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도 건강한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
“뇌졸중 환자도 건강한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5.13 14:35
  • 호수 2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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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성적욕구는 젊은이 못지않게 왕성하다. 장애를 가진 노인의 성적욕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노년기에 갑작스럽게 발병한 질병으로 인한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노인의 상당수가 성(性) 생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뇌졸중으로 인한 장애를 겪고 있는 노년층의 경우 성생활은 그야말로 언감생심. 하지만 전문의들은 뇌졸중 환자도 충분히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당사자가 중요한 일상생활동작(ADL)의 일부로 성생활을 인식하도록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국립재활원이 5월 12일 오후 국립재활원 대강당에서 마련한 ‘제12회 성재활 세미나’에서 제기됐다. 

 
국립재활원 김완호 근골격재활과장은 “대부분의 뇌졸중 환자들은 자신의 신체장애를 인식해 성생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뇌졸중 환자에게도 성(性)은 중요한 일상생활동작의 일부이자 관심영역으로, 뇌졸중 발병 후에도 성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뇌졸중은 흔히 ‘중풍’이라고도 불리는 뇌혈관 질환이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약 50% 이상이 운동마비, 보행장애, 언어장애 등의 후유증이 남게 되며, 환자의 3분의 1은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뇌졸중 재발 두려움부터 떨쳐내야

일반적으로 뇌졸중 환자들은 장애를 가진 상태에서 성관계를 할 경우 무리한 심박동 등으로 갖가지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에대해 두려움을 갖는다.

김완호 과장은 “환자들이 가장 많이 갖는 두려움이 병의 재발”이라며 “하지만 성관계가 재발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는 아직까지 없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 대부분은 당뇨나 고혈압, 심장질환 등의 선행질환을 갖는데, 이러한 위험요소만 해결된다면 성관계를 가져도 이상이 없다.

하지만 고혈압을 앓고 있다면 성관계시 추가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심박동과 혈압 상승에 대비해 평소 철저한 혈압관리가 중요하다.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심장의 상태파악이 중요하다. 성행위 시 심장에 부담을 주는 조건을 피해야 한다. 특히 낯선 환경에서 친숙하지 않은 상대와의 성관계나 과음, 식사 후 성관계 등은 피해야 한다.

만약 성행위 도중 협심증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중지하고 혀 밑에 넣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리고 성관계와 관련, △성적 절정기 후 5분 이상 맥박이나 호흡 상승이 지속될 경우 △협심증 증상이 나타날 경우 △성행위 다음날 심한 피로가 지속될 경우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배우자가 성관계를 거부하는 데 대한 두려움도 크다. 뇌졸중에 수반해 나타나는 반신마비나 실어증 등의 신체적 변화는 배우자에게 낯설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때 뇌졸중 환자들은 성관계가 배우자에게 신체적 통증을 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 이럴 경우 배우자와 충분한 적응기간을 필수적으로 가져야 한다. 마음을 열고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게 김완호 과장의 주장이다.

만족스런 성관계는 누구나 원하지만 이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뇌졸중에 걸린 후 성에 대한 흥미가 감소되기도 한다. 이는 뇌졸중 이후에 속발하는 우울증에 걸린 경우다. 자신감의 결여나 신체적 장애에 대한 염려와 같은 반응성 우울증이나 뇌졸중으로 인한 뇌손상 결과다.

남성의 경우 조루증이나 발기부전이 동반돼 성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항고혈압 약제나 경직을 감소하기 위한 항경직제, 항우울제 등의 복용과 관계가 있다. 따라서 뇌졸중 후 성관계를 시도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할 때는 우울증 등으로 복용하는 약물에 대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성기능 장애 최소화 노력도 중요

마음의 두려움 등을 극복했다면 기능적 장애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뇌졸중 후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능적 장애와 이에 대한 절적한 성생활을 소개한다.

▲편(한쪽)마비=성관계시 편마비가 있는 환자가 하위체위를 취한다. 마비된 쪽으로 누워 정상인 쪽은 자유롭게 하는 것이 좋다. 이 자세는 정상인 부위에 주위를 집중시켜 안정감과 적극적인 행동을 가능케 한다. 또 경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세기도 하다. 침대에 누운 자세가 불편하다면 의자나 휠체어에 앉아 배우자가 상위체위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베게나 쿠션 등을 이용해 자세를 안정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감각이상=정상 감각에 집중된 애무나 접촉이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변형된 자극이 도움이 되기도 하는데, 불빛자극이나 자극적인 언어, 벨크로(일명 ‘찍찍이’)와 같은 도구 사용이 권장되기도 한다. 이때 감각이 손실된 부위의 피부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인지지각 장애=성행위 동작을 자연스러운 행위로 뇌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실어증 등 언어장애가 있을 때는 애무나 전희와 같은 비언어적 의사소통 과정을 충분히 가져 자신감을 준다.

▲불충분한 질분비물=성관계를 갖기 전 충분한 전희를 통해 질윤할액의 분비를 유도하고, 충분치 못하면 수분이 함유된 윤할액을 사용하거나 윤할액이 함유된 콘돔을 사용한다. 질 분비물의 감소는 정상적인 노화과정이기 때문에 배우자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실금=뇌병변의 경우 요실금이 자주 발생한다. 이럴 때는 성관계를 위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성관계 2시간 전부터 수분섭취를 제한하고, 성 접촉 전 반드시 방광을 비우도록 한다. 남자의 경우 콘돔을 사용해 배우자에게 소변이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고, 실수에 대비해 수건을 준비한다.

▲발기부전=뇌졸중 치료 약물이 발기부전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뇌병변의 경우도 비경구적 약물치료나 수술 등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비아그라와 같은 경구복용약도 있으나 이 경우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이 필요하다. 특히 뇌졸중 발병 후 6개월 이전과 휴식기 혈압이 너무 낮거나(90/50mmHg) 높은(170/100mmHg) 경우는 금해야 한다.

[Q&A] 뇌졸중 환자가 궁금해 하는 성(性)
박영신 보바스기념병원 재활병동 수간호사

Q. 뇌졸중 발병 후 언제부터 성생활이 가능한가.
A. 본인이 편안하고 안정이 됐다고 느꼈을 때 시작하면 된다. 대체로 발병 후 3개월이 지나면 환자는 안정기에 접어들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성관계가 가능하다. 6개월이 지난 이후에는 완전히 안정된 상태라고 보고 발병 전 수준의 성관계도 괜찮다.

Q. 뇌 손상부위에 따른 성기능장애는.
A. 감정과 흥분을 담당하는 우측 뇌 손상이 있는 환자는 좌측 뇌 손상 환자보다 성욕이 더 감퇴되기도 한다. 하지만 좌측 뇌 손상의 경우 언어장애로 인한 의사소통 문제로 자존감을 떨어뜨려 파트너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Q. 성적 매력이 없다고 느낀다면.
A. 사소한 변화로도 본인의 매력을 높일 수 있다. 그 대신 노력을 해야 한다. 깨끗한 개인위생관리나 메이크업, 머리손질, 면도, 새 옷 입기 등 예전에 했던 일들을 포기하지 않고 유지해야 한다. 이는 자신감 회복과 본인의 매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간혹 치료에만 주력해 자신의 매력을 포기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과 파트너에게 좋지 않다.

Q. 언어장애가 있는 경우는.
A. 나름대로 애정표현 방식을 만들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손으로 상대방의 가슴을 가리키면 “사랑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도록 정하는 등 파트너에게 적극적인 애정표현을 해야 한다.

Q. 성적인 관심은 언제 회복되나.
A. 일반적으로 뇌졸중 발생 후 7주 후면 성적 관심이 회복된다고 하나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성적 관심이 다시 증가한다.

Q. 예전과 다른 성적 행동을 보인다면.
A. 뇌졸중을 앓은 뒤 성욕이 지나지게 증가하거나 성관계 횟수가 늘고, 아무한테나 신체 접촉을 시도하거나 때와 장소 구분 없이 자위행위를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뇌손상 부위의 고유 영역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짐작되나 아직 그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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