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홀몸·조손가정 노인, 최저생계도 안 되는 궁핍한 삶
농어촌 홀몸·조손가정 노인, 최저생계도 안 되는 궁핍한 삶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3.11 17:49
  • 호수 2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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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만족도 100점 만점에 40~50점…“내 삶은 힘들고 괴로워”

농어촌 홀몸노인의 월평균 소득이 42만20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손가족의 월평균 가구소득도 69만7000원에 머무는 등 지난해 최저생계비(1인 50만4000원, 2인 85만8000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월평균 생활비는 홀몸노인은 32만8000원, 조손가족의 노인은 58만4000원을 차지했다. 두 부류의 노인 모두 건강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특히 홀몸노인의 경우 10명 중 9명이 만성질환자나 잔병치레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손가족 노인들은 손자녀가 청소년기가 시작되는 중·고교 진학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대식 연구위원 등이 전국 16개 시·군의 읍·면지역에 거주하는 농어촌 홀몸노인 328명과 조손가족 노인 3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표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64% 혼자 산지 10년 이상… 건강·경제적 빈곤 어려움
농어촌 홀몸노인의 절반 이상(64.0%)이 10년 이상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살게 된 기간을 살펴보면 20년 이상이 31.4%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15년 미만(19.5%), 5년 미만(18.3%), 5~10년 미만(17.7%), 15~20년 미만(13.1%) 순이었다.

혼자 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자녀들이 모두 결혼 또는 다른 도시에 취직해 독립했기 때문인 것(60.4%)으로 드러났다. 또 ‘사별이나 이혼, 미혼, 무자녀 등 다른 가족이 없어서’(27.4), ‘따로 사는 것이 편하고 좋아서’(7.6%), ‘다른 가족이 있지만 살림이 어려워서’(4.6%) 등으로 조사됐다.

혼자 사는 어려움으로 건강과 경제적 빈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조사 결과, 홀로 사는 어르신들은 ‘건강이 나쁜 점’(30.8%)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점’을 주된 고통으로 생각했다. 이어 ‘고독하고 외로운 점’(21.0%), ‘급할 때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는 점’(4.6%), ‘식사준비’(1.2%) 순이었다. 반면 ‘어려움이 별로 없다’고 답한 어르신도 13.7%나 됐다.

◇월평균 가구소득 42만원… 생활비는 32만8000원
농어촌 홀몸노인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42만2000원에 불과해 지난해 1인 최저생계비 50만4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궁핍한 삶을 살고 있었다.

월평균 가구소득을 보면 ‘30만~50만원 미만’이 49.1%로 가장 많았고, ‘30만원 미만’(29.2%), ‘50만~70만원 미만’(14.9%), ‘70만~100만원 미만’(3.4%), ‘100만원 이상’(3.4%) 등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소득은 어촌일수록, 여성일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낮았다.

반면 월평균 생활비는 32만8000원을 차지했다. 홀몸노인 월평균 생활비는 절반가량(50.3%)이 ‘30만~49만원’이었고, ‘30만원 미만’(32.9%), ‘50만~69만원’(14.9%), 70만~99만원(1.8%) 순이었다.
부담이 큰 지출품목은 식비(73.2%)가 가장 많았고, 주거비(68.9%), 보건·의료비(52.4%), 교통·통신비(21.0%) 등의 순이었다.

◇건강상태 ‘빨간불’… 월평균 의료비 5만원
농어촌 홀몸노인의 절반 가량(49.4%)이 1개월 이상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였다. 만성질환은 아니지만 잔병치레를 하는 노인도 41.2%로 조사돼 홀몸노인의 건강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9.5%에 불과했다.

월평균 본인부담 의료비는 5만원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2만~3만원’이 34.3%로 가장 많았고, 5만원이 넘는 사람도 23.9%나 됐다.

홀몸노인 절반 이상이 병원은 심하게 아플 때만 가는 경우가 많았다. 또, 정기적으로 병원을 가는 경우도 43.3%나 됐다.

홀몸노인 10명 중 8명은 자신의 집에서 머물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낡았고, 노인들의 신체구조에 부적합했다. 특히 문턱이나 계단이 많아 노인들이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여가활동으로는 친목단체 활동(81.4%)과 종교활동(38.1%)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생활만족도도 100점을 만점으로 했을 때 대부분의 항목에서 40~50점이라고 응답해, 홀몸노인의 생활만족도는 상당히 낮았다.

◇부모 이혼·재혼 원인… 월평균 소득 69만원
농어촌 조손가정 노인이 손자녀를 키우게 된 이유는 ‘부모의 이혼 및 재혼’이 56.9%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모의 사망’(16.3%), ‘부모의 가출 및 실종’(10.2%), ‘부모의 실직 및 파산’(8.9%), ‘부모의 질병’(1.3%) 순이었다.

조손가정 노인의 경우 자녀들과의 왕래는 매우 드물었다. 조사 결과, 월 1~2회(35.8%)나 1년에 1~2회(33.5%) 연락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반면 거의 연락을 하지 않거나 전혀 연락하지 않는 경우도 5.8%나 됐다.

이들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69만7000원에 불과해 2인 기준 최저생계비 85만8000원에 보다 적은 수준이었다. 이 가운데 ‘50만~70만원 미만’(36.4%)이 가장 많았고, ‘30만~50만원 미만’(24.9%), ‘70만~100만원 미만’(20.5%), ‘100만원 이상’(13.7%) 순이었다.

반면 조손가족의 월평균 생활비는 58만4000원이었다. 이 가운데 ‘50만~69만원’이 40.3%로 가장 많았고, ‘30만~49만원’(30.0%), ‘70만~99만원’(14.4%), ‘100만원 이상’(10.9%) 순으로 나타났다.

◇조손가족, 손자녀 중고교 진학시‘고통’
조손가족 노인들은 손자녀가 청소년기가 시작되는 중·고교 진학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손자녀 양육에 있어 학교 준비물을 제대로 마련해주지 못해 힘들다는 점을 고충으로 꼽았다.

생활비용 부담이 가장 큰 지출은 ‘식비’(79.9%)가 가장 많았고, ‘주거비’(61.0%), ‘교육비’(47.9%), ‘피복 구입비’(28.8%), ‘교통·통신비’(25.6%), ‘보건·의료비’(25.2%), ‘수도·광열비’(22.7%) 순이었다.

조손가족 노인들은 만성질환은 아니지만 잔병치레를 하는 사람이 절반 가량(47.3%)으로 나타났고, 1개월 이상 앓고 있는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도 37.7%였다. 자신이 ‘건강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15.0%에 불과했다.

월평균 본인 부담 의료비는 3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2만~3만원’(33.9%)이 가장 많았고, 1만원(19.5%), 5만원 이상(18.8%) 순이었다. 조손가정 노인도 홀몸노인과 마찬가지로 절반 이상(54.3%)이 심하게 아플 때만 병원을 찾았다. 반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도 35.2%였다.

◇양육비 제공 드물고 자녀양육 의향도 약해
주거형태를 살펴보면 78.3%가 노후 돼 개보수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여가생활은 친목단체(63.9%)나 종교단체(40.6%) 비율이 높았다. 반면 문화활동을 비롯해 스포츠 레저, 시민, 이익, 봉사단체 등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손자녀의 친부모는 이혼 후 독신인 경우가 많았는데, 아버지의 경우 43.5%가, 어머니의 경우 30.0%를 차지했다. 하지만 행방불명인 경우 부모도 각각 16.0%, 30.0%를 차지했다.

상당수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양육비를 제공하지 못했다. 친부모의 양육비 송금 여부를 살펴보면 아버지는 45.5%, 어머니는 74.0%가 양육비를 보태주지 않았고,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경우는 아버지 24.2%, 어머니 17.0% 수준에 불과했다.

친부모의 향후 자녀양육 의향도 매우 낮았다. 자녀양육에 전혀 의향이 없는 부모는 각각 27.5%, 45.5%로 나타났다.

손자녀 양육의 어려움으로는 양육비 부담을 비롯해 아이 돌보는 일이 힘에 부치고, 아이의 뒷바라지를 끝까지 못해줄 것 같다는 점을 걱정했다.

조손가족 노인의 생활만족도도 100점을 만점으로 했을 때 대부분의 항목에서 40~50점이라고 응답해, 홀몸노인과 마찬가지로 생활만족도가 낮았다.
글=이미정 기자 / 일러스트=권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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