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노화, 노인 스스로의 적극적 사회참여가 좌우한다”
“당당한 노화, 노인 스스로의 적극적 사회참여가 좌우한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5.27 13:48
  • 호수 271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수명이 연장되면서 장수는 최대 관심사가 됐다.
장수만큼 중요한 개념이 바로 노화다. 지금까지 노화는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어졌다. 하지만 생활수준 향상과 의술발달로 인위적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회복 가능케 됐다.
‘당당한 노화’가 주목받는 이유다. 당당한 노화는 고령자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발전시켜 이웃과 사회에 도움을 줌으로써 인정받는 노인상을 말한다.
당당한 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령자들의 적극적인 사회참여가 중요하다. 또 노인 스스로의 노력과 지역사회, 기업, 정부의 조력도 필요하다.
‘장수연구’로 저명한 박상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는 5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주최한 ‘100세 시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토론회에서 기조강연을 갖고 이 같이 주장했다.


▲당당한 노화, 성공적인 노후의 열쇠

박상철 교수<사진>는 성공적인 노후를 설계를 위해 노인 스스로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당당한 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당한 노화는 고령자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발전시켜 사회와 이웃에 도움을 줌으로써 인정받는 노인상을 말한다. 과거의 행보나 업적보다 현재의 모습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것이 우선이다.

박상철 교수는 “고령사회의 사회적 문제는 현실적으로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지만 더 중요한 점은 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노인 스스로의 부정적 관점”이라며 “정책적으로도 노인을 복지정책의 수혜자로만 인식할 뿐 인간적 존엄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당한 노화’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령자들을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는 의지를 담은 ‘움직이는 고령인 캠페인’(Mobile Senior Campaign)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고령자 스스로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당당하고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시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상철 교수는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망설여야 할 이유는 없다”며 “‘하자-주자-배우자’의 원칙에 따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회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화, 노력 따라 현 상태 유지 가능

박상철 교수는 그동안 노화는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늙는’ 현상으로 받아 들였지만 주변의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충분히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철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누구나 동일하게 늙고, 신체의 장기 또한 동시에 노화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개개인의 차이가 크다”며 “평소에 어떻게 생활하느냐, 즉 개인의 생활습관이 노화 속도를 판가름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노화가 비가역적(非可逆的·바꿀 수 없는 속성)이고 불가피한 변화가 아니라 가역적이고 능동적인 변화라는 점도 강조했다. 노화는 주위 환경이 변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회복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화 인식에 대한 혁명적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철 교수는 “노화현상은 생존과정에서 접하는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에 적응하고 반응하기 위한 대응의 결과”라며 “노화는 죽기 위한 과정이 아니고 생존을 위한 적응현상”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노화에 대한 대처방법으로 이미 변화된 유전자나 세포·조직·장기를 새것으로 바꾸는 ‘바꾸기 원칙’이 아니라 생활환경이나 조건을 변화시키는 ‘고치기 원칙’에서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고치기 원칙’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령자가 자긍심을 갖고 생산적 주체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우리나라의 대표적 장수지역인 구례·곡성·순창·담양 등 4곳 지자체 공동 주최로 지난해 10월 구례에서‘제2회 구곡순담 100살 잔치’가 열린 가운데 서기동 구례군수가 101세 이재룡 옹에게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큰절을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
▲백세장수, 환경·습관에 따라 격차 벌어져
노화는 유전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환경적 또는 생활습관적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백세인 연구결과도 이 같은 주장을 입증했다.

박상철 교수가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00세인은 남녀성별에 따라 장수방식의 차이가 크고, 지역에 따라 장수의 성별 차도 크다는 특성을 나타낸다. 특히 호남·제주지역은 여성이, 강원·경북지역은 남성의 장수도가 높았다. 남성이 여성보다 건강상태나 영양상태가 훨씬 양호했다.

또 100세인들은 전통적 생활방식을 추구했다. 식생활이나 일상생활에서 규칙성·절제성이 돋보였다. 성격과 사회참여에 적극적이며 사교적이었고, 지역의 생활환경·사회문화가 건강상태나 삶의 질에 큰 영향 미치는 등 유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환경적·생활습관적 영향을 받고 있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100세인의 특성으로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뚜렷이 나타나고 유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특히 경제·사회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장수했기 때문에 서구 선진국 장수인들 보다 생태환경 요인에 대한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삶의 질 높이는 ‘기능적 장수’ 주목해야”
박상철 교수는 수명이 연장되면서 앞으로는 단순히 오래 사는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능적 장수’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능적 장수는 단순한 수명연장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인간의 존엄성을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지킬 수 있는 건강한 장수방식을 말한다. 이른바 ‘참늙기’ ‘웰에이징’ (Well-Aging)이다.

실제로 이 같은 시도가 전개되는 곳도 있다. 일본 나가노지역의 ‘PPK’(Ping Ping Korori·팽팽하게 살다 팍 죽자) 운동이나 우리나라의 ‘998812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하루 이틀만 아프다 죽자) 운동이다.

‘기능적 장수’ 사회의 건립을 위해서는 안전보장은 물론 문화 충족, 생산성 시스템 개발 등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우선 고령자들이 ‘그 지역은 건강·보건의 위협요인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립돼야 한다. 고령사회에서 증가하는 각종 장애와 질환, 응급상황 처치뿐만 아니라 전기·수도·교통 등 사회적·환경적 요건도 보장돼야 한다.

문화적 충족도 빼놓을 수 없다. 질 높은 삶을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각종 문화 프로그램 개발은 물론 지역 교육에서 전통문화를 발전시켜 긍지를 심어주고 대외적 관계를 개선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령층이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생산시스템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령자들을 위한 재교육과 사회적 참여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장수사회, 개인·지역·기업·정부 노력 필요
박상철 교수는 기능적 장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인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기업, 정부 등 사회분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당한 노후를 살기 위해서는 개개인 자신의 능력을 연령에 상관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재교육은 필수다. 또 자신이 지니고 있는 지식과 소양을 전달하기 위한 사회참여도 강구해야 한다.

지역사회 대학과의 연계가 좋은 예다. 특히 대학은 정년퇴직 명예교수들이 많아 우수한 인력의 사회 참여 봉사를 유도할 수 있다. 이때 순수한 봉사의 측면으로 이끌어야 한다. 또 각종 봉사를 전개하는 고령자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금빛 리본 클럽 회원’과 같은 명칭을 수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령자들이 이웃과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도 중요하다. 실제로 한 조사결과에서는 초장수 독거노인 가운데 이웃관계가 돈독한 지역의 경우 노인들이 삶의 질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훨씬 좋다는 결과를 내놨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장수지역인 구례·곡성·순창·담양군 등 네 곳이 서로 연대해 상호협력하고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사례가 좋은 예다.

기업은 연령제한을 없애고 고령자에게 은퇴 후 사회 적응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실제로 100세인과 같은 초장수자 대부분이 70대 후반까지 생업에 종사한 경우가 많다. 일본의 가미가츠 마을의 경우 70~80대 주민들로 구성된 ‘이로도리’란 회사를 설립, 상호경쟁하며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그 결과 지역 경제성장은 물론 건강상태도 크게 개선됐다.

박 교수는 “정부는 연령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고 새로운 장수과학의 육성하며, 정년 없는 사회 구축과 새로운 시민운동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가씨 2011-10-28 17:31:22
제가 가진 생각과 어쩜 이렇게 똑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이 있을까하고 놀라며 댓글을 써봅니다. 노인이 가진 장점이 젊은이만 못지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서 우리 사회가 일할 수 있는 노인을 쓸모없이 만드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단지 나이가 많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약자로 만드는 사회는 선진화되는 과정에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 사고방식이라 생각합니다.

박연대 2011-07-11 15:13:59
교수님 당당한노화 대처방법등 좋은글감사드림니다 노인들의 사회참여 국가의조력이더욱절실하다고느끼며 한국노인인력개발원등 관련단체들이 보다적극적인노력이요구됨니다
고령화시대 당당한노화가 모두에게 주어졌으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