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팡이를 나눠주는 마음
[기고] 지팡이를 나눠주는 마음
  • 이미정
  • 승인 2006.11.03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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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초. 익산시에서 노인 위안 잔치를 열었다. 찾아간 시간이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죽 둘러친 천막마다 어르신들이 모여 웃음꽃을 피웠다.

 

같은 지역 사람들이 모처럼 나와 만났으니 인사도 나누고 막걸리도 한잔씩 드신 모양이었다. 주거니 받거니 나누는 대화는 아직도 한창 때 못지 않고, 정겹기도 했다. 눈빛은 또 얼마나 따뜻한가. 천막을 순례하면 하루 종일이라도 할 것 같았다.

그렇게 귀동냥을 하는 중에 지팡이를 나누어주는 노인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지팡이가 없이는 마음 놓고 걷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수제 지팡이를 만들어 나누어 준다는 것이었다.

 

소문의 주인공은 익산시 왕궁면 궁평리 마을에 사는 이병철(83세)할아버지. 이 할아버지가 만든 지팡이를 보고 어떤 장사꾼이 5000원씩 줄 터이니 200개를 팔라고까지 했다고도 한다. 필자가 보기에도 지팡이가 자연미가 있어 좋았다.


어떤 사람일까. 며칠 후 왕궁면 이병철 옹을 찾아갔다. 외진 시골마을이라 들길을 4킬로미터나 가야 했다. 가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시골길이었다. 코스모스와 황금빛으로 물든 넓은 들녘이 아름다웠다.

 

옛날 같으면 메뚜기도 나와 인사를 할 터인데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찾아가는 우리를 이병철 옹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환한 웃음이 어찌 선하고 순박하게 보이는지 마음이 흐뭇했다. 이 할아버지는 그리 크지 않은 몸이었으나 건강하게 보였다.

 

차를 한잔 마시고 작업장, 아무려면 어떤가, 지팡이가 많이 있는 곳으로 함께 가보았다. 아직 만들지 않은 나무들이 많이 있고 작업을 하고 있는 흔적들이 보였다.

 

평소에 산책을 좋아하는데, 산책 중에 몇 개의 나무를 잘라 가지치기를 해서 만들었던 것이 지팡이를 만들게 된 계기라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 부탁하는 사람들한테 나누어 준 것이 벌써 4년. 지금까지 600여 개를 만들어 나누어주었다.

 

익산이나 부근을 다니면서 자신이 만든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노인을 보면 흐뭇하다는 이 할아버지. 노년에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나이 들어 여러 가지가 괴롭지만, 할 일이 없는 것보다 괴로운 일은 없다. 일할 것이 없으면 고독하고 쓸쓸하다. 이병철 할아버지는 그 점에서 참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누가 봐주지 않고 별로 크지 않은 일이지만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이렇게 나누는 작은 정들도 하나하나 모이면 수백억의 자선이나 기부 못지않게 값지게 된다.


더불어 살 때 이사회는 밝고 명량한 사회가 된다. 정을 서로 주고받는데 살아가는 기쁨이 있고 생의 행복이 잊지 않은가. 정은 삶의 보람이며 의미다. 정은 생의 행복이다.


노년에 무었을 할까 망설이지 말고 이병철 할아버지처럼 행복하고 보람 있는 일을 찾아 하면 어떨까.

전대영 익산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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