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00세 시대’ 가족구조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인생 100세 시대’ 가족구조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6.10 15:50
  • 호수 2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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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가운데 1인 가구가 급증하는 등 가족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동거하는 기존 핵가족에서 부부나 1인 단독 가구가 새로운 가족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 ‘개인화’ 된 형태의 가족구조가 확대되고 있는 것. 이 같은 현상은 자녀와 동거를 거부하는 노년층의 증가는 물론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개인화된 가족구조에서는 자녀의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반면 소외나 외로움 등과 같은 부작용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더불어 수명연장에 따라 노인이 된 자녀가 고령의 부모를 부양하는데 따른 부담 증가에 대한 현실적 대안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이 같은 논의는 5월 30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100세 시대 가족’을 주제로 열린 여성정책포럼에서 이뤄졌다.

▲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동거하는 기존 핵가족에서 부부나 1인 단독 가구가 새로운 가족 구조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한 기업이 가족의 소중함을 인식하고자 마련한 행사에 참석한 가족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노-노케어 확산… 현실적 대안 절실

가족구조의 변화는 관계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생존하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세대 간 이해의 폭은 증가하지만 자녀 세대의 부담이 가중되고 노인 학대가 발생하는 등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경혜 서울대 교수(소비자가족학과)는 전통적 장남 중심의 가족사회에서 며느리의 부양 부담을 예로 들며, 60대 며느리가 90대 시어머니의 수발을 하는 ‘노-노(老-老) 케어’가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교수는 “초고령 노인 부양에 대한 공적 지원이 부재한 현실 속에서 이미 노인이 된 자녀가 초고령 노인의 부양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며 “고령의 자녀도 건강이나 경제활동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 등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기초노령연금은 노인 단독가구와 부부가구에 대한 규정에 따라 지급되고 있을 뿐 60대 이상의 자녀가 초고령 부모를 부양하는 경우에는 기초노령연금 지급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다”며 “노노케어 가구에 대한 지원을 현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혜경 이화여대 교수(소비자학과)도 “종래의 안정적인 가족구조 속에서는 노인부양을 가족에 의존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가족의 변화와 여성의 역할이 다양화되면서 더 이상 노인부양을 여성과 가족에게 의존할 수 없게 됐다”며 “사회적 부양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인생 후반기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연계는 물론 가족 및 부부단위 여가, 문화 활동 강화도 강조됐다.

여성정책연구원 장혜경 선임연구위원은 “인생후반기 가정생활을 위한 ‘스펙쌓기’의 일환으로 노년기 가정생활에 대비한 중장년기 가정활동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연계, 가족이나 부부 단위로 여가 및 문화활동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노인가족에 대한 촘촘한 경제적 지원망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 건강한 노후와 인생이모작을 위한 ‘인생 설계’(Life Plan) 컨설팅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이기순 가족정책관은 “일 중심으로 생활한 남성은 퇴직 후 40~50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며 “미리 가정내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교육을 통해 가족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고, 가족구성원간 원활한 관계 증진을 위한 방법을 습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는 현재 가족친화적 직장문화 조성을 위해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기업을 인증하는 ‘가족친화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65개 기업이 인증을 받았다. 또 가족내 아버지 역할 정립을 위해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아버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노인부부 가구 증가… 배우자와 노후생활 중요

가족구조의 변화 가운데 두드러진 특징은 부부가족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부부가족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노인부부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전체 부부가구 중 노인부부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2015년 40.7%, 2020년 43.1%, 2030년에는 54.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노인부양에 대한 규범적 구속력과 자녀동거에 대한 선호도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자녀와 함께 살고 있지 않은 노년층도 해마다 증가세를 보였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자녀와 함께 살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60세 이상 노년층은 2005년 59.1%에서 2007년 60.1%, 2009년 68.3%로 점차 증가했다. 앞으로도 혼자살기를 희망하는 노년층도 매년 증가할 전망이다.

노인부부 가구의 증가에 따라 배우자와 함께하는 노후생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장혜경 선임연구위원은 “인생후반기에는 은퇴와 함께 가족의 비중과 의미가 큰 시기”라며 “특히 노년기에는 교제나 여가활동 시간이 많고, 그 중에서 배우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의 2009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이 배우자와 함께 교제 및 여가활동을 하는 비율은 46.8%로 전체 36.4%보다 10.4%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혜경 위원은 “은퇴 후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은 평균 30~40년”이라며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은퇴 시 자녀양육기가 짧아지고, 평균수명이 늘면서 자녀 독립 후 부부생활기간은 이전세대에 비해 14배”라고 지적했다.

노년기 부부간의 관계 형성을 위해 다양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자조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여성정책연구원 김혜영 선임연구위원은 “노인부부의 경우 배우자에 대한 상호의존성이 높기 때문에 청·장년기부터 부부간의 형평성과 친밀성 공유가 필요하다”며 “노년기에 바람직한 부부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자조 프로그램의 개발, 보급이 중요하다”고 조언하다.

▲노인 1인 가구 비중 급증… 노인 미혼·이혼도 늘어

노인 1인 가구의 비중이 커지는 것도 최근의 양상이다. 1인 가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구는 단연 노인가구다.

장혜경 위원은 “노인 1인 가구의 증가는 자녀와 함께 살고 싶은 의향이 낮은데다 사별이나 미혼 또는 이혼 증가에 따른 것”이라며 “특히 사별은 감소 추세를 보인 반면 나이가 들었지만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황혼이혼이 늘면서 1인 가구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노인 1인 가구 수도 매년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1인 가구 가운데 노인 가구는 2010년 29.4%에서 2030년에는 49.6%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성 인지 통계의 62세 이상 노인 1인 가구의 혼인상태를 살펴보면 이혼이나 미혼의 비중이 급증했다. 이들의 이혼은 2000년 1만2600명에서 2005년 2만5700명으로 104.0%가 증가했고, 미혼가구도 같은 기간 105.5% 늘었다. 반면 사별은 50만2300명으로 71만700명으로 41.5%만 증가했다. 이 같은 결과는 남녀 평균수명 차이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노인 1인 가구 증가는 자녀의 눈치 보지 않고 홀가분하게 노후를 즐길 수 있는 반면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농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독일의 ‘다세대공동주택’이 눈에 띤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앞으로 가족 형태 분류가 ‘따로 함께 살기’와 같은 형태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개별화된 주거공간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인적·사회적 네트워크 안에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삶의 구조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독일의 다세대공동주택을 제안했다. 다세대공동주택은 2006년 이후 독일이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사회 대비 주거 형태다. 이 주택은 다양한 연령·가족·장애 형태를 취해 더불어 살아 갈 수 있도록 했다.

정 교수는 “다세대공동주택에서 사는 노인들은 일정한 인적·사회적 네트워크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며 “또 젊은 세대들도 다세대공동주택 내에서 가사·돌봄노동과 취업활동 등 이중부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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