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복지모형은 무엇인가”… 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포럼
“한국형 복지모형은 무엇인가”… 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포럼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3.28 15:20
  • 호수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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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같은 사회’에서 ‘정서적 복지’지향해야
수요자 중심 전환… 통합적 관리체계도 시급
최근 무상급식을 비롯해 보편적·선택적 복지, 맞춤형·무상형 복지 등 사회복지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저출산 및 고령화의 급진전을 비롯해 노인과 여성, 어린이, 장애인 등 이른바‘소외계층’의 권리의식 향상, 양극화 심화 등에 따라 사회복지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복지유형을 놓고 소송을 불사한 공방이 한창이며, 학계에서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사회복지정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재에 적합한 사회복지 수준은 무엇인가. 이에 발맞춰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3월 21일‘복지, 적절한 수준은 무엇인가’란 주제로 포럼을 열고,‘한국형 복지모형의 탐색’과‘선진복지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사회서비스 발전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지난 3월 21일 사회복지회관 6층 대강당에서 ‘복지, 적절한 수준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사회복지포럼을 개최한 가운데 발표자와 토론자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최 균 한림대 교수, 최성재 서울대 교수, 좌장인 최일섭 전 서울대 교수, 최재성 연세대 교수,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가정 같은 정서적 복지가 한국형 복지”
정경배 한국복지경제연구원장

이번 포럼의 발제자로 나선 정경배 한국복지경제연구원장<사진>은 한국형 복지의 정책과제에 대해 “균형적 복지경제”라는 답안을 내놨다. 평등을 강조한 사회민주주의와 효율성을 강조한 신자유의, 이를 부정하고 극복하려 했던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도 아닌 ‘균형적 복지경제’를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 것.

그는 “균형은 인간이나 생물이 항상성(恒常性)을 느끼는 것을 지칭하는 것”이라며 “‘균형적 복지경제’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진화·발전을 지속하고, 총체자원이 균형적으로 배분되는 한편 생성된 소득(가치)은 생존우선순위로 분배돼 삶의 질과 정서적 행복감이 충족된 안정사회를 지칭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한국적 특징인 ‘협동’ ‘유대’ ‘가정 같은 정서’를 바탕으로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불균형과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령인력의 기능적 자활 △자살예방과 같은 정서복지대책 마련 △생애주기별 건강증진 △지역복지의료 통합안정망 기능강화 등을 역설했다.

정 원장이 주장하는 ‘가정 같은 사회’는 △가족의 기능을 보완하고 사회적 기원을 제도화해 가정을 유지·지원하는 ‘가정의 사회화’ △가정의 해체로 가족의 기능을 사회가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정의 역할을 사회가 대신해 주는 ‘사회의 가정화’ △노인부양과 아동복지에서 물질과 돌봄의 애정이 동시에 제공되는 ‘정서적 복지’ 등 3가지 의미를 지닌다.

정서적 복지를 통해 실현하는 균형적 복지는 물질적 안정과 정서적 안정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인데, 이를 테면 사회복지서비스를 재가서비스 체제로 변화시켜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정에서 느낄 수 있는 안정감을 극대화하자는 주장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가서비스는 발전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인프라와 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정 원장은 한국형 복지모형이 균형을 이룰 경우 △지속가능한 발전 유지 △자원의 균형 △균등한 소득기회 제공 △의식주 등 기초보장의 형평성 있는 분배 등이 실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혈당, 콜레스테롤, 혈압, 비만, 금연 등 수요자의 ‘건강지수’를 활용한 생애주기별 건강증진사업을 실시하면 의료비 절감효과와 복지서비스 질 향상도 기대된다는 실천적인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이밖에 고령인력 활용을 위한 ‘고령인력뱅크’와 ‘고령창업지원단’을 설립해 지속가능한 복지자원의 균형을 도모할 것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토론에 참여한 최성재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건강증진을 위한 생애주기별 건강관리체계 구축안은 훌륭한 아이디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치의 제도가 같이 병행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는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을 통해 진료체계 개선 및 국민의료비 절약의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생애주기별 건강관리 체계에서 의료비 부담체계를 1단계 본인부담, 2단계 사회보험 제도에 의한 부담, 3단계 고액진료 등으로 구분해 조세로 부담하게 하는 것은 의료보장 체계 개선을 위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의원은 “한국형 복지모형의 균형적 접근이라는 시각에 공감한다”며 “이를 위해 복지서비스의 수요와 공급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책적 목표와 수요자의 욕구를 어떻게 균형적으로 접근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급자 아닌 수요자 중심 사회복지 지향해야”
이봉주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

이봉주 서울대 교수<사진>는 선진복지사회를 지향하는 사회복지서비스의 발전을 위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의 복지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복지현장에서는 오랜 시간 수요자 중심의 복지서비스에 대한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 범위는 개별적이고 미비한 수준”이라며 “우리나라가 선진복지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수요자 중심의 복지서비스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가족해체 등을 겪으며 사회복지 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데 서비스의 양적 공급만을 늘리고 있다”며 “복지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가 늘어난 만큼 서비스의 질적 수준도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복지서비스의 총량은 확대됐지만 질적 측면의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봉주 교수의 지적이다.

이는 대부분의 사회복지서비스가 민간분야로부터 공급되는 상황에서 국가가 후발주자로 나서 보조하는 역할만 담당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체계의 한계로 △공공과 민간부문의 상호책무성 결여 △서비스의 질에 관계없이 지원되는 시설운영 보조금 △투입 측면에서만 성과를 평가하는 평가체계 △분절적인 서비스 공급체계 △낮은 수준의 서비스 접근성과 선택권 제시 등을 꼽았다.

특히 복지서비스 지원방식을 시설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형태에서 프로그램 서비스 구매계약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형태로 전환하고, 서비스 평가도 투입 후가 아닌 성과위주의 방식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프로그램 서비스 구매계약 제도의 도입 △성과관리체계 도입 △통합적·맞춤형 사례관리체계 도입 △사회복지서비스 정보시스템 개선 △바우처제도 확대와 대상자에 서비스 이용료 직접지불방식 등을 제시했다.

특히 사례거점 관리센터를 개설해 지역·기관별로 분절된 서비스 체계를 통합적·맞춤형 서비스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최재성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한국의 사회복지서비스는 최근 10년 동안 양적·질적으로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며 “다만 급하게 성장하면서 중장기적인 계획 없이 정부와 공급자, 수급자의 연계성이 부족하고, 체계성 없는 문제점을 낳은 만큼 앞으로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복지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특히 성과중심의 평가체제를 구축할 때는 정부 주도보다 독립성을 지닌 상설기관을 설치운영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통합사례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중대한 당면과제”라고 지적했다.

최 균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은 “사회복지서비스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복지예산 부족을 가장 먼저 꼽았다.

복지예산은 크게 늘었지만 정작 사회복지서비스에 투자할 예산은 부족하다는 것. 최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 예산확보 및 민간자원 확보 등 절대적 공급의 양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또, “전국 지자체 가운데 종합사회복지관이 없는 곳이 70여개에 달하는 등 전달체계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서비스의 양이 아니라 질을 관리하는 기관이 필요하고, 서비스 표준화 작업과 독립된 시설평가관리기관도 함께 설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수요자의 욕구를 파악할 방법이 부재, 복지공급자에 따라 수요가 창출되는 왜곡이 발생한다”며 “복지서비스의 시장화 요소를 적극 활용해 수요자의 선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현재 저소득층에 제한된 사회복지서비스를 중산층 및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현해야 한다”며 “사회복지 행정에서 서비스 공급자간 교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사진=임근재 기자 photo@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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