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정보화 교육은 국가 미래 경쟁력”
“어르신 정보화 교육은 국가 미래 경쟁력”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4.06 17:59
  • 호수 2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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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령자정보화교육협의회 이인규(81) 회장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이 소외받지 않고, 제대로 된 컴퓨터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제 평생의 소명입니다.”

18년 동안 전국의 고령자전용 컴퓨터교육장을 자비로 운영하고 있는 ‘노인정보화교육 전도사’가 있다. ‘어르신 정보화 교육이 미래 국가 경쟁력의 밑거름’이란 신념 아래, 여든 한 살의 나이도 잊은 채 전국을 누비고 있는 한국고령자정보화교육협의회 이인규(81) 회장이 그 주인공.

이 회장은 “소외감과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노인들에게 인터넷은 국가와 지역을 초월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최고의 문화놀이공간”이라며 “정보화교육을 통해 노인들의 활동폭도 넓어지고, 사회 소속감 증대와 개인 역량강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노인정보화교육에 대한 이 회장의 열정은 청년들 못지 않다. 매일 새벽 5시. 아침에 일어나 그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클럽 회원들이 밤새 올린 게시판 글들을 꼼꼼히 살피는 일이다. 정보를 공유하고, 안부를 물으며 6000여명의 회원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그는 이 일을 20년 넘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컴퓨터교육장 개설 당시, 그는 지자체와 유관기관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고령자전용 컴퓨터교육장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컴퓨터 지원을 요청했다. 교육장소가 없어 대학교 빈공간과 동사무소, 개인사무실 등을 빌려 교육장을 마련했다. 은퇴 후 모아 둔 노후자금 대부분을 교육장 설립과 시설확충, 강사교육 등에 기꺼이 헌납했다.

변함없는 그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현재 고령자정보화교육협의회에는 20개의 전국 온라인 커뮤니티와 10개의 교육장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고령자정보화교육협의회는 이인규 회장을 비롯한 10여명의 지인들이 노인들의 정보격차를 해소하자는 뜻을 모아 1993년 설립한 비영리 민간단체다. 하이텔에 만들어진 국내 최초 노년층 온라인 커뮤니티 ‘원로방’을 모태로 시작돼, 현재 20개의 온라인 클럽에서 60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부산, 대구, 대전, 경남 등 전국 10개 지역에 오프라인 정보화교육장을 운영하고 있다. PC기초반, 인터넷중급반, 동영상고급반 등의 단계별 교육을 실시하며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그는 “‘용기없는 20세는 노인이고, 용기있는 60세는 청춘이다’는 말처럼 나이를 먹었다고 모두 늙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아니라 꿈을 잃은 사람이 노인이다. 얼굴의 주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열정 없는 마음에 생기는 주름을 걱정해야 한다. 정보화시대를 사는 노인들에게 컴퓨터는 도전이 아니라 습관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어르신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건 1958년, 경남 산천군 신안면장에 당선되면서 부터다. 27세의 젊은 나이에 전국 최연소 면장이 된 그는 농촌지역에서 외롭게 지내는 어르신들의 생활상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7년의 면장생활을 마치고 어르신들을 위한 관광산업을 펼쳤던 그는 1993년 은퇴 후 본격적인 노후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컴퓨터가 등장해 큰 인기를 누렸는데, 예순이 넘어 컴퓨터를 처음 접한 그도 운명처럼 컴퓨터의 매력에 푹 빠졌다.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어르신들에게 컴퓨터가 새로운 문화공간이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이회장의 하루일과는 늘 똑같다. 온라인 클럽관리와 전국 정보화교육장 방문. 그런 그가 최근에는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그는 고령자정보화교육협회 법인설립을 인가받고, 올 3월 정부에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을 신청했다. 최근 건강이 크게 나빠진 것을 느낀 그가 더 이상 협회에 자비지원을 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은퇴 후의 모든 시간과 열정과 재산을 들여 노인들의 정보격차해소를 위해 달려온 이인규 회장.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아 구눈 지난 2009년 6월에는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회장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정부 지원없이 자비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다보니 지역회장들이 자신의 사무실을 교육장소로 내놓는 경우도 있다. 수 십 만원이 넘는 관리비까지도 개인이 담당하는 실정이다.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들 또한 무일푼 무료봉사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교육 수료생들이 후원도 하고, 강사로 함께 해줬기 때문에 오랜 시간 협의회를 이끌어 올 수 있었다.”

산수(傘壽)를 넘긴 그의 머릿 속엔 온통 노인과 컴퓨터에 대한 생각 뿐이다.

그는 “고령화문제보다 디지털 정보격차해소가 더 시급한 문제”라며 “정보화 교육은 노인들을 사회의 생산 주체로 참여케하는 미래의 국가 경쟁력”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530만 노인들을 교육할 고령자전용 정보화교육장은 50개, 경로당을 직접 찾아가는 IT봉사단은 20개에 불과하다”며 “ 고령자들이 인터넷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직접 나서 적극적인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동일한 정보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전국 곳곳에 마련된 복지회관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2005개에 달하는 복지회관을 교육장소로 활용해 정부가 이를 관리하면 전국 어디서나 노인들이 동일한 수준의 정보화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그는 협조문과 제안서를 들고 청와대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정보화진흥원 등을 찾아 나선다. ‘정보격차가 없는 평등한 노인정보화 사회’를 꿈꾸며 이인규 회장은 오늘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 사진 = 임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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