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에 서당 새운 ‘비전향 장기수’… 장의균(61)씨
진도에 서당 새운 ‘비전향 장기수’… 장의균(61)씨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5.25 16:07
  • 호수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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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학생들에게 무료 한자, 중국어 일본어 가르쳐

한 ‘비전향 장기수’가 시골 마을에 서당을 만들고 무상 교육 실현에 나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말 진도군 진도읍에 ‘옥주서당’을 낸 장의균(61)씨.

그는 겉보기에도 영락없는 시골 촌부의 모습이지만, 현재까지 비전향장기수라는 딱지를 붙이고 살고 있다.

그는 지난 1987년 7월 ‘간첩 혐의’로 체포돼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혐의는 일본 유학 시절, 앞서 일본으로 추방돼 있던 진도 출신 양모(오사카대 교수)씨와 만나면서 재일 조선인(북한 출신)들과 접촉, 국가 전복 등의 간첩 활동을 했다는 것.

함께 간첩 혐의를 받았던 양 교수는 지난 2000년 재조사를 받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는 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95년 8월 만기 출소한 장씨는 비전향장기수라는 딱지가 붙어 취업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렵자 7년 전 고향인 서울을 떠나 산과 바다가 좋아 늘 살고 싶었던 진도로 내려왔다. 진도에 정착한 그는 명예 회복을 위한 소송을 마음 한구석으로 잠시 밀어내고 옥주서당을 운영하면서 30여 명의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무료로 한자 기초와 중국어,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또 지난달부터는 진도중학교에서 정식으로 한자 기초를 강의하고 있다. 특히 그는 한자 발음을 한글로 해석하는 ‘우리말 한자 1800자’(상용한자)를 저술하고 있다.

저술 작업은 현재 1400자가 해독된 최초 한자인 갑골문(甲骨文)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몇몇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A4 600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책 3권으로 나눠 곧 출간할 계획이다.

장씨는 “‘비전향장기수’, ‘간첩’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며“‘간첩사건이 조작됐다’는 결론이 났지만, 정부는 재조사를 거부하고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누구보다 더 민주화 운동에 목숨을 걸었고 간첩죄로 투옥되는 등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후회가 없다”며 “여건이 허락하는 한 후학 양성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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