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부모·성인자녀 뒷바라지 걸머진 고단한 세대
베이비부머, 부모·성인자녀 뒷바라지 걸머진 고단한 세대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1.28 13:46
  • 호수 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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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48~56세, 경제활동은 하지만 언제 해고될지 몰라 ‘벌벌’
한달 423만원 벌어 290만원 지출… 자산규모 3억3380만원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10명 중 8명은 퇴직 후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고, 이들 중 28.3%는 경제활동은 하고 있었지만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은 경우 불안도가 더욱 높았다. 또 상당수의 베이비붐 세대가 부모뿐만 아니라 자녀 양육을 도맡아하는 이른바 ‘샌드위치’ 부양을 하고 있었고, 이들 대부분이 부모세대에 대한 경제적 지원보다 성인자녀에 대한 경제적 부양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7월 5일~8월 15일까지 베이비부머 30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년층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 조사’에서 밝혀졌다.

베이비부머 상당수가 퇴직 후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연구조사 결과, 83.4%가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대부분의 베이비붐 세대가 부모뿐만 아니라 성인자녀의 뒷바라지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비붐 세대는 1955~19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세대로 대략 712만명이며, 총 인구의 14.6%에 달하는 거대한 인구집단이다. 이들은 한국전쟁 이후 급격한 출산붐을 타고 태어나 산업화와 민주화, 외환위기 등 격변의 세월을 겪었고, 소비와 생산의 주도 세력으로 부동산, 예금, 주식 등의 보유자산에서도 다른 세대를 압도한다.

정경희 연구위원 1월 27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제1차 베이비붐세대 미래구상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10명 중 8명 일하지만 여전히 불안
베이비부머 10명 중 8명은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이들 중 28.3%는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었다. 특히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은 경우 불안도가 높았다.

이들의 일자리 유형을 보면 단순노무직(17.5%)이 가장 많았고, 판매(14.2%), 기능원 및 관련기능(13.6), 서비스직(13.5%) 등의 순이었다.

이들 중 절반 이상(54.2%)은 전 직종과 같은 업종에서 일하고 있었다. 현업에 종사하는 기간은 20~30년이 28.2%로 가장 많았고, 10~20년(26.2%), 5년 미만(22.9%) 순이었다.

또, 63.9%는 노후에도 일자리를 희망하고 있었다. 특히 남성(81.4%)이 여성(48.1%)보다 일자리 갖기를 희망했고, 학력이나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일자리를 더 원했다.

그러나 현업 중단 이후에 대한 준비에서는 무려 83.4%가 ‘특별히 준비하는 바가 없다’고 답해 은퇴 이후의 노후생활이 막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3명은 40대 이후 퇴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위험성을 더하고 있었다.

베이비부머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423만원으로 조사됐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원이었다. 하지만 이는 지역이나 교육수준에 따라 차이가 컸다. 이들의 평균 자산규모는 3억3380만원이었고, 부채규모는 4640만원으로 나타났다.

저축·민간보험 가입 여부를 살펴보면 80% 이상이 건강·요양 보험에 가입하고 있었다.
소비행태는 가까운 곳에서 신속하게 구입하고, 다양한 정보를 탐색해 적합한 가격에 구입하고 있었고, 대부분(80.8%) 본인보다 가족과 자녀를 위한 소비가 많았다.

◇부모·자녀 ‘샌드위치’ 부양 부담
베이비붐 세대는 퇴직을 앞두고도 자녀와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이른바 ‘샌드위치’ 부양으로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안고 있었다. 특히 부모보다 성인자녀에 대한 부양을 더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베이비부머의 절반 이상(51.7%)은 노부모 부양을 ‘자녀와 가족’이 해야 한다고 여겼다. 이어 연금·사회보험(19.1), 본인(15.6%), 국가(11.8%), 배우자(1.7%) 순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자신의 노후대책은 복지시설(36.1%)이나 배우자(28.9%), 의료시설(21.1%)을 선호했다.
반면, 이들 상당수는 성인자녀에 대한 부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녀부양 책임시기를 물었더니, ‘결혼할 때까지 자녀를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이 41.5%로 가장 많았고, ‘직장 생길 때까지’(23.9%), ‘학업마칠 때까지’(29.6%)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베이비부머의 부양 인식을 살펴보면 노부모 부양책임은 전통적 유교가치관이 유지되고 있지만 본인의 노후에 대해서는 자녀의존도가 낮은 것이 특징이었다.

◇노후 어려움은 건강 악화와 경제난
대부분의 베이비부머가 노후의 어려움으로 ‘건강 악화’(54.7%)와 ‘경제난’(31.8%)을 꼽았다. 더불어 성공적 노후 조건으로도 ‘건강’(45.1%)과 ‘경제적 안전과 여유’(40.6%)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부머들이 희망하는 노후정책은 ‘건강보호·장기요양’(43.5%)과 ‘노후 소득보장’(32.9%), ‘노년기 고용연장 및 기회확대’(17.3%)가 많았다.

정부가 노후대책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는 주택연금과 장기요양보험에 대한 인지도는 80% 이상으로 매우 높았지만 제도의 충분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것이 정경희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과거 노인들이 매장을 선호했다면 베이비부머들은 화장(火葬·85.5%)을 원했고, 존엄사도 긍정적(72.5%)으로 받아들였다.

베이비붐 세대는 평균 2명의 자녀와 5명의 형제자매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이 부모가 생존해 있었고, 11.8%만이 손자손녀를 두고 있었다.

◇80% 건강검진 받지만 가격 부담 커
베이비부머 10명 중 8명은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고 있었지만 일부는 비경제적인 이유로 건강검진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건강검진으로 질병이 발견돼도 바빠서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못한다고 답변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베이비부머 가운데 76.2%는 건강을 위해 금연을, 37.2%는 금주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고학력자이면서 일을 하고 있는 경우 흡연이나 음주율이 더 높았다.

베이비부머 10명 중 7명은 건강을 챙기기 위해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었다. 운동은 일주일에 2~3일(45%)씩 집주변(67.9%)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바빠서’(59.7%), ‘게으름’(16.1%), ‘관심없음’(10.4%) 등의 순이었다.

이들 중 76.2%는 음식을 통해 건강유지에 노력하고 있었고, 10명 중 6명은 건강식품을 섭취했다. 또 베이비부머 가운데 27.1%는 만성질환이나 우울증을 앓았는데 특히 취약계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노후에도 사회참여 중요성 인식
베이비부머 세대는 현재는 물론 노후에도 사회참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사회참여 실태 조사결과, 베이비부머 41.2%가 “사회참여 활동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노후에도 사회참여 활동이 중요하다”고 답한 베이비부머도 49.5%나 됐다.

현재 사회참여 활동의 일환으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는 7.3%에 불과했다. 또 이들 중 43.9%는 전문가에게 노후설계를 받기를 희망했다. 이밖에도 베이비부머 절반가량(46.8%)은 컴퓨터나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었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세대가 우리사회의 신노년층으로 안전하게 편입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적 정책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우선 베이비부머의 다양성을 반영해 저임금의 단순한 일자리뿐만 아니라 그들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공적연금의 사각지대 해소,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장기요양비용 증가 억제를 위한 체계 구축, 특성별 건강증진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효과적인 직업교육 및 평생교육 시스템 확립 등도 강조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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