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틀니 건보적용 시범사업, 성공 위한 선결조건은…
노인틀니 건보적용 시범사업, 성공 위한 선결조건은…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5.21 09:21
  • 호수 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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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인상 불가피… 일반재정도 투입·소득 기준 차등지원해야
노인틀니 논쟁이 뜨겁다. 보건복지부가 내년부터 노인틀니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시범사업으로 검토키로 한 가운데 최근 경남도에서 노인틀니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공약 사업으로 ‘어르신 틀니 보급사업’ 시행방안을 확정, 2014년까지 1만3800명의 어르신들에게 틀니를 보급하겠다고 밝히자 도의원들이 사전선거운동 등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반대했다. 공직선거법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번에는 경남도 기초단체들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들어 난색을 표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러한 공방은 지난해 9월 확정된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2012년부터 75세 이상 노인에 대한 틀니 보험적용 검토 방안’이 포함돼 있어 전국적으로 확산될 여지가 크다. 노인틀니에 대해 보험을 적용할 경우 건강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건강보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일반재정의 일부를 지원받는 것은 물론 어르신들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남도, 광역지자체 첫 틀니지원사업 시행… 난항

경상남도는 지난 4월, 김두관 도지사 공약사업의 하나인 ‘어르신 틀니 보급사업’ 시행방안을 확정하고, 올해 2035명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1만3800명의 어르신들에게 틀니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경남도의 어르신 틀니 보급사업은 정부 사업과 별개로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처음 실시된 사업으로, 소요예산은 올해만 40억원이며 4년간 모두 233억여원에 이른다.

이 사업의 수혜자는 정부가 2002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경감 대상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의치보철 사업에서 제외된 노인 가운데 차상위 계층 노인과 장애인, 국가보훈대상자 등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 예산은 도와 해당 시·군이 절반씩 부담키로 돼 있다.

당초 전액 무료였던 사업은 국비사업 대상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본인이 22만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틀니의 단가는 치과의사협회와 협상을 통해 한 쪽 전부 틀니를 할 경우 97만원, 기둥을 세워야하는 부분 틀니는 141만원으로 정해졌다.

정부가 현재 전부 틀니 75만원, 부분 틀니 119만원을 각각 지원해주고 있는데 이 사업 대상자보다 상위 계층에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줄 수 없다는 점이 고려돼 차액 22만원은 본인이 부담토록 최종 정리됐다.

물론 양쪽 모두 틀니를 해야 할 경우 본인부담도 44만원으로 늘고 본인이 더 좋은 재질을 원할 경우 추가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대신 무상 사후관리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고 무료 구강위생관리 기간도 4년으로 연장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희망 어르신을 모집해 현재 대부분의 시·군에서 신청 어르신들의 서면심사 및 구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의 노인틀니 보급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싶더니 예상외의 암초를 만났다. 진주시의회의원들이 지난 5월, 어르신 틀니 지원사업의 시부담 예산인 2억300만원(203명분)을 삭감, 어르신들의 숙원사업이 발목 잡혔다. 경남도의 18개 시·군 가운데 13개 시·군은 예산을 확보했고, 4개 시·군은 추가 예산을 배정할 계획이지만 진주시만 시의회의원들의 예산 삭감으로 당장 추진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진주지역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진주지역 19개 시민단체는 지난 5월 6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진주시청 앞 광장에서 노인틀니 사업의 즉시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서명운동과 천막농성을 벌였다. 시민단체들은 “시의회가 최대한 조속히 추경예산을 가결하고 진주시는 사업을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진주시 관계자는 “노인틀니 관련 예산은 1차 추경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기 때문에 노인틀니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오는 6월 시의회의 정례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년부터 노인틀니 보험적용 예정

정부도 노인틀니의 건보 적용을 꾸준히 고민했지만 그동안 어르신들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놓지는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안’을 확정하면서 노년기 질환특성을 고려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2012년부터 75세 이상 노인에 대한 틀니 보험적용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복지부가 수차례 노인틀니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계획을 논의한 바 있지만 보험료 인상 부담요인 등의 이유로 유야무야되면서 어르신들은 이번 발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복지부도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노인틀니 보험적용 시범사업에 대비, 연구용역을 실시하는 등 나름의 준비를 진척시키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 4월, 민주당 양승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가 보장성 강화 계획에 ‘75세 이상 2012년 노인틀니 보험적용’을 추가함에 따라 보험수가 및 기준 등의 세부추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맡아 지난 2009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19개월 동안 실시된다. 1차 연구는 해외사례 비교, 2차 연구는 △노인틀니 수요추정, 시술행위 분류 및 정의 등 선행연구 고찰 △국내 노인틀니 수요현황 분석(구강보건상태·노인틀니 수요 및 이용률 파악) △노인틀니 비용조사 및 수가 설정(치과 의료기관·치과 기공소 대상 비용 조사) △노인틀니 급여적용 방안(급여범위 및 기준설정, 평가 및 관리방안) △노인틀니 보험급여 확대에 따른 재정 추계(적정수가 산정 및 소요재정 추계) △포커스 그룹 인터뷰(대한노인회·대한치과보철학회·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협회) 등으로 진행된다.

복지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오는 10월 노인틀니 보험적용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또 내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의 심의·의결을 통해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건강보험만 의존해선 안돼… 일반재정도 지원해야”

노인틀니에 보험이 적용될 경우 건강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노인틀니에 대해 보험을 적용할 경우 국민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건강보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일반재정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지원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성재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노인틀니를 보험에 적용하려면 장기적으로는 명확한 계획을 세워 건강보험을 인상해야 한다”며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은 정부의 일반재정의 지원을 받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성재 교수는 이와 함께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일부를 조정해 노인틀니사업에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은 국민건강증진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지원해 국민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설치된 기금을 말한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은 △금연교육 및 광고 등 흡연자를 위한 건강관리사업 △보건통계의 작성, 보급과 보건의료 관련 조사·연구 및 개발에 관한 사업 △질병의 예방·검진·관리 및 암 치료를 위한 사업 △공공보건의료 및 건강증진을 위한 시설·장비의 확충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노인틀니도 지원대상이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한시적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안정을 위해 건강보험급여비용을 지원한 전례가 있어 노인틀니에대한 지원에도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산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김용진 회장대행은 “노인틀니를 의료부분에서만 국한하지 말고 노인복지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한다”며 “노인틀니 보험적용의 가장 큰 걸림돌로 제기돼 온 재정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노인복지 재정의 일부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재 교수와 김용진 회장대행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김용진 회장대행은 “중산층 노인의 경우 틀니에 대한 부담이 적지만 보통 이가 하나도 없는 어르신들의 경우 틀니 하나에 150만원 가량 하는 틀니에 부담이 클 것”이라며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저소득층 등 경제적 환경을 배려한 차등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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