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지원이 입양정책보다 우선…순서 잘못”
“미혼모 지원이 입양정책보다 우선…순서 잘못”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5.12 14:15
  • 호수 2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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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입양아 쉼터 ‘뿌리의 집’ 김도현(57) 원장

“미혼모들에게 아이를 키울 권리를 충분히 확보해 주고 입양 대상이 되는 아동의 수를 근본적으로 줄여나가는 정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해외 입양인 지원단체인 ‘뿌리의 집’(KoRoot) 원장 김도현(57) 목사는 입양의 날인 5월 11일 한국미혼모가족협회와 함께 ‘제1회 싱글맘의 날’ 행사를 열었다. 정부가 입양 활성화에 나서기에 앞서 어려운 현실에 처한 미혼모들이 편견에 시달리지 않고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행사의 취지다.

김 원장은 “미혼모들이 아이를 포기하는 이유는 다른 선택지(選擇肢)가 없기 때문”이라며 “국내외 입양 아동의 90% 가까이가 미혼모의 아이인데 입양만 독려한다면 문제를 푸는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 입양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 태어난 그 자리에서 양육의 위기를 어떻게 풀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원장은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입양기관이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에서 양육을 결심하는 미혼모 비율이 30% 가량이었던 반면, 양육을 지원하는 미혼모 시설에서는 80%에 달했다”며 “입양이 우리 사회에 이미 주어진 해답으로 존재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위스에서 선교 활동을 하면서 해외 입양인들과 만나고, 이후 영국 버밍엄대에서 입양을 주제로 논문을 쓰면서 우리 사회가 한 번도 입양을 보낸 어머니들에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그는 말했다.

‘뿌리의 집’은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는 입양 과정이 보다 신중한 절차에 따라 진행될 수 있도록 민주당 최영희 의원과 함께 입법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최 의원이 지난해 대표발의한 입양특례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 원장은 “현행법은 해외 입양의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 허가에 따라 이뤄지도록 하고 있는데, 국내외 입양 모두 가정법원의 허가에 따라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라며 “아동의 시민권 이동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행정 권력에 맡겨 둘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어머니들이 한 달 정도 육아 경험을 한 뒤 충분히 사려 깊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입양숙려제’ 도입을 법안에 명시한 점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입양숙려제는 아동이 태어난 날부터 30일이 지난 후 부모가 입양 동의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그는 “보건복지부가 준비하는 TV 입양 광고는 ‘이 아이를 키워 달라’고 한국 사회에 부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미혼모들을 위해 양육이라는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일이 바로 정부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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