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도 예뻐질 권리는 있다”
“나이가 들어도 예뻐질 권리는 있다”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0.12.18 09:42
  • 호수 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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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에 관심 있는 노인인구 증가, 시니어화장품 개발·출시 ‘맑음’
유통경로 모색 ‘숙제’… ‘노인전용’ 싫어하는 소비자 인식도 문제

근 노화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안티에이징’(Anti-aging·노화예방) 기능성 화장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화장품업계에서는 경쟁적으로 링클케어(wringkle care·주름개선), 화이트닝(whitening·미백), 피부재생 등으로 특화한 기능성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더욱 진보된 기술력으로 세포 재생을 넘어 피부복원 효과까지 노리며 날로 커지고 있는 화장품 시장. 하지만 ‘노인’ 피부를 고려한 ‘시니어전용 화장품’은 아직까지 걸음마 수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외모에 관심을 갖는 시니어가 부쩍 늘어나면서 시장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일부 노인들 사이에서는 전용 화장품을 선호하는 노인인구에 비해 업계의 관심과 연구개발이 부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형편이다. 국내 시니어 화장품 시장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노년세대‘미적욕구’ 해결할 전용 화장품 시급

숙명여자대학교 김주덕 교수(화장미용전공)가 지난 2006년 전국 60세 이상 노인 3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인 화장품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의 88.5%가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었고, 주름개선 제품과 체취 제거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화장품은 로션, 스킨, 영양크림, 립스틱, 아이크림, 에센스 순이었다. 특히 기초화장(메이크업)을 하는 시니어세대는 전체의 48.8%(126명)로, 이 중 ‘항상 화장을 한다’(35명)거나 ‘외출할 때’(54명), ‘특별한 날’(37명) 화장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절반 가량(52%, 167명)은 머리염색을 하고 있었다.

한편 시니어세대의 주요고민은 주름, 피부 건조증, 피부 처짐, 흰머리, 검버섯, 피부윤기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응답자의 35%는 기능성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었고, 주름개선제, 자외선 차단제, 미백제품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태조사를 통해 상당수의 노인들이 피부미용에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니어 세대를 겨냥한 시니어 전문 화장품은 시중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60대 이상 여성들이 갖고 있는 화장품에 대한 욕구가 50대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립스틱이나 립글로스의 경우 입술의 주름으로 인해 번지거나 흐를 수 있다. 이 때문에 발라도 흐르지 않으면서 보습력은 강화된 제품이 필요하다. 동시에 입술 주름을 채워주는 기능이 있으면서 민감한 피부를 보호하는 안전성도 요구된다.

지금까지 국내 화장품업체들은 각 연령대별 수요층을 정해 제품을 출시해 왔지만 60대 이상의 노년층은 배제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노인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할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미용에 관심을 가진 노년층들은 4, 50대 중년층을 겨냥한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시니어화장품 시장 전망은‘맑음’

시니어화장품 시장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는 대체로 ‘맑음’이다. 고령친화산업 관계자들과 화장품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시니어시장의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확신하며 성장 가능성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시장규모가 미약하지만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시니어 화장품에 대한 수요도 점점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영동대 고령친화산업 기업지원센터 관계자는 “기존의 화장품 수요계층인 4~50대가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시니어화장품의 시장과 개발 필요성도 커져갈 것”이라며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경제력을 갖춘 데다 화장품에 대한 욕구가 확실하기 때문에 시니어화장품 시장은 발전가능성이 큰 분야”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국고령친화용품산업협회는 이른바 ‘고령친화 화장품’에 대한 자체 표준을 마련하고 있다.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것. 여기에는 물 없이 머리를 감을 수 있는 ‘워터리스’(waterless) 샴푸나 항노화 크림 등의 성분과 기준이 명시돼 있다.

▲시니어화장품 연구·개발은 ‘외로움 싸움’

일부에서는 ‘시니어 화장품’에 대한 연구와 제품출시를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충북 영동대 고령친화산업기업지원센터는 향토자원을 활용한 고령친화제품 연구를 통해 지난 2008년 노인전용 화장품을 출시했다.

지역 특산물인 수세미 등을 이용해 미백과 주름개선, 보습효과를 높인 ‘본투비’라는 한방화장품 브랜드를 개발해 스킨로션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을 판매 중이다. 현재 충북의 (주)대자연한방화장품으로 기술이 이전돼 기능성화장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또, 이 대학 고령친화산업기업지원센터 내에 설립된 화장품공장의 연구개발을 통해 노인 기능성 모발화장품 ‘본투비 샴푸’와 구절초를 이용한 기능성화장품, 영동호두를 이용한 미백화장품, 발열 슬림 팩 등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시니어화장품에 큰 비중을 두고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도 있다. 기능성화장품 전문업체인 ‘비비씨엔에프’(BB C&F·www.bbcnf.com)는 시니어전용 기초 화장품은 물론 보디로션과 보디 클렌저, 그리고 헹굼이 필요 없는 ‘노린스’ 샴푸를 출시 판매 중이다.

이들 제품의 특징은 잘 갈라지는 노인들의 피부특성에 착안해 보습기능을 강조한 것. 여기에 미백과 주름개선 등 노인들의 미용 욕구를 파악해 이를 제품에 응용했다.

비비씨엔에프 백승태 부장은 “노인피부는 콜라겐과 수분 등 탄력을 유지하는 성분들이 빠져나가 주름과 각질, 건조함을 갖는 특징이 있다”며 “시니어전용 화장품은 다른 화장품보다 보습력은 2배 이상 뛰어나고, 색소침착과 주름개선 성분이 다량 함유됐다”고 설명한다.

▲소비자 인식 변화·유통경로 확보 ‘시급’

시니어화장품이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소비자들의 인식문제다.

비비씨엔에프 마케팅 담당자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품질이나 기능성보다는 유명브랜드 제품을 선호하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며 “시니어화장품의 향후 발전가능성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노인성 피부에 대한 이해 없이 특정 브랜드만 선호하는 성향이 계속된다면 ‘시니어화장품’ 시장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역시 소비자들의 인식변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시니어화장품은 ‘미’(美)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픈 노인’들을 위한 제품이라는 편견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이에 더해 현재 국내 화장품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대형 업체들이 시니어화장품에 대해 시큰둥하다는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니어화장품에 ‘노인전용’이란 꼬리표를 다는 순간 화장품을 통해 예쁘고 젊어지고 싶은 노인들의 욕망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 화장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화장품은 더 젊어 보이고, 더 예뻐 보이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호성 상품인데 ‘시니어화장품’의 경우 바르는 순간 스스로 노인이라고 인정하는 게 된다”며 “고령친화산업이 부각되고 시니어용품 시장 규모가 아무리 커져도 수요가 없는 시니어화장품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화장품 업체는 시니어화장품의 시장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품개발을 미루고 있다. 일본에서 ‘시세이도’와 ‘가네보’ 등 시니어세대 브랜드에서 300여가지의 전용 화장품이 출시되고 있는 것과 상반된 현상이다.

한국고령친화산업협회의 김영란 연구원은 “시니어화장품에 관심을 가진 업체들은 꽤 많다”면서도 “시니어화장품에 대한 표준개발을 하면서 화장품 업체 관계자들을 모아 회의를 진행했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관계자들은 많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현재 시니어화장품의 유통경로가 시니어용품점이나 요양원 등을 통한 주문, 그리고 일부 방문판매 등에 국한돼 있어 앞으로 새로운 유통경로 모색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시니어화장품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노인피부 관리요령>

노인피부의 특징은 건조함과 색소침착, 잘 아물지 않는 상처, 두꺼워진 혈관, 각질층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리와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탄력있고 윤기있는 피부를 만들 수 있다. 건조한 피부에 생기를 주고, 주름을 방지하며, 색소침착을 예방하는 생활수칙과 피부 관리 요령을 소개한다.

1. 어떻게 씻어야 하나
1)미지근한 물에 가볍게 목욕하는 것이 좋다. 뜨거운 물이나 장시간의 사우나, 목욕은 오히려 피부를 상하게 할 수 있다.
2)욕조에 오일을 넣어 사용하는 것이 좋다.
3)보습제를 듬뿍 발라야 피부 건조를 예방할 수 있다.
2. 옷과 침구 선택은…
1)옷과 침구는 피부 자극이 없는 면 재질을 선택한다.
2)겨울철 정전기는 피부를 건조시킨다. 안에 자극 없는 옷을 겹쳐 입는다.
3)땀 흡수가 잘 되고, 세탁성이 좋은 옷을 고르고, 자주 빨아 수시로 갈아입는다.
3. 화장품 선택은…
1)수시로 크림제를 사용한다. 피부를 유연하게 하고, 가려움과 자극을 막아준다.
2)피부를 건조하게 하므로 알코올 성분이 없는 제품을 선택한다.
3)중성비누나 천연비누로 세수한다.
4)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해 색소침착을 예방한다.
4. 일상적 피부관리는…
1)노화된 피부에 자외선은 최대의 적. 장시간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2)자외선 노출 후에는 감자나 알로에로 마사지한다.
3)오전 10시~오후 3시 외출은 피한다.
4)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하고 비타민을 보충한다.
5)피부를 항상 청결히 유지하고 스킨 등 기초화장품을 꼭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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