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부부 성(性)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
노년기 부부 성(性)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1.21 15:30
  • 호수 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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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신체·심리적 변화 이해, 솔직한 대화로 해결해야
규칙적인 성생활이 노화를 방지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노년기에도 성생활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상당수의 노년기 부부들이 만족스럽지 못한 성생활로 인해 갈등을 빚는 것으로 나타났다(본지 제253호 1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13곳에 개설한 노인성상담실에 접수된 상담사례 가운데 20% 가량이‘부부 성 갈등’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즉, 노년기 부부 5명 중 1명이 성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노년기의 성적갈등은 성매매 등 사회문제로 불거지는 것은 물론 노후생활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절한 해소가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노년기 부부간의 성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배우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물론 부부간의 솔직한 대화와 성교육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 노년기 부부 5명 중 1명은 성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노년기 부부간의 성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배우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물론 부부간의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2006년 서울 영등포 역전 파출소에서 화촉을 밝힌 신랑 임진국(당시 90세, 교통 봉사원) 어르신이 신부 차갑선(당시 75세) 어르신 볼에 입을 맞추고 있다.<연합>
 “63세의 남성입니다. 저는 신체적으로 건강해 성생활의 욕구가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아내는 성생활을 거부합니다. 간혹 잠자리를 갖게 돼도 ‘아프다’ ‘흥미 없다’는 이유로 성관계를 거부합니다. 현재는 아내와 각방을 쓰고 있습니다. 요즘은 생활하는데 기쁨이 없고, 자주 짜증이 납니다. 아마도 성욕을 해소하지 못하는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 남성의 상담사례처럼 부부간 성(性)적 욕구 차이로 심각한 갈등을 빚는 노년기 부부들이 많은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 한 해 동안 서울·인천·충북 등 전국 13곳에 개설한 노인성상담실에 접수된 성상담 사례 2421건을 분석한 결과에서 이 같은 내용이 확인됐다.

분석결과, ‘부부 성 갈등’ 관련 문의가 473건으로 전체 상담의 19.5%를 차지했다. 성적 갈등은 어르신들이 갖는 성관련 고민 중 ‘성기능’(606건) 다음으로 높았다.

노년기 부부들의 성적 갈등 요인을 살펴보면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성상담 사례 분석 결과, 상대방의 신체적·심리적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을 비롯해 과거부터 쌓였던 불만, 경제적인 문제, 남성의 가부장적인 태도 등이 주요 갈등 요인이었다.

노부부의 성 갈등은 성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문제를 해결해야만 행복한 부부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성(性)은 노력해서 얻어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노년기 성생활은 일상생활도 긴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발기장애·성교통 등 의학으로 극복 가능

나이가 들면서 생리적으로 성욕이 감소하고 성기능도 떨어져 성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년층이 적지 않다.

특히 남성 노인의 경우 발기부전, 여성노인의 경우 폐경과 함께 여성 호르몬 감소로 인한 질내 윤활작용이 감소, 성관계시 통증을 호소한다.

하지만 이러한 신체적인 변화에 대한 문제들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의학적인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꾸준한 관심과 노력만 있다면 노년기 성생활에 큰 장벽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청주 한국병원 김용수 과장(피부비뇨기과)은 “성생활에 있어 남성노인들의 가장 큰 장애는 발기부전”이라며 “하지만 발기장애는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라고 말했다.

김용수 과장은 “발기장애 치료방법으로 ‘비아그라’ 등 경구복용약 사용을 비롯해 음경해면체 주사요법, 진공 흡입기, 음경 보형물 삽입술 등 다양하다”며 “하지만 경구 복용약인 비아그라는 심장이나 혈관계통의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통해 약국에서 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노인들 또한 여성호르몬요법 또는 윤활제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노년기 여성의 성기능 장애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김숙희(김숙희산부인과) 원장은 “폐경이 시작된 중년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인해 성욕 상실, 질 건조, 성교통 등의 증상을 겪으면서 성기능 장애를 겪는다”며 “하지만 여성호르몬제 복용 또는 골반근육강화운동, 마사지, 윤활제 등으로 성기능 장애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성교만이 아니라 키스나 포옹 등 스킨십 또는 친밀한 대화도 성생활의 일부라는 점도 깨달아야 한다고 전문가들 조언하고 있다.

이처럼 신체적인 변화에 따른 문제는 의학의 도움을 통해 극복할 수 있지만 부부갈등의 경우 심리적인 요인이 중요하기 때문에 부부간 꾸준한 노력이 요구된다.

◇노부부의 성, 배우자 이해·배려 절실

성적 욕구의 불일치로 인해 성적 갈등을 빚는 부부도 많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상담 사례에 따르면 부부의 성 갈등은 성별에 따라 매우 상반된 견해차를 보였다. 남성노인의 경우 성관계 요구에 대한 아내의 거부, 여성노인은 남편의 지나친 성관계 요구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상담사례 중에는 성 갈등과 성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외도나 성매매 등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성 갈등으로 인해 배우자를 무시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처럼 노년기 부부의 성 갈등은 성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악영향을 주고, 성매매 등 사회문제로 불거지기 때문에 적절한 해소가 시급하다.

노년기의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서는 성교 중심적인 남성노인의 성인식 변화는 물론 가부장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생활 대신 배우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외숙 상담21 성건강연구소장은 “여성노인들의 경우 상대방의 배려가 부족하거나 원하는 부분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성관계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서로간의 성적 욕구차이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배우자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마음부터 갖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여성노인 또한 배우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무조건 마음속에 담아두기 보다는 오히려 화해와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은 “과거 남편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성관계 회피로 표현할 경우 이 관계가 지속된다면 부부 사이에 남는 것은 갈등밖에 없다”며 “오히려 성관계를 화해와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못이기는 척 받아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솔직한 대화·전문가 상담… 50대부터 부부교육 중요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상담사례 분석 결과, 성 갈등을 보인 노부부 대다수는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원인을 상대방에게 돌리거나 해결을 위한 노력에 있어서는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년기 이전인 중·장년기부터 부부가 상대방의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이해하고, 성에 대한 솔직한 대화는 물론 문제가 있는 경우 전문가를 찾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노년기의 성 갈등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부부간의 성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성교육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성경원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성(性)을 원초적 본능이라고 여기며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성생활 경험이 풍부한 어르신들조차 잘못된 성지식이나 성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성 소장은 “어르신들도 성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전환과 함께 부부가 함께 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강의를 마련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고령화대책팀 정신숙 팀장도 “노인성상담 사례분석 결과 50대부터 부부의 성 갈등이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50대 이후부터 성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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