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교육자, 자비로 국내 첫 노인대안학교 설립
은퇴교육자, 자비로 국내 첫 노인대안학교 설립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1.06 13:00
  • 호수 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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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후생애대안학교 안익현(70) 학장

▲ 지난해 9월 1일, 전국 최초의 '한국노후생애 대안학교'를 설립한 안익현(70) 학장

전남 광주에 위치한 한국노후생애대안학교 안익현(70) 학장. 그는 40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은퇴노인들을 위한 전문학교를 자비로 설립해 운영하는 퇴직 교육자다. 

“100세 장수시대를 눈앞에 뒀지만 어느 곳에서도 은퇴 후 노후생활을 준비하고 교육하는 기관이 없었다. 제2, 제3의 삶이 주어져도 우왕좌왕 갈 길을 잡지 못하고 사회와 가정에서 소외되는 노인들을 보면서 이들을 위한 전문교육기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정부지원이나 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누군가 어려운 첫 발을 내 딛어야 한다는 생각에 공무원 연금을 털어 대안학교를 설립하게 됐다.”

지난해 9월 1일 전국 최초로 설립된 ‘한국노후생애대안학교’는 은퇴 노인뿐만 아니라 중장년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자기개발의 기회를 제공하고, 노후생애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노인생애준비 전문 교육기관이다. 노인대안학교는 6개월 학기제로 운영되며 1기 교육생 25명이 지난 1월 15일 첫 졸업식을 가졌다. 오는 2월 18일까지 제2기 교육생을 모집(선착순 40명, 문의 및 원서접수 062-223-1357) 중이다.

1970년 전남 완도 신지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안 학장은 지난 40년간 여수부영여고와 화순고등학교 교장 등을 역임한 전형적인 교육공무원이다. 서남단 국경마을인 소흑산 중학교에 근무하며 국민교육헌장 대통령상(1981년)을 수상했고, 전남도교육청 장학관 당시 교육부총리표창(1994년)도 받았다. 정년퇴임 시에는 근정훈장과 청소년 지도훈장을 수상할 정도로 교육자로서 인정받는 삶을 살았다.

그런 그가 퇴직 노인들의 권익향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한은퇴자협회와 인연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2004년 대한은퇴자협회 광주지부의 초대회장을 역임하며 노인권익 바로세우기 운동에 뛰어든 것. 광주지역 은퇴노인들과 함께 노인요양원 무료 마사지 봉사나 각종 도우미 봉사 등을 주도해 참여했고, 노후설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3, 40대를 대상으로 노후가상체험 행사도 개최했다.

안 학장은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이제는 수동적, 치료적 노후가 아니라 자발적, 예방적 노후가 필요하다”며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고 품위 있는 노후를 맞기 위해서는 노인들이 배우고,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안 학장은 지난 2006년, 66세의 나이에 호남대학교 복지행정대학원에 입학, 노인학을 전공했다. 이듬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노후생애경력개발 교육을 수료했고, 각종 노인관련 세미나 및 학술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다.

보다 많은 어르신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교육비 전액을 안학장이 부담하고 있지만 그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수준 높고 실질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는 노인대학이나 복지센터의 여가오락 위주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두고, 어르신들의 성취감을 높인다는 안학장의 신념 때문이다.

그 결과 노인생애학교에서는 생활(여행)영어를 비롯해 노후생애준비, 생애경력개발, 노인심리학, 한시(한문)의 이해, 웃음건강치료 등 여느 대학 못지 않은 과육과정이 실시되고 있다. 졸업생들은 웃음(건강) 치료사 1급, 펀 리더십 1급, 레크리에이션 지도자 1급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고, 학생자치회를 통해 사회봉사활동 및 일자리 지원도 가능하다.

하지만 안 학장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 운영에 대한 짐은 무겁기만 하다. 노후설계 전문학교에 대한 인식부족과 홍보, 예산 부족 등으로 한국노후생애대안학교의 발걸음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은퇴교사 5명도 자원봉사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안 학장을 비롯한 강사들은 홍보 전단지 등을 손에 쥐고, 노인대안학교의 취지를 알리는 거리 캠페인까지 펼치며 홍보와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자기개발과 학습을 통해 활기찬 노후를 스스로 설계해 나가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며 “노후생애대안학교가 국공립 대학으로 인가를 받은 전문 교육기관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소명”이라고 말한다.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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