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 일하는 노년이 행복한 노년①
신년 기획 - 일하는 노년이 행복한 노년①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1.07 10:31
  • 호수 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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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속에서 희망찬 새해 열어가는 어르신들

 

초고령사회와 100세 장수시대를 앞둔 가운데 노인일자리사업은 노인복지 차원을 넘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요 노인복지정책으로 손꼽히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노인복지정책의 핵심 과제도‘노인일자리사업’이다. 2004년 처음 도입된 노인일자리사업은 첫해 2만5000곳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8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수치로 보는 실적도 중요하지만 어르신들의 자존감 회복과 노후생활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생산인구감소를 대체하기 위해 노인의 사회참여를 유도,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꾀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인인력 활용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길게는 40여년의 여생을 스스로 책임지기 위한 대안으로도‘일’은 노년층에게 매우 중요한 노후수단이 아닐 수 없다.

본지는 신년기획 ‘일하는 노년이 행복한 노년’을 통해 일과 노년의 행복 사이의 함수관계를 분석해 본다. 

 

△시니어 문화공간 ‘카페나우’ 실버바리스타
박기성(70) 어르신

대구 북구 지하철 2호선 문양역에 위치한 커피숍 ‘카페나우’에서 일하는 실버바리스타 박기성(70) 어르신은 그 어느 때보단 활기차게 새해를 맞았다. 은퇴 후 5년여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다 지난해 8월 바리스타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었다. 집에서 카페까지 1시간이 넘는 거리도 결코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박 어르신은 “일을 시작한 뒤 얼굴도 더 좋아지고 건강도 좋아졌다”며 “분주한 일반 카페보다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비슷한 또래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카페 나우’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2010년도 노인일자리사업 창업 모델형 기획 공모에서 전국 첫 모델로 선정된 시니어종합문화공간이다. 카페와 함께 야외공연장, 노인일자리사업 생산품 전시장 등도 마련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일흔의 나이에 영어로 된 커피 이름과 유래를 외우고, 커피 만드는 과정을 익힌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러 번 포기할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커피 제조가 익숙해진 지금, 그에게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를 만드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아침에 출근하면 자연스럽게 에스프레소 한잔을 내리고 원두의 향을 느끼는 여유가 익숙해졌을 정도다.

“일을 할 때 비로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퇴직 후 낭비했던 5년의 시간이 아까워 되돌리고 싶은 심정이다. 고객들이 내가 만든 커피를 마시며 환한 미소를 지을 때 가장 행복하고 보람을 느낀다. 커피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재미를 다시금 느끼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카페나우’에는 은은한 커피 향만큼이나 진한 인생의 향기가 전해지고 있다.

△경남 진주 부각공장
하순임(72) 어르신

경남 진주에 위치한 ‘온새미참식품’ 공동사업장에는 위생모와 위생복으로 ‘무장’한 어르신들이 겨울 한파도 잊은 채 ‘부각’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공동사업장의 일꾼 중 최고령인 하순임(72) 어르신은 곱게 화장까지 하고 채반작업에 여념이 없다.

하 어르신은 평생 감농사를 지어온 토박이 농사꾼. 하지만 건강악화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지난해 5월부터 이곳 부각공장에서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어르신이 담당하는 업무는 생산팀의 채반담당이다. 연근이나 우엉 등의 부각원재료에 밀가루와 전분이 배합돼 들어오면 찜기에 들어갈 부각들을 채반 위에 고루 펴는 작업을 맡고 있다.

매일 8시간씩 서서 일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작업장에선 솔선수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장에서 내가 제일 큰언니니까 대충대충 일할 수 없지. 그리고 100살까지는 계속 공장에서 일할테니까 앞으로 30년은 맞언니 역할을 할 거 같아. 친구들과 오순도순 모여 함께 일을 하니까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즐겁게 일하고 있어. 우리는 고소득의 일자리를 얻어서 좋고, 지역 특산물을 생산해 지역경제도 살리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니까.”

‘온새미참식품’은 정부지원 창업모델형 사업으로 선정돼, 지난해 4월부터 고추, 연근, 우엉, 호박부각 반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부각공장은 일반적인 사업단 형태의 운영개념에서 벗어나 공장형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은 3억원에 달한다.

△대전 중구 한밭 종합체육시설 내 구내식당 ‘미락원’
이도실(66)씨

모친으로부터 전수받은 정성어린 손맛을 살려 노인일자리를 창출한 사례도 있다. 대전 한밭운동장 내 충무체육관 안에 자리한 ‘미락원’ 식당에서 일하는 이도실(66)씨도 주인공 중 한명이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미락원’은 전국 최초로 외부 지원 없이 개업한 체육시설의 구내식당이다. 이씨는 식당 개업을 준비하던 11월부터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해 현재는 구내식당의 살림 전체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이씨는 “미락원이 시립체육시설 부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시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식당을 자주 찾는다”며 “시를 대표해서 손님을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요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가장 자신 있는 요리를 ‘일’로 하고 있으니 행복하고, 우리 지역을 찾은 손님들께 고향의 맛을 소개할 수 있어서 하루하루가 보람된다”며 “미락원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40년의 요리 내공을 모두 쏟아 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미락원을 단순한 일터로 생각지 않는다. 66세에 맞이한 제2의 인생에서의 얻은 ‘활력소’이자 ‘희망’이라고 말한다. 그는 ‘일하는 100세’를 꿈꾸는 신세대 젊은 노인이라고 자신을 표현한다.

이씨는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사회의 어른으로서 해야 할 마땅한 도리’라며 최근 자신의 첫 월급과 틈틈이 폐지를 모아 마련한 100만원을 조손가정을 위한 성금으로 기탁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노인일자리사업, 우리가 책임진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지난 2005년 12월 설립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복지법에서 규정한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이다. 모든 노인일자리사업을 기획, 조정, 연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준공공기관이다. 올해 노인인력개발원은 △민간·지역사회 네트워크 강화 △노인고용 진입장벽 완화 △노인일자리 확대 재생산 및 저변확대 △신 고용창출모델 도입 등을 핵심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다.

 

공공일자리의 경우 저소득 노인 위주로 선발조건을 강화하는 한편 노인들 스스로 활동내용과 운영을 검토해 운영하는 ‘노인주도형 일자리사업’을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초기에 단순 환경미화 위주로 추진됐던 공공분야 사업은 국격향상, 지역발전 등 사회적 유용성이 높은 사업의 비중을 확대하고, 일자리 품질 향상을 위해 프로그램인증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경쟁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간분야 사업은 생산성 증대를 위해 성과진단 결과를 토대로 경쟁력 있는 사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재편성된다.

특히 지역별 특성화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인일자리 서포터즈’(가칭)를 구성, 경영컨설팅 등의 지원 대책도 마련한다. 더불어 노인일자리 생산품의 온오프라인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문쇼핑몰 개설을 비롯해 지역사회 네트워크 강화, 브랜드화 추진, 대형마트 입점 등의 홍보판촉 활동도 실시할 예정이다.

한국시니어클럽협회
시장형 일자리를 중심으로 조직된 전국 90개 시니어클럽의 협의체인 한국시니어클럽협회는 3만5000여개의 일자리사업을 관장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시장형 노인 일자리사업 확대’와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하는 지역 흡수형 일자리사업 개발’이 중점 추진과제다.

민간분야의 경우, 지역 특성에 맞게 특화된 시장형 일자리 개발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지역 생산품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 스스로 자립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지역별 연대를 강화하고, 일하는 노인들의 조직화사업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정보공유와 연대감 형성에 도움을 주고, 노인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창규 시니어클럽협회장은 “특히 성과를 거뒀던 우수일자리 사업에 대한 성공포인트와 경영전략 등을 공유할 수 있는 홍보대책도 마련된다”며 “지난해 발간된 ‘민간분야 노인일자리 우수사업 100선집’을 활용해 성공사례를 홍보하고, 동일 품목의 경우 프랜차이즈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노인회 취업지원본부
대한노인회 취업지원본부는 전국 254개(본부1, 연합회 16개, 지회가 237개) 취업지원센터를 관장한다. 주요 담당사업은 △소자본 창업을 통한 일자리 확충 △농어촌, 산촌 등의 지역별 특성화 사업 개발 △우수사업장 멘토링 연계사업 등이다. 실버택배사업 등 소자본 창업을 통해 직접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대한노인회 연합회와 지회를 연계, 지원한다.

올해는 지역특성화 사업단을 구성해 농어촌, 산촌 등의 지역 특성을 살린 신규 노인일자리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연합회와 지회별로 흩어져 있는 취업지원센터를 시·군별로 통합 운영하는 시범사업도 실시한다. 1월 3일 울산광역시가 1개 연합회와 5개 지회의 취업지원센터를 통합 운영하고 있고, 제주도 1월 10일 통합시스템을 구축했다. 오는 3월 중간평가와 6월 최종평가를 거쳐 업무의 효율성이 인정되면 전국적으로 확대된다.

강희성 본부장은 “취업지원센터 전국 대표전화 1577-6065를 상용화하기 위한 대외 홍보 전략도 펼칠 계획”이라며 “1577-6065 대표전화를 이용하면 취업 희망자의 근거리 센터와 바로 연결돼 원스톱 노인취업상담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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