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40년… 길어진 노후 시니어창업 ‘각광’
은퇴 후 40년… 길어진 노후 시니어창업 ‘각광’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4.15 16:44
  • 호수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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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시니어창업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시니어창업은 개인의 노후준비는 물론 노인 전문인력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린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정부도 경제활성화와 노인인력 활용을 위해 시니어비즈플라자, 시니어창업스쿨 등 다양한 창업·재취업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시니어들에게 보다 다양한 사회적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멋진 인생 2막을 꿈꾸며 시니어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창업스토리와 교육·지원 프로그램의 효과, 시니어창업 유의사항 및 당면과제 등을 살펴봤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 사진=시니어창업스쿨

▲ 서울 시니어창업스쿨 회원들이 사회적기업 ‘짜로사랑’ 현지공장을 방문해 업종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두려운 마음부터 떨쳐야 성공

4월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고용복지지원센터 내 ‘시니어비즈플라자.’ 창업 컨설팅과 상담을 마치고 나온 김태규(59)씨의 발걸음이 가볍다. 전문 컨설턴트와의 상담을 통해 사업 아이템의 성공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시니어 창업의 경우 창업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벌써 ‘사장님’이 된 기분이다.

그는 지난 1년여 동안 사업계획서를 들고 여러 기업과 대학을 찾아다녔지만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김씨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 빛을 본 기분”이라며 “은퇴 후 노후대책이 없어 막막하기만 했는데 창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4일에는 시니어비즈플라자 개설 6주 만에 ‘1호 창업자’가 탄생했다. 노태범(60)씨가 한 달여의 창업준비 과정을 거쳐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노씨는 25년 동안 전자회사에 다녔던 경험을 살려 최대 80%까지 물을 절약할 수 있는 세정기계를 개발해 사업화했다. 그의 개발품은 150cc의 물을 1초에 10~15번 분사해 적은 물을 사용해도 세정력이 우수하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일반가정의 수도꼭지에 손쉽게 설치가 가능하다.

그는 이 기술 외에도 5개의 특허를 더 갖고 있을 정도로 좋은 사업아이템이 있지만 혼자 힘으로 이를 창업으로 연결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노씨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막막함 때문에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속을 많이 태웠다”며 “비즈플라자에서 전문가들과 창업 멘토들을 만나 사업계획서 작성법과 사업전개 방법, 자금유치 및 운영 노하우 등의 자문을 얻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시니어비즈플라자에서 노씨와 상담을 진행한 김영기 한양대 금속공학 박사는 “기술·기계적 측면에서는 훌륭했다”며 “다만 사업계획서나 제안서 등을 세련되게 만들지 못해 그동안 창업이 어려웠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씨는 올해 생산공장 등록과 벤처기업 등록을 목표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품의 실용화단계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제품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중소기업청의 예비기술창업자 육성을 위한 지원자금 신청도 해둔 상태다.

노씨는 “시니어창업 최대의 적은 두려움이다. 실패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할 수 있는데 주저하고 있는 자신을 두려워해야 한다”며 “은퇴 후 남은 30~40년의 인생을 스스로 채워간다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우전자와 무역회사를 다니다 지난 2008년 명예퇴직 한 서우겸(55)씨는 최근 ‘한국인성교육센터’(02-943-4349)를 창업했다. 은퇴 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교도소를 찾아다니며 재소자의 인성 함양을 위한 강의를 했던 경험이 사업 아이템이 됐다. 현재 13명의 퇴직 강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서 대표는 “머릿속에 있는 사업이 아무리 좋아도 실제로 이를 구현해 창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한계를 느꼈다”며 “특히 시니어들의 경우 사업을 시작할 경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크기 때문에 전문교육이나 전문 컨설팅을 통해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찾은 곳은 한국능률협회가 운영하는 ‘창업코칭 컨설턴트’ 교육이었다.

서 대표는 “강의를 들은 후 인성 함양 프로그램을 재소자뿐만 아니라 기업, 학교 등으로 확대하고 싶었다”며 “비슷한 뜻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봉사+사업’의 성격을 가진 전문 인성교육 단체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인성교육이 필요한 다양한 기관에 전문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우선 초중고교의 여름·겨울캠프에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노인일자리사업으로 학교에서 일하는 배움터지킴이, 학교보안관 등으로 활동하는 노인들을 인성교육 강사로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이다. 또 일반인, 군부대 대상의 인성교육 강의도 개발 중이다.

서 대표는 “시작도 해보기 전에 포기하는 마음부터 가져서는 안 된다”며 “주위를 잘 살펴보면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히 있다. 이를 집중적으로 끈기 있게 공략하는 자세가 성공창업, 나아가 성공한 노후설계의 열쇠”라고 말했다.

문의 : 시니어창업스쿨 중기청 시니어창업팀(042-481-4411), 소상공인진흥원 지식서비스팀(041-363-7603)

 

▲ 시니어넷을 통해 구성된 예비 창업자들은 정기적 모임을 갖고 시니어창업 관련 정보 공유 및 토론을 실시한다.

중기청 전국순회 창업설명회
중소기업청(청장 김동선)은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창·취업지원사업 설명회를 오는 5월까지 전국 8개 지역에서 개최한다. 이번 설명회는 중기청 및 고용부 전직지원센터가 공동으로 참여해 관련 지원정책을 한 곳에서 소개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퇴직 후 생애설계 및 성공 시니어의 창업스토리 등 특강도 들을 수 있다.
또 시니어의 창·취업 준비공간인 ‘시니어비즈플라자’와 ‘창업스쿨’ 운영기관도 참여해 자세한 지원내용 등 알찬 정보를 제공한다.
설명회는 전국을 순회하며 총 10회 실시되며, 자세한 내용은 시니어넷(www.seniorok.kr)이나 소상공인진흥원(042-363-7607)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공공기관 적극 활용해 도전해야

시니어들의 창업에 대한 정부의 교육·지원 방식은 시니어비즈플라자를 중심으로 최근 체계적으로 확립돼 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김진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간 협력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데다 사회적으로 재취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호의적이지 않다”며 “특히 정부 주도의 재취업 지원은 외면받기 일쑤인데 그동안 정부정책이 ‘공적 부조’ 성격을 띠고 공공근로 등 ‘생계형’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부지원체계가 창업에 집중된 것은 정부 주도로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태원 중소기업청 시니어창업팀장은 “급속한 고령화시대를 맞아 향후 3년간 150만명의 퇴직자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니어들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제대로 활용하고 재취업으로 이끄는 다양한 국가 정책이 보다 체계적이고 거시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은퇴 후 창업에 성공한 시니어들은 모두 “두려움을 떨치고, 공공기관을 적극 활용해 도전하라”고 말한다.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두려워할 것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 중소기업청은 이러한 시니어창업 수요를 인지하고 전국 각지에 ‘시니어창업스쿨’을 열어 다각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시니어 창업스쿨은 시니어가 경력·전문성·네트워크와 같은 경력을 활용해 창업하고자 할 경우, 창업 준비부터 창업 후 조기정착까지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올해 시니어 창업스쿨은 시니어에게 유망한 창업 업종을 중심으로 1만명 내외의 창업역량진단을 거쳐 4200명에게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올해는 전국 25개 시니어 창업스쿨 운영기관을 선정했으며 현재 시니어넷(www.seniorok.kr)을 통해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다. 교육신청 자격은 만 40세 이상으로 기업·기관경력 10년 이상인 사람이다. 교육과정을 수료한 우수교육생은 시니어창업전용자금 지원 및 지역신용보증 연계를 통한 다양한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시범 운영한 시니어 창업스쿨은 3개월 만에 모두 816명의 교육 이수자를 배출하고 94명의 창업을 지원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시범사업을 통해 퇴직자 4000여명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창업 커뮤니티를 활성화함으로써 2600여명에게 실전 노하우를 제공했다.

서우겸 대표는 “시니어창업스쿨의 교육은 실제 현업에서 20여년간 컨설팅 경력을 지닌 전문가들이 강의를 진행해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특히 창업할 때 회사 설립에 대한 법무·회계 등의 조언으로 큰 도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니어창업 교육이 최근 들어 과정을 세분화하고 개인의 적성과 능력에 맞도록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경력개발형을 비롯해 △취미연계형 △기술창업형 △사회봉사형 △생계형 소상공인 창업 등으로 세분화해 은퇴자의 자격과 조건에 따른 실전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시니어계층은 노후에 대한 대책과 사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며 “자신있는 분야라고 해서 ‘올인’하는 투자전략을 피하고, 전문가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듣고 서두르지 않고 창업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창업에 성공한 시니어들이 말하는 유의사항

1.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라. 그동안 조직 생활에 물든 수동적 마인드를 능동적으로 바꿔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열어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도전을 두려워마라.

 

2. 전공분야와 퇴직 전 담당업무를 활용하라. 최소 10년 이상 직장에서 전문분야를 개척해온 만큼 그 경험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창업아이템을 활용하라. 이것이 성공창업의 지름길이다.

3. 창업교육을 통해 체계적인 과정을 거치는 것은 필수. 창업교육은 ▷시장상황파악 및 창업절차 ▷아이템선정 및 상업성평가 ▷고객유치 및 광고·홍보전략 ▷종업원 채용·관리 ▷유사업체 방문 및 업종체험 등 모든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체계적인 준비과정을 거쳐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4. 부끄러워 말고 공공기관의 시니어창업 프로그램에 노크하라. 창업을 생각하는 많은 시니어들이 전문지식과 노하우는 있어도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른다. 따라서 음식점이나 유통업 등 단순창업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자체와 중소기업청, 연계기관에서 마련한 다양한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무료 혹은 저렴한 수강료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받을 수 있다.

5. 재산의 50%만 투자하라. 사업에 100% 성공은 보장할 수 없는 법. 특히 시니어세대는 창업 실패의 후유증이 젊은 세대보다 크다. 첫 창업에 사활을 건다는 생각보다 재산의 50% 이내를 투자해 실패해도 재도전의 기회를 남겨두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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