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건강, 신바람요가로 책임지겠습니다”
“어르신 건강, 신바람요가로 책임지겠습니다”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2.10 14:30
  • 호수 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년간 노인 위한 요가 연구·개발… ‘시니어요가’ 강사 임화령(43)씨

“날좀보소~, 날좀보소~, 날좀보소~. 동지섣달 꽃본 듯이 날좀보소~.”

동(冬)장군이 전국을 꽁꽁 얼렸던 2월 11일, 서울 신내동 신내종합노인종합복지관의 요가 강의실. 모두 일흔을 넘긴 어르신 수강생들이 매서운 추위도 잊은 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강의실을 울리는 음악은 요가에 어울리는 조용한 명상 음악이 아니라 밀양아리랑이다. 어르신들은 경쾌한 장단에 맞춰 박수도 치고, 노래도 하고, 큰 소리로 웃기도 한다.

요가는 몸이 유연한 젊은 여성들에게 어울리는 운동이란 인식이 강하다. 특히 어려운 동작들 때문에 노인들을 위한 운동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그러한 편견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건강운동 전문가가 있다. 노인들의 신체적 특성과 기호에 맞춰 요가자세를 연구·개발해 강의하고 있는 ‘시니어요가’ 전도사 임화령(44) 씨가 주인공.

“요가는 치료나 몸매 관리용 운동이 아니라 심신을 단련해 건강을 예방하는 운동입니다. 방법만 잘 선택하면 어르신들의 건강 관리에 매우 효과적이지요. 어르신들의 활동성을 높이는 데도 탁월하지만 정신 수양을 통해 치매나 우울증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임씨가 ‘노인들을 위한 요가’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2005년만 해도 ‘시니어요가’란 용어는 생소했다. 그래서 그는 어르신들의 신체적·정서적 특징부터 공부했다. 어르신들이 갖고 있는 주요 질환을 비롯해 생활패턴도 면밀히 조사했다. 그렇게 5년여 동안 시행착오와 연구·실습을 거듭한 끝에 탄생한 게 임씨의 ‘신바람 시니어요가’다.

“‘신바람 시니어요가’는 말처럼 거창하지 않아요. 물론 요즘 젊은 강사들이 지도하는 요가 동작과 많이 다르지요. 대신 어르신들의 흥미와 재미,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간단한 체조와 노래, 레크리에이션, 웃음치료 등을 요가에 접목시켰어요. 한마디로 체조와 노래가 결합한 ‘국민건강운동’인 셈이지요. 특히 어르신들은 무리하게 큰 근육을 사용하는 것보다 사용하지 않는 작은 근육을 쓰는 것이 운동효과가 높아요. 그래서 요가 프로그램도 성인병, 관절염 예방을 위해 혈액순환강화, 통증완화, 치매예방 효과가 있는 동작들 위주로 구성됐지요.”

임씨가 시니어요가를 시작한다고 하자 처음엔 동료조차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통 요가를 배워 인도국제요가자격증까지 취득한 그가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상대로 요가를 가르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그의 강의에는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많은 수강생들이 모여 들었다. 현재 임씨는 경로당 2곳을 비롯해 신내노인종합복지관, 애원시니어대학, 한국산업교육원 등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엔 동료가 왜 저런 걸 하나 의아해했습니다. 요가강사가 격도 없이 노인들과 함께 가요를 부르고 손뼉 치면서 요가랄 수 없는 간단한 체조를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현장에선 반응이 뜨거웠죠. 복지관 담당자들도 놀랐을 정도였습니다. 서너 명으로 시작한 요가 수업에 이제는 2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강의 장소가 협소하다보니 1시간 전부터 줄을 서 기다릴 정도입니다. 어르신들의 열정도 높아서 출석률도 90%를 넘어요.”

‘시니어요가’의 인기가 치솟자 손가락질하던 동료들이 오히려 그녀에게 신바람 요가를 배우러 왔다. 지난해 12월 그렇게 시작한 것이 ‘실버사랑 아카데미’다. 실버사랑 아카데미는 요가강사들이 모여 시니어에게 적합한 요가 프로그램을 함께 연구·개발하고, 실습하는 모임이다. 현재 15명의 전문강사들이 아카데미에 참여하고 있다.

임씨는 노인건강을 위한 시니어요가는 개인과 기관, 정부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숙제라고 말한다. 노인복지를 위해 잘 짜여진 건강 프로그램은 먼 훗날 현재의 젊은이들까지 혜택을 받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정서적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어요. 규칙적인 운동도 필요하지만 입을 열어 소리도 지르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없애야 운동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신바람 시니어요가는 어르신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건강운동법인 셈이죠. 미약하게나마 시작된 실버사랑아카데미를 통해 시니어요가 교육 프로그램을 보다 체계화하고, 보다 많은 경로당과 복지시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책도 발간할 계획입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