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가비는 청정바다 가진 제주의 대표 아이콘”
“조가비는 청정바다 가진 제주의 대표 아이콘”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2.23 18:17
  • 호수 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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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가비박물관 여는 화가 명연숙(57)씨

“조가비를 무심코 발로 밟으면 한 줌 모래가 되지만, 작가의 손을 거치면 보석 같은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지요.”

제주 서귀포시 삼매봉도서관 입구에 세계조가비박물관을 여는 명연숙(57)씨는 조가비는 ‘청정바다를 가진 제주 대표 아이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상 3층 규모의 박물관은 전시관은 물론 갤러리와 선물 가게, 커피숍 등을 갖추고 있다. 갤러리에는 서양화가인 명씨의 야생화 그림 30여점이 전시돼 관람객을 맞는다. 이 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수집품을 전시하는 차원을 넘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것.

그는 이를 위해 금속공예를 하는 권오균 작가와 의기투합했다. 명씨와 사돈지간으로 부관장을 맡은 권씨는 동(구리)을 이용, 산호 위에 꽃을 피워낸 작품의 받침대 등을 만들었다.

지난 5∼6년간 동고동락하며 수많은 밤을 새웠다는 두 사람은 “어딜 가도 조가비와 산호, 금속 공예가 어우러진 작품은 보기 힘들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부산 출신인 명씨는 지난 1974년 남편을 따라 제주에 정착했다. 당시 ‘딱 두 달만 살고 돌아가겠다’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바닷가에 나가 야외 스케치를 주로 했는데 그때 만난 조가비의 아름다운 색채에 푹 빠졌다.

명씨는 이후 30년간 세계 곳곳을 돌며 조가비와 고동, 산호 등 총 2천800여종을 모아왔다. 희귀한 조가비가 있다면 안 가 본 곳이 없다.

“필리핀에선 희귀 조가비가 있다는 가이드의 말에 할렘까지 쫓아갔다가 죽을 뻔한 적도 있었죠. 근데 끝내 조가비는 구해 왔어요. 30년전 한 제약회사가 미네랄을 추출하려고 들여온 인도네시아산 산호는 산산조각이 나기 직전 제가 구출했지요.”

멕시코에서 가져온 분홍입 뿔소라를 보여주며 “어떤 물감을 풀어도 이런 분홍색은 나올 수 없다”는 그의 설명처럼 바닷속 자연이 빚어낸 오묘하고 신비한 색감은 과연 자연 그대로의 색인지 보는 눈을 의심케 한다.

그뿐만 아니다. 하트 모양의 심장새조개는 사랑하는 연인의 마음을 닮았고, 가시뿔 흰국화 조개는 바다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을 연상시킨다. 한국패류학회 이준상 박사의 도움을 얻어 전시된 모든 패류에 원산지와 학명을 달았다. 조가비를 보관하기 위해 직접 병을 디자인하기도 했다는 그는 더 많은 사람들과 조가비의 매력을 공유하려고 박물관을 만들었다.

명씨의 꿈은 소장품에 대한 학술자료를 보강하고 관람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일단 500여점을 내놓았지만, 앞으로 나머지 작품들 역시 순환 전시할 예정이다.

“연중무휴 밤 10시까지 야간 개장하니 저녁 드시고 천천히 놀러 오세요. 남녀노소 누구나 조가비의 매력에 푹 빠지시게 될 겁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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