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그릇행상으로 모은 2억원 장학금 희사
30년간 그릇행상으로 모은 2억원 장학금 희사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2.23 18:17
  • 호수 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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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한칸 전셋집 살며 전재산 기부…대구 이계순(78) 어르신

70대 홀몸 어르신이 그릇 행상을 하며 평생 모은 재산 2억여원을 희사(喜捨)해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구 서구 내당동에 거주하는 이계순(78) 어르신은 최근 대구가톨릭대학을 찾아 5183만원이 든 낡은 통장 2개를 건넸다.

이 어르신은 “배우지 못한 한이 마음 한 켠에 늘 자리잡고 있었다”며 “어려운 형편 때문에 배움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다”며 대학 측에 장학금으로 사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대구 중앙공원 주변과 태평로, 대구지법 앞 등지에서 약 30년간 손수레를 이용, 그릇행상으로 일했다. 일제시대와 6·25전쟁, 보릿고개 등을 겪으며 못입고, 못먹었던 기억 때문에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그 결과 그는 남은 여생을 편히 보낼 만큼의 돈을 모았다.

하지만 이 어르신은 자신의 안락한 노후보다는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기부를 선택했다. 그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5년 대구 가톨릭사회복지회에 1억원을 쾌척한데 이어 2006년에는 대구 서구장학회에 5000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틈틈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기부를 이어왔고, 이번에 남은 재산의 대부분을 대구가톨릭대에 기부한 것.

이 어르신은 “자식 셋을 낳았는데 모두 어릴 때 죽었고, 남편은 30여년 전 세상을 떠났다”며 “우리나라를 더 부강하게 만들어 줄 미래의 인재들을 위해 투자하는 게 내 삶의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2억원이 넘는 돈을 대학에 기부한 어르신이지만, 자신을 부양할 가족조차 없이 방 한 칸과 거실이 있는 작은 전셋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밥도 손수 지어먹으며 홀로 지내고 있다.

이 어르신은 매월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 9만원을 수령해오다 이번에 전 재산을 기부하고 지난 2월 7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등록됐다.

대구가톨릭대학은 이 어르신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기부금을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의 실질적인 복지혜택과 장학금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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