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지진 위로’ 자전거 순례 채바다(68)씨
‘日지진 위로’ 자전거 순례 채바다(68)씨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4.14 19:13
  • 호수 26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해 고통 공유… 위로편지 1만3천여통 모여”

“애초 천릿길을 자전거로 주파하고서 위로편지 1000통을 전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무려 1만3000통의 편지가 모였다. 한국인의 온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뿌듯합니다.”

시인이자 고대해양탐험가인 채바다(68)씨는 지난 4일 제주에서 시작한 자전거 국토순례를 마치고 4월 13일 정오께 서울 광화문에 도착했다.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에서 피로가 묻어났지만 긴 여정을 무사히 마무리했다는 뿌듯함도 엿보였다.

채씨는 지난달 일본 대지진 소식을 듣자마자 자전거 일주를 계획했다. “지진 피해로 좌절감이 큰 일본인들에게 민간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위로를 전하고, 자전거 순례라는 힘든 과정을 통해 고통을 나누겠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사는 제주지역 초중고교생의 위로편지 1000통을 모아 서울에서 주한 일본대사에게 전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제주도 교육당국의 협조로 편지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만3000여통이 모였다.

채씨는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이 편지로 일본 국민에게 위로를 전한다면 성금의 가치를 뛰어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일본 국민도 한국인들의 진심 어린 위로와 온정에 분명 감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 출발해 전남 장흥·영암·나주·장성, 전북 정읍·전주, 충남 천안, 경기 수원을 거쳐 서울까지 오는 길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화물트럭이 곁을 지날 때면 자전거는 종잇장처럼 휘청였고 ‘방사능 비’를 맞는 날도 있었다.

“비행기를 타면 서울까지 금세 닿을 수 있지만 고통을 나눈다는 취지를 생각하면 편한 방식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백년 전 이 길로 서울을 오가던 선비들을 생각하며 페달을 밟았죠.”

채씨는 서울에 도착한 이날 제주도 학생들의 편지와 함께 국토순례 도중 모은 성금 40여만원을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에게 전달했다.

그는 “독도 교과서 문제 등이 있긴 하지만 한일관계는 건강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견해”라며 “제주 청소년들이 알알이 적은 편지들은 일본인들에게 ‘한국은 믿을 수 있는 친구’라는 인식을 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44년 제주에서 태어난 채씨는 뗏목배로 한일해협을 3차례나 건너는 등 고대부터 이어져 온 한국과 일본의 역사·문화 교류 흔적 찾기에 큰 관심을 보여 온 시인이다. 

<글/사진 = 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