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한계’라 말하지만, 나는 ‘도전’이라 부른다”
“남들은 ‘한계’라 말하지만, 나는 ‘도전’이라 부른다”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1.13 09:29
  • 호수 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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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었다 펴는 아이젠 '발톱' 발명특허…박정극(63) 대표

▲ 미끄럼방지용품 ‘산타아이젠’ 발명특허 개발자, 천성산업사 박정극(63) 대표

예순을 넘긴 나이에 늦깎이 대학생으로 입학, 어르신들을 위한 생활용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집념의 사업가가 있다. 주인공은 한양사이버대학교 실버산업학과 08학번이자 '천성산업사'를 이끌고 있는 박정극(63) 대표다.

박 대표는 5년여의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쳐 최근 원터치 미끄럼 방지 스파이크 ‘산타아이젠’을 출시했다. 아이젠은 등산화에 덧신어 눈길과 빙판에서 미끄러짐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되는 장비. 그가 발명한 ‘산타아이젠’은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아이젠 발톱(스파이크)을 접어다 펼 수 있는 발명특허상품이다. 평소에는 스파이크 발톱을 접어서 다니다가 미끄러운 길이 나타나면 버튼을 눌러 발톱을 펴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노인들에게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가 바로 낙상이다. 아차 하는 순간에 골절이나 근육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도로에 눈이 쌓여 빙판이 되면 노인들의 외출은 큰 고민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고안한 게 등산장비 아이젠을 활용한 원터치 미끄럼방지 스파이크였다.”

한때 박 대표는 직원 30여명을 거느린 중견사업체를 경영했다. 함경남도 함흥 태생인 그는 1·4후퇴 때 남하해 맨손으로 사업을 일군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하지만 그런 그도 IMF 경제위기는 견뎌내지 못했다. 회사 부도만은 막기 위해 화물차에 재고물품을 싣고 전국을 돌며 영업도 펼쳤다. 그렇게 2년 동안 강원도 고성에서 전남 해남까지 안 가본 곳이 없다. 하지만 결국 사업 실패라는 쓰라린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월세 30만원의 달동네 옥탑방에서 생활하면서도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인생에는 언제나 굴곡진 고비가 있다. 하지만 그 고비를 넘겨야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나이라는 한계와 사업실패라는 벽이 결코 내 인생의 종착점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새로운 사업과 학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업가인 박 대표의 멈췄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든 것은 등산장비 ‘아이젠’이었다. 사업실패 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시작한 등산이었지만 그는 그 곳에서 제2의 인생을 꿈꾸게 할 사업 아이템을 발견한 것이다. 등산로에서 아이젠을 자주 신고 벗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눈길이나 낙상의 위험이 있는 노인들이 일상생활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가진 것 없는 밑바닥에서 꿈을 향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렸다.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하고 출시하기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다. 아이디어 구상 후 시제품 완성까지 1년 6개월, 그리고 시제품 테스트를 거쳐 기능과 편의성을 개선하는데 3년여의 시간이 더 소요됐다. 예순을 넘긴 나이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는 건 ‘도전’이 아니라 ‘도박’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박씨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모든 열정과 집념을 쏟아 부었다.

지난 2009년에는 61세의 나이에 한양사이버대학교 실버산업학과 신입생으로 입학하는 특단의 조치도 취했다. 고령친화상품 개발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기 위해선 고령친화산업에 대한 이해와 미개척 분야의 창업 및 마케팅에 대한 전문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교수님들과 학과 선후배들 모두가 사업파트너이자 조언자 역할을 해줬다. 30대부터 60대까지 학생들의 연령대도 다양하고, 공무원, 연구원, 전업주부 등 직업군도 다양해서 함께 모여 토론하는 것만으로도 귀중한 정보를 얻게 된다. 특히 아이젠을 일상생활에 적용하려는 이번 사업 아이템의 최종 보완작업과 홍보전략을 짜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

사업가로서 앞으로 30년은 더 활동할 수 있다고 말하는 박정극 대표. 끝을 알 수 없는 그의 열정과 도전의식은 지난 2008년 열린 서울국제발명전시회에서 빛을 발했다. 아이젠과 신발용 미끄럼 방지구 2개 부문에서 당당히 금상을 수상하며 그의 발명품이 지닌 실용성과 가치를 인정받았다. 또 국내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의 특허상품으로까지 등록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는 “노인들을 위한 제품은 첫째가 안전이고, 둘째가 편리성이다. 최근에는 경제력을 갖춘 노인들이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인식되면서 시니어마켓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제품들이 등장할 것이고, 나아가 디자인을 강조한 상품들도 줄지어 출시될 것”이라며 고령친화산업의 미래를 밝게 전망했다.

그가 꿈꾸는 제2의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가장 중요한 제품 마케팅과 유통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연구를 비롯해 상품주문, 외주업체 관리, 영업, 판매, AS에 이르는 모든 업무를 박 대표와 그의 아내가 직접 담당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쇼핑몰(www.santa100.in)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지만 두 발로 뛰는 홍보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 조립과 디자인, 품질개선 등도 마찬가지. 그러나 박 대표는 오히려 “고비는 누구에게나 있다.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넘어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발명품에 대해 자신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 정상에서 이룰 더 큰 꿈을 그리고 있었다. 사업이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르면 가장 먼저 한양사이버대학교 실버산업학과 후배들을 위한 창업 장학금을 지급하겠단다. 그의 더 큰 바람은 노인들을 위한 휴식처인 ‘은퇴자 마을’을 만드는 것. 산중턱에 위치하게 될 은퇴자 마을은 대자연 속에서 제2, 제3의 인생을 꿈꾸는 노인들을 위한, 노인들에 의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은퇴 후에 주어진 30년이란 시간은 내 평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귀중한 시간이다. 남들은 ‘한계’라고 말하는 것을, 나는 ‘도전’이라 부른다. 나이가 들어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다. 내가 지금 새로운 공부와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예순 셋에 시작하는 새로운 도전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말하는 박 대표. 상황에 굴하지 않고 꿈을 그리며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그가 ‘인생 100세 시대’를 열어가는 진정한 시니어리더가 아닐까.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사진=임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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