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과의 이별 준비기간
이 세상과의 이별 준비기간
  • 이미정
  • 승인 2006.10.20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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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은 어떤 의미로든 죽음을 생각하며 산다. 그러나 노인들은 죽음의 시간을 오늘 내일이 아닌 먼 훗날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남의 일처럼 여긴다.

 

그러다 주변 사람이 죽음을 맞으면 비로소 ‘나에게도 해당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다시 ‘내 죽음은 오늘이 아니다’라고 방심하게 된다.


의식해서 죽음을 생각하지 않아도 나이가 많아지면 그 생활 자체가 이미 죽음과 함께 하고 있는 매일이라고 할 수 있다. 새삼스럽게 죽음을 생활 속에 끼워 넣지 않아도 된다.

 

역설적으로, 늙어서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신의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병들고 노쇠했는데도 죽지 않는다면 남은 인생이 참으로 지루하고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환자가 최악의 상황을 맞아 소생하기 어려운 상태에 직면했을 때, 의사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행해지는 최후의 의학적 시술을 한다. 기도를 절개하고 관을 꽂아 인공호흡을 시킨다. 생명을 연장해 마지막 남은 순간까지 할 수 있는 처지는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만약 그런 경우를 맞는다면 단연 사절하겠다. 온전한 의식이 있을 때 미리 밝혀두고 싶다. 죽음을 생각하기에 앞서 자신의 신변정리를 깔끔하게 해 두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건설적인 삶의 마무리 작업일 것이다.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를 대비해서 미리미리 치워야할 물건, 버려야할 것들을 정리해 짐이 되지 않게 하자.


하루하루가 이 세상과의 이별 준비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죽음을 담담하게 맞이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문명숙 종로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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