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동의) 老父母 외면하는 ‘신종 不孝’
(긴급동의) 老父母 외면하는 ‘신종 不孝’
  • super
  • 승인 2006.08.1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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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錢 봉양 無錢 학대

유료 노인시설인 실버타운에서 남부럽지 않게 지내는 최모 할아버지는 자식 얘기만 나오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시설에서 함께 사는 노인들과 운동도 하고,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으나 최근 1년 가까이 자녀들이 찾아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5월, 최할아버지는 평생 모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상속하고 지금의 유료 노인시설을 분양 받아 들어왔다. 수영장, 의료시설, 부대시설, 공동식당 등 편의시설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서 여생을 부족함이 없이 보낼 수 있으리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가 부족했다는 것이 최근 최할아버지의 결론이다. 아무리 완벽한 생활환경을 갖추었다고 해도 자녀들과의 단란함이 없이는 행복이 아니라는 것. 처음 1년 동안은 주말이나 격주마다 자식들이 찾아와 최할아버지도 외롭지 않고 행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들들의 발길이 뜸해지더니 지금은 언제 다녀갔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가 됐다.


“재산 안 물려준 내 친구는 이렇지 않아요. 주말마다 찾아오는 자식들로 바글바글해요.”


최할아버지는 서둘러 재산을 상속해 준 것이 화근이라고 한숨을 짓는다. 아들이 보고 싶어서 엄살을 부리는 면이 없지 않다면서도 요즘 노인들의 대화 주제가 죽음에 임박할 때까지 자기 재산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고 한다. 


“돈이 있을 때 부모대접 받는 세상이니 어쩌겠어요. 악착같이 돈 쥐고 있어야지.”


최할아버지의 외로움만 해도 사치라고 할 만큼 처지가 열악한 노인들이 많다. 자식들 교육시키고, 집 장만 해주고, 사업자금을 대주어 남은 돈이 거의 없게 된 노인들은 섭섭함의 차원을 넘어선다.

 

대구의 김모 할머니는 “먹을 것 안 먹고 내 자식은 안 그러려니 하고 키워 놨는데 지금 이렇게까지 하니 어디다 하소연 할 곳도 없다”고 했다. 작년 SBS 보도에 따르면 노부모의 인감을 도용해서 명의이전을 하거나, 노인에게 지급되는 수급권에서 나오는 비용을 자녀가 쓰는 등 재산만 빼앗고 방치하는 새로운 학대도 늘고 있다.


치매나 중풍 등 노인성 질환 노인들은 특히 학대 위험성이 높아 최근 사회적인 해결책이 모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86%가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자의 요양과 간병문제가 개인이나 가족이 아니라 사회제도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2008년 도입되는 노인수발보장제에 대해서도 94.6%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은 이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사회에 책임을 떠넘기게 됐을 때 자녀들이 그나마도 찾아오지 않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노인복지 선진국에서는 국가나 사회가 책임져 왔던 지금까지의 제도를 오히려 자녀나 친지 등의 개인적인 노인케어 방식으로 되돌리는 정책이 개발되고 있다.

 

중년의 자녀나 건강한 배우자, 친지 등 가족에게 맡기고 정부가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기존 정책을 개량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노인복지를 국민 모두가 고민하고 동참하여 해결하는 관심사항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려대 한창훈 교수팀이 작년 10월에 설문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64.7점이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 노인들이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나타났다.

 

노인은 가족과 함께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이다. ‘노인 만나는 날’의 제정, 청소년 수행평가 항목에 ‘노인과의 대화’ 권장 등 노인들이 가족과 함께하며 행복을 되찾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 개발과 국민적 노인복지인식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병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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