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핵심동력, 30~40대서 50대 이상으로 ‘쉬프트’
한국사회 핵심동력, 30~40대서 50대 이상으로 ‘쉬프트’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1.05.21 09:11
  • 호수 27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29세 줄고 중년세대 늘어… 50대 이상 취업자 800만 돌파
실제 나이보다 어린 연령층 문화 선호, ‘다운 에이징’도 보편화
최근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한국사회의 핵심동력세대가 30~40대에서 50대 이상 고령층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선, 고령인구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반면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역삼각형구조의 인구변동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다. 즉각적으로 나타난 변화는 50대 이상 취업자 증가로, 지난 4월 사상 처음으로 80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길어진 노후에 대비, 가급적 오랜 기간 일하기 원했고, 이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선호했다. 문화적 측면에서, 40~50대 여성들이 20~30대가 즐겨 찾는 캐주얼 의류를 선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50대 이상 고령층 증가에 따른 주요 변화상을 살펴본다.

▲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한국사회의 동력세대가 고령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어르신들이 일자리사업 발대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임근재 기자 photo@100ssd.co.kr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50대 취업자가 500만명을 돌파했다. 이들을 포함한 50대 이상 고령층 취업자는 사상 최초로 800만명을 넘어서 고령 취업자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최대 노동력 공급원이 30대와 40대에서 50대 이상으로 변화하는 등 인구구조의 고령화가 노동력도 고령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실제로 젊은 노동력이라고 볼 수 있는 15~29세 인구가 전체 15세 이상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1년 40.0%에서 2011년 24.4%로 15.6% 감소했다. 30대 인구 비중 역시 23.2%에서 19.4%로 소폭 감소했다.

대신 40대 비중은 14.5%에서 20.3%로 5.8% 상승하고, 50대 이상은 22.2%에서 36.0%로 무려 13.8% 높아졌다.

▲노동력 고령화, 50대 취업자만 500만 달해

통계청에 따르면 4월 현재 50대 이상 취업자 수는 802만2000명으로 전월(770만9000명)보다 31만3000명 증가하면서 800만명 선을 첫 돌파했다.

이는 20년 전인 1991년 4월 403만1000명의 배에 가까운 수준이며, 10년 전인 2001년 4월 510만3000명과 비교해도 10년 새 300만명 가량 증가한 것이다.

전체 취업자 2430만3000명 중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33.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전에는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 준비 중이었을 고령 취업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50대 취업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5년 전인 2006년 4월과 비교해 60대 이상 취업자는 253만1000명에서 293만9000명으로 40만8000명 증가했으나 50대 취업자는 382만9000명에서 125만4000명이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50대 취업자는 4월 현재 508만3000명으로 전달(495만8000명)보다 12만5000명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500만명을 넘어섰다.

최대 노동력을 공급하는 연령대도 30대와 40대에서 50대 이상으로 전환됐다.

4월 기준으로 5년 단위로 볼 때 1991년, 1996년, 2001년의 경우 30대 취업자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2006년에는 최대 노동력 공급 연령대가 40대로 올라갔다. 그러나 지난 4월 기준으로는 50대 이상이 33.0%로 수위에 올랐다.

더욱이 최근 들어 청년층 비중이 급감하고 50대 이상이 급증하는 등 저출산 고령화의 여파로 노동력마저 고령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청년층 취업자와 30대 취업자 비중은 각각 6.5%, 4.7% 감소했지만 40대는 1.7% 상승했고, 50대 이상은 9.4%나 높아졌다.

▲직장인 59% “임금피크제 도입하면 신청”

이처럼 고령 취업자가 증가하면서 정상적인 임금을 받고 정년퇴직하는 대신 재직 기간은 더 늘리면서 임금은 조금씩 나눠 받는 ‘임금피크제’를 선호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최근 조사에서도 직장인 10명 가운데 6명꼴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신청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직장인 353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현재 소속된 회사에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신청하겠다는 응답이 전체의 58.6%로 집계됐다고 5월 16일 밝혔다.

임금피크제란 정년을 일정 기간 늘리는 대신 임금은 특정 시점 이후로 차츰 줄여가는 제도로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11.2%에 그치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신청하겠다는 응답률은 나이가 많은 근로자일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20대의 경우 42.7%만 임금피크제에 참여하겠다고 답했지만, 30대는 64.2%, 40~50대는 65.1%가 동참 의사를 밝혔다.

희망하는 정년연장 기간으로는 4~5년(55.0%)이 가장 많았고, 2~3년(24.2%), 6년 이상(19.8%), 1년(1.0%) 순이었다.

정년 연장 대신 수용 가능한 임금삭감 폭은 ‘10% 미만’과 ‘10~20%’가 각각 43.1%, 36.7%로 나와 20% 미만 삭감을 감수하겠다는 의견이 약 80%에 달했다.

▲2030세대 의류, 4050세대서 유행

고령층 인구의 증가는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발견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여성들의 의류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20~30세대 젊은여성들이 주요 타깃인 ‘영캐주얼’ 매장에 40~50대 ‘아줌마 고객’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젊은 아줌마’를 겨냥한 제품들이 새롭게 출시될 정도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 고객관리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최근 들어 영캐주얼 매장에 중년층 여성고객들이 많이 찾으면서 올 들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중년을 대상으로 하는 디자이너 상품군의 경우 40~50대 구입비중이 2009년에는 20%에 육박했으나 지난해는 15%대로 떨어진 반면, 영캐주얼의 경우 2009년 10%에 그쳤던 40~50대 구입비중이 지난해에는 28%로 크게 늘어 역전됐다.

이 같은 변화는 무엇보다 40~50대의 적극적인 사회진출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다 TV 등 각종 매체에서 활약하는 ‘아줌마 연예인’을 통해 다양한 패션정보를 접하고, 20~30대에 비해 안정적인 경제적 여건도 40~50대가 영캐주얼 매장을 찾게 하는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신의 연령층보다 낮은 연령층이 주로 이용하는 상품군을 찾는 ‘다운에이징’ 경향도 이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40~50대가 영캐주얼을 많이 찾으면서 기존 20~30대를 주 타깃으로 하던 일부 영캐주얼 브랜드들도 두 세대가 함께 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과 패턴으로 변화해 가는 추세다.

롯데백화점 영캐주얼 상품기획자는 “나이는 50대지만 마음은 30대 중반으로 생각하는 ‘젊은 아줌마’ 고객들이 늘면서 영캐주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를 반영해 영캐주얼 브랜드들도 40~50대로 고객 확대를 위해 다양한 디자인과 마케팅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구조 변화… 성장률 둔화는 ‘우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이 같은 현상은 경제성장률 둔화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고용제도 등 사회안전망을 더욱 시급히 정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후 베이비붐(1955~1963년) 세대가 50대에 집중돼 있고, 과거와 달리 고령층의 건강상태가 일을 하기에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양호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변화다.

고령층 취업자 증가는 고령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적잖은 사회적 불안 요인을 내포하고 있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기술진보가 빠를수록 신기술에 빨리 적응해야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만,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기술 습득이 더딘 측면이 있다”며 “더욱이 청년 취업이 원활하지 못해 기술 훈련이 늦어진다면 국가 차원의 경제발전 속도가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유 박사는 “고령층 취업자 증가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모두 갖고 있다”며 “제도 자체를 고용 친화적으로 변화시키는 등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고령층의 생산성이 낮은 점 △연공서열적 질서가 강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올라간다는 점 △향후 과도한 복지부담 증가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 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일부에서는 고령층 취업이 청년층 일자리를 막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민중 박사는 “저출산 현상을 해소하는 것이 근본적 대안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며 “고령화 사회에 맞게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도입 등 일자리 제도를 정비하는 일부터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