한다는 오 어르신은 지역에서도 불우한 아이들 여러 명을 돌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도상국 인재 돕고 싶다” 전 재산 기증

1983년 미얀마 독립의 상징인물인 아웅산 장군의 묘소에서 온 국민을 비통 속에 빠트린 사태가 터졌다. 북한이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을 노리고 설치한 폭탄이 터졌고, 이로 인해 한국 경제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젊은 경제 관료가 많은 각료와 함께 희생됐다.
27년 전 아웅산 폭탄테러로 남편인 故 김재익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떠나보내고 혼자서 두 아들을 키우며 인고의 세월을 보낸 이순자(72)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12월 1일 남편과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학교를 찾았다.
오연천 서울대 총장을 만난 이 교수는 평생 모은 돈 20억원을 서울대에 기탁하겠다고 약속했다. 남편과 같은 경제관료를 배출하는 것이 남편이 못다한 일을 이어가는 길이라는 생각에서였다.
1960년대 남편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이 교수는 하와이대학 동서문화센터와 스탠퍼드 대학의 포드재단 장학금으로 학비를 충당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에 전한 글에서 “과거 우리가 선진국 원조와 장학금의 수혜자로 배운 학문과 기술로 나라를 일으킨 것처럼 이제는 우리보다 불우한 나라에 힘을 보태는 것이 우리나라의 위상에 맞는 일일 것”이라고 적었다.
서울대는 2일 이 교수의 뜻을 존중해 기부금으로 ‘김재익 펠로십 펀드’를 조성해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젊은 학생과 관료가 서울대에 와서 경제정책을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남편의 신념을 담아 발족하는 이 장학금이 반세기 전 그가 젊은 시절 받았던 값진 혜택과 같이 개발도상국에서 노력하는 젊은이의 배우고자 하는 목마름을 채워준다면 그의 착한 영혼이 크게 기뻐할 것”이라며 고인을 기렸다.

△텃밭 채소 팔아 모교에 장학금 전달

32년간 텃밭에서 가꾼 채소 등을 팔아 모교에 장학금 4000만원을 기부한 74세 여성 어르신도 화제다.
12월 1일 울산시 울주군 범서초등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 17회(1949년) 졸업생인 안맹조 어르신(74·여·부산 동래구)이 11월 30일 학교에 찾아와 장학금 2000만원을 전달했다.
안 어르신이 낸 2000만원은 20년짜리 및 15년짜리 정기예금을 탄 돈이라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안 어르신은 앞서 1978년부터 이 학교에 매년 60만원씩 약 2000만원의 장학금을 맡겼다.
안 어르신은 “1978년도에 폐품을 주워 팔아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기 시작하다 모교에 기부정신을 심어보자고 마음먹고 후배들에게 적은 돈이나마 장학금을 냈다”며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을 극복하고 열심히 공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기적인 수입원이 없는 안 어르신은 집 텃밭의 채소나 닭을 키워 판 돈을 푼푼이 모아 장학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서초등학교는 안 어르신의 뜻을 기려 (가칭)안맹조 장학금을 만들어 장학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쌀 200포 기증한 ‘얼굴 없는 천사’
강원 횡성군에서는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며 백미를 기탁하는 ‘얼굴 없는 천사’가 연말을 앞두고 주위를 훈훈케 하고 있다.
11월 17일, 70대 어르신이 횡성군 주민생활지원과를 찾아 20kg짜리 백미 200포(시가 840만원 상당)를 기탁했다.
익명의 기부천사는 "지역 정미소에 쌀 200포를 맡겨 놨으니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에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독지가는 2008년부터 해마다 11월 중순쯤이면 어김없이 3년째 쌀을 기탁해 왔으며 자신의 신분이 밝혀지는 것을 극구 사양했다.
횡성군은 기탁 받은 백미를 독지가들의 뜻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과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복지시설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젓갈 팔아 외국어 사전 기증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공익법인 ‘사랑의날개 대한민국약속재단’(총재 이한동 전 국무총리)은 ‘2010 제1회 대한민국 사랑의날개 대상’ 수상자로 ‘젓갈 할머니’로 알려진 류양선(78·여) 어르신 등을 선정했다.
‘대한민국 사랑의날개 대상’은 평소 아동ㆍ청소년이 행복한 세상 만들기에 깊은 관심을 갖고 그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사랑과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기부 문화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한 이들에게 수여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젓갈 할머니’ 류양선 어르신은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젓갈을 팔아 번 돈을 수차례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최근 1년간 모은 적금을 털어 수천만원 상당의 한국어 대사전을 구입해 충남 서산과 서울 동작구 일대 초ㆍ중학교에 기증했다.
시상식은 12월 15일 오후 6시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행정안전부 후원으로 한국청소년연합과 공동 주관으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상패가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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